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통해 고금리대출을 받는 20대 청년이 늘고 있다. 전화 한통이면 손쉽게 대출이 이뤄진다는 특성에 별다른 경각심 없이 연 30%가 넘는 고금리대출을 받는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젊은 시절 자신의 꿈을 맘껏 펼쳐보지도 못한 채 '채무불이행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평생을 살게 된다.

이와 관련해 우리 사회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향해 연신 비난의 화살을 보낸다. 이들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고금리대출 장사를 실시해 감당하기 힘든 이자의 짐을 지어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에서 올 상반기 기준으로 대학생 7만여명에게 평균 연 28%의 높은 금리로 대출을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부분을 부정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저축은행 이외에도 대학생들에게 무분별한 고금리대출을 권하는 집단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대출중개업체다. 이들 중개업체는 대출중개수수료를 목적으로 신용등급이 5등급 이내인 청년들에게 고금리대출을 권유하는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직장정보 등을 위조하는 행위를 스스럼없이 자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머니위크>는 대출중개업체의 문제점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중개업체를 통한 저축은행 대출을 진행해 사태의 심각성을 점검해봤다.

◆"대학생, 연 30%에 대출 연결해드려요"

지난 10월29일 해당 취재를 진행하기 위해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열고 '대학생 학자금대출'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봤다. 엔터키를 누름과 동시에 '부모동의 NO', '당일 2500만원까지 즉시 송금' 등의 부가설명이 붙은 대출중개업체 사이트가 쭉 나열됐다. 그중 한 사이트에 접속하니 간단한 신상명세와 대출금액 등의 작성을 요구하는 상담 신청란이 나타났다.

기자가 무직으로 직업을 위조한 채 상담버튼을 누르니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시중중개업체의 상담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신용대출상담사라고 소개한 중개인은 기자에게 간단히 신용등급을 조회해보겠다며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했다. 이를 통해 신용평가기관에서 기자의 신용등급을 확인한 뒤 총 저축은행 4곳을 통해 대출심사를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취재를 진행하기 이전에 신용등급이 5등급임을 먼저 확인한 기자는 해당 저축은행의 이율이 저렴한지 여부를 물었다. 그랬더니 상담원은 "무직이라면 저축은행을 통해 연 30%의 이율로 대출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며 "저축은행도 서민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취업지원 자금의 개념에서 대출을 실시하는 것이며 신용등급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담사는 대출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먼저 무직으로는 대출이 어려우므로 자신이 지정해주는 업소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라고 거짓 답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후 기자가 사는 동네의 인근 편의점을 검색해 현재 영업 중인 편의점업체의 상호를 지정해주며 "편의점에 확인하지 않는다. 심사과정을 녹취하기 위한 의례적인 절차"라고 기자를 안심시켰다.

또한 아르바이트비용은 반드시 "현금으로 수령한다"고 대답하라고 요구했다. 대출금 사용용도를 물어보면 학원비 등 취업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대답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기자의 부모와 주변 친구 3명의 연락처를 확인한 상담사는 주민등록 등·초본과 통장사본 대학졸업증명서를 포함한 몇가지 서류를 팩스로 보낼 것을 요구했다.


 


상담사의 요구에 맞춰 서류를 준비해 팩스를 발송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담사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상담사는 "필요한 서류를 모두 준비해 저축은행에 심사의뢰를 넣어놓은 상태"라며 "현재 아르바이트 중인 (거짓)업소 명칭과 대출금 사용용도를 자신의 지시에 따라 제대로 대답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후 A저축은행의 심사직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중개업체 상담사가 알려준 대로 답변하니 대출을 신청한 500만원에 대한 심사승인이 떨어졌다. 이후 공인인증서를 통한 인증과정을 거쳐 30분 뒤 기자의 통장으로 500만원의 돈이 입금됐다.

불과 반나절 만에 오직 전화만으로 손쉽게 거금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심사를 진행한 저축은행 직원은 "원금 500만원에 대해 매달 20만원 정도의 이자가 청구되니 연체 없이 정상거래 부탁드린다"고 당부하며 전화를 끊었다.

모든 대출과정이 마무리된 후 끝으로 기자에게 전화를 건 중개업체 상담사는 "요즘 같은 시대에 팩스로 서류를 보내고 전화 한통으로 대출을 진행할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며 "혹시나 자금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500만원 정도 추가대출이 가능하니 잊지 말고 자신의 중개업체를 이용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건넸다.

◆고금리대출부터 직장정보 위조까지 '빈번'

기자가 직접 경험해본 대출중개업체는 20대 무직자 청년에게 고금리대출을 진행하기 위한 완벽한 진행 포메이션을 갖췄다는 느낌을 받았다. 금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20대 청년들이 충동적으로 고금리대출을 이용하는 만큼 오직 전화만으로 이들이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은 거짓으로 채워 넣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업체 정보위조, 대출금 사용용도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부모에게는 절대 연락이 가지 않으니 안심하고 진행해도 좋다"는 말로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들을 현혹했다. 모든 대출과정이 끝난 뒤에는 청년들이 대출금을 손쉽게 탕진한 뒤 추가 대출하는 특성을 감안해 추가한도를 알려주며 자신의 중개업체를 이용하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대학생 및 무직자 청년들은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전화 한통만으로 큰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점에 현혹돼 고금리대출을 진행했다가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고 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대학생 7만1682명이 27개 저축은행에서 연리 30%에 가까운 높은 금리로 2515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중개한 대출중개업체는 대출을 진행한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금 5% 이내의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김준하 에듀머니 희망살림정책팀장은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연 30% 수준의 고금리대출을 진행하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향한 사회적 비난여론이 확산됐지만 정작 대학생들을 현혹하는 대출중개업체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이가 드물다"며 "중개업체를 통한 청년들의 무분별한 고금리대출과 대출진행 시 느슨한 심사과정은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