◆컴포트화, 아웃도어 열풍과 만나 순항
건강미인 트렌드는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운동화를 신은 도시여자를 뜻하는 '운도녀',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운출족' 등의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도시인들의 운동화 사랑이 늘었다. 짬을 내 틈틈이 운동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워런치족'(walking+lunch: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하거나 운동을 즐기는 직장인)이라는 말도 생겼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아웃도어가 각광받는 사이 한쪽에서는 편한 신발(컴포트화) 시장이 활짝 열렸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컴포트화의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여성화 중 굽 낮은 신발 판매가 급증하며 각종 단화브랜드가 생겨났다. AK몰에 따르면 단화 판매량이 전년 대비 617% 급성장했고 플랫슈즈(44%), 슬립온(91%), 운동화(41%)의 인기도 부쩍 늘었다. 반면 남녀 정장구두 매출은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G마켓이 집계한 1분기 남녀 정장구두 매출은 4% 줄었고, 10월에는 감소폭이 8%로 확대됐다.
유럽에서 5~6년 전부터 유행했던 컴포트화가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아웃도어 열풍과 만나 순항하고 있는 것이다. 컴포트화는 장년층만 신는 것으로 치부됐지만 최근 중년층에 이어 패션에 민감한 젊은층들도 관심을 가지며 관련시장이 대폭 성장했다. 따라서 내수부진에 신음하던 국내 신발브랜드들은 스타일과 착용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컴포트화를 속속 내놓았다.
컴포트화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은 5~6년 전이지만 처음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중반이다. 시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데 1973년 락포트가 출시했던 '컨츄리워커'가 시초라는 주장이 많다. 컨츄리워커는 전통적인 구두 디자인에 좀더 가볍고 편한 신발로 제작됐다. 부자관계인 사울 카즈와 브루스 카즈가 공동 창업한 락포트는 1972년 1만5000달러의 자본금으로 출발해 지금은 전세계 66개국에서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창업 이후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독립경영에 성공한 락포트는 1980년대 중반 상장을 준비했으나 더 좋은 조건을 내건 리복에 1986년 매각됐고 지금은 독일 아디다스의 계열사다. 지금도 락포트는 '스타일로 완성된 편안함'이란 문구를 내세워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금강제화부터 해외브랜드까지 '춘추전국시대'
국산브랜드 중 최초의 컴포트화는 금강제화가 고안해내지 않았나 싶다. 금강제화의 브랜드인 리갈과 랜드로바가 국내 최초로 밑창이 고어텍스인 신사화를 선보인 것. 그동안 내피에만 사용되던 고어텍스 소재를 바닥에도 적용해 겉으로 보기엔 가죽 신사화지만 바닥은 아웃도어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제작했다. 이외에도 슬립온, 로퍼, 힐 등 다양한 스타일의 컴포트화를 선보여 그동안 장년층에 맞춰졌던 소비자층을 확대했다.
국내 구두브랜드 2위업체인 탠디(TANDY)는 운동화 출시모델 비중을 지난해의 두배인 15%로 끌어올렸다. 편한 신발을 내놓기 위해 가죽소재를 주로 사용하는 구두에도 신기술을 적용해 초경량으로 제작했다. 에스콰이어로 대표되는 이에프씨는 스타일리시 컴포트 슈즈브랜드인 젤플렉스를 통해 컴포트화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고기능성 아웃도어 소재를 신발에도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제화업체들은 자체 브랜드에서 컴포트화 라인업을 강화하는 한편 컴포트화를 전문으로 하는 매장을 내놓았다. 금강제화는 동종업계 최초로 할인점 전용 컴포트 캐주얼화브랜드인 '데땅뜨' 매장을 열었으며 서울지역 주요 5개 매장 내에 컴포트화 전문 숍인숍 매장인 '컴포트 콜렉션'을 도입했다.
금강제화의 발 빠른 전략 덕분인지 컴포트화 브랜드들은 론칭 후 매출이 급상승세를 탔다. 컴포트화브랜드 '바이오소프'(BioSof), '바레베르데'(VALLEVERDE), '다이아몬드'(Diamond) 등에서 컴포트화 판매량이 최근 3년에 걸쳐 매년 25%씩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제화의 컴포트화는 지난 2012년 22만7000켤레, 지난해 28만2000켤레에서 올해에는 34만8000켤레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처럼 컴포트화가 인기를 끌자 해외의 유명한 컴포트화브랜드를 직접 수입하기도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는 이태리 컴포트슈즈브랜드 '제옥스'(GEOX)를 들여와 파주 아웃렛에 입점시켰는데 보름 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동승통상은 컴포트 슈즈 멀티숍 '워킹온더클라우드' 매장을 독일 컴포트화브랜드 '가버'로 전환했다. 스포츠브랜드 리복에서 들여온 프랑스 신발브랜드 '레페토'(Repetto)는 발레리나 슈즈로 유명한데 기존 펌프스와 플랫슈즈 등 일반화 라인에 편안한 운동화를 추가했다.
해외 유명브랜드가 직접 국내에 진출하기도 했다. 미국업체 나인웨스트(Nine West)의 컴포트화브랜드 '이지스피릿'(easy spirit)은 지난 2007년부터 국내에 들어왔다. 최근 인기가 급증해 단독 매장을 열 계획을 검토 중이다. 나인웨스트의 트렌디한 디자인을 한껏 살린 높은 힐도 이지스피릿에서는 단화처럼 편하게 제작된다. 높은 굽의 구두도 컴포트화로 편입되며 기능성을 넘어 패션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지스피릿은 국내진출 초기에는 국내소비자에게 임산부용 신발로 소개됐으나 지금은 편하고 예쁜 신발이란 착용후기가 올라오는 등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전세계 여성용 컴포트화시장 규모가 연간 3000억달러로 추산되는 가운데 컴포트화에 대한 기술개발과 디자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의 한 전문지에 따르면 매년 수십개에서 수백개의 벤처기업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컴포트화 분야가 있는데 바로 하이힐-컴포트화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이힐을 포기할 수 없는 여성들을 겨냥한 것이다. 높아도 편한 힐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