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장욱진이 가족과 지인에게 건넨 비밀스런 ‘그림편지’가 미술 애호가를 위한 ‘선물’로 부활했다.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은 개관 후 첫 번째 주제기획전 <장욱진의 그림편지-선물>을 열고 작가가 주변사람에게 선물한 작품 100여점을 일반에 공개했다. 관람객들은 작가의 사적인 공간에 침투해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관람객들은 기획전 외에도 또 하나의 거대한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장욱진의 작품에 영감을 받아 건축된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은 최근 외신으로부터 ‘2014년 위대한 8대 뉴 미술관’ 중 하나로 선정되는 등 세계 명품미술관의 위엄을 과시했다. 장욱진을 그린, 장욱진을 기린 미술관으로 가족나들이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2014 위대한 8대 뉴 미술관’ 선정
“나는 심플하다.” 화가 장욱진은 평소 그의 작품세계를 이 같이 말했다. 박수근·이중섭과 함께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의 거장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장욱진은 동화적이고 심플한 선 표현과 독창적인 색채를 선보이며 평론가는 물론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1990년 12월27일 74세를 일기로 타계했으나 그의 작품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가슴에 살아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 4월28일 그의 업적과 정신을 기린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위치한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은 장욱진과 그 후대작가의 주제기획전시를 통해 한국현대미술을 연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술관 측은 시민들이 공감하는 다양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 등도 함께 진행해 시립미술관으로서의 명맥을 이어갈 계획이다.
부지면적 6204㎡, 연면적 1851㎡로 지하1층과 지상2층으로 구성된 이 미술관은 부부건축가인 최성희와 로랑 페레이라(최-페레이라건축)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건축가는 장욱진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호랑이 그림인 <호작도>에서 건축의 형상을 따왔다. 미술관 내부는 장욱진의 작품 속 재료로 자주 사용되는 집을 빌려 ‘집과 집의 연결’로 내부를 구성했다. 마치 장욱진 본인이 만든 듯한 건축물에 매료된 국내·외 전문가들은 장욱진미술관에 잇단 호평을 보내며 ‘명품미술관’의 등장을 축하했다.
최근 영국방송인 BBC는 '2014년 위대한 8대 뉴 미술관'(The eight greatest new museums) 중 하나로 장욱진미술관을 선정했다. 중국 난징의 '시팡(Sifang) 미술관', 캐나다 토론토의 '아가 한(Aga Khan) 미술관' 등과 함께 소개된 한국의 장욱진미술관은 “수려한 자연 속에 위치하며 현대적인 감각과 전통적인 디테일이 조화롭게 설계돼 각각의 방에서 보이는 다른 풍경과 작품들이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제22회 김수근 건축상’을 수상하는 등 화가의 작품처럼 ‘소박하고 단순한 디자인’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술관 측은 “수많은 외국 관람객이 우리 장욱진미술관을 찾을 수 있는 잠정 관객임을 드러내는 고무적인 일”이라며 기뻐했다.
◆글 대신 그림으로 전한 마음, ‘그림편지’
겉포장이 그럴싸해도 내부가 허접스럽다면 명품미술관에 선정될 수 없는 법. 장욱진미술관은 지난 9월26일부터 개관 후 첫 번째 주제기획전인 <장욱진의 그림편지-선물>로 관객맞이에 나섰다.
이듬해 1월18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전시회는 ▲화가 장욱진의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가족’과 그의 마음을 전하는 ‘그림선물’ ▲순수한 어린이의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우화의 세계’ ▲관람객의 참여로 이뤄지는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로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장욱진이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선물한 유화 20점, 매직화 50점, 먹그림 13점 등 1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지난 1941년 결혼을 자축하며 그의 부인에게 선물한 <원앙>, 지인과의 모임에서 화가 박한진의 손수건 위에 즉석으로 그려 낸 <해, 나무, 새>, 조카의 해외출장에 선물로 건넨 <무제> 등 다수의 작품은 작가가 전시를 목표로 그린 작품이 아닌 만큼 지금까지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가족과 지인의 품에 잠들어 있던 작품들이 베일을 벗고 일반 대중들에게 또 다른 선물로 기억될 예정이다. 특히 작품 관람이 끝난 뒤 관람객은 장욱진의 그림스티커를 벽면에 붙이며 제2의 작품을 만들 수 있고,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코너에서 가족의 의미와 따뜻한 사랑을 되새길 수 있다. 미술관 측은 해당 편지 가운데 매달 우수작품 20여점을 뽑아 에세이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백곤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회에 대해 “장욱진의 그림편지는 받는 사람들에게는 편지글보다 더 따뜻하게 사람들의 마음 속 감성을 일깨우는 특별한 선물”이라며 “이번 기획전에서 평생에 걸쳐 그려진 그의 예술편지의 수신자는 바로 우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욱진의 그림편지-선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