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자본주의 역사상 최악의 금융스캔들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일어나기 하루 전 24시간을 다룬 영화가 있다. 지난 2011년 개봉한 <마진콜>(Margin call)이다. 이 영화에서 대형투자은행 회장으로 분한 제레미 아이언스(존 털드 역)가 트레이딩 담당 임원인 케빈 스페이시(샘 로저스 역)에게 이렇게 말한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해를 보면) 1637, 1797, 1819, 1937, 1957, 1984, 1901, 1907, 1929, 1937, 1974, 1987, 1992, 1997, 2000…. 항상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거야. 우린 어쩔 수 없어. 우리는 그걸 통제하거나 멈추거나 느리게 하고 싶을 뿐이지. 옳은 선택을 했다면 돈을 벌 것이고 틀린 선택을 했다면 시장에서 내쳐질 거야.”

그의 말에 따르면 위기는 언제나 발생했고 찾아온 위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적으로 회복되는데, 여기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학습효과는 전문투자자에게만 학습된 것이 아니다. 이제는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남유럽 재정위기 등을 거치면서 상당히 학습됐다. 그래서일까. 최근 투자문의의 상당 부분은 ‘유가 하락에 의한 투자기회’와 관련된 것이다. 자산가들은 물론 평소 주식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 일반직장인 친구도 유가관련 투자에 대해 질문한다.

◆ 유가반등? “여전히 장밋빛 전망”

역발상 투자(Contrarian investment)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스마트한 개인투자자가 많다는 것은 시장이 아직 투자할 시점이 아니라는 얘기다. 대부분의 대중이 몰리는 곳은 살코기 없이 뼈다귀만 가득하거나 지속된 시장호황으로 거품 목욕에 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정교한 과학적인 근거라기보다는 역발상 투자관점에서 보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의 유가 하락과 비슷한 케이스는 지난 1983년 이후 총 6차례다. 지난 1997년을 제외하면 평균 하락 기간은 5~6개월, 고점 대비 하락 폭은 60% 전후다. 최근의 유가반등론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 중 하나도 이 같은 과거 경험적인 법칙을 무시할 수 없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나오는 유가반등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상당수의 글로벌 투자은행은 여전히 보수적으로 원유시장을 바라본다. 당초 ‘연내 50달러 이상을 회복’할 것으로 본 JP모건, 메릴린치, 시티 등의 투자은행도 사실상 그들의 목표치를 조금씩 하향하는 상황이다.

가장 최근 유가관련 의견을 내놓은 도이치은행은 “최근의 유가 상승은 미국의 시추공 수 하락의 영향이었지만 이것을 미국 석유 생산량의 감축으로 보기엔 너무 이르다”고 분석했다. 도이치은행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의 감축 여부는 빨라야 5월쯤 확인될 것”이라며 “최근의 유가 회복세를 중기간 관점에서 의미 있는 개선세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즈은행 역시 원유시장의 펀더멘털은 올 상반기에 악화될 것이며 유가를 기존전망보다 더 끌어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즈는 한달 전 발간한 유가전망 자료에서 올해 브렌트유가격을 배럴당 72달러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배럴당 44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공급이 줄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가 공급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굳이 떨어지는 칼날을 잡을 필요가 없다. 여전히 ‘유가 바닥론’은 뜨거운 감자이며 이번 경우를 보면 사실상 유가의 바닥가격도 중요하지만 반등이 나올 경우 어느 수준까지 오를 것인지도 중요하다.

예컨대 유가가 하락할 때마다 분할해 평균 35달러 수준에서 유가에 투자했다고 할 경우 유가 반등 폭이 70~80달러가 된다면 성공적인 투자가 되겠지만 반등 폭이 40~45달러에 그친다면 애매할 수 있다. 유가와 관련된 원자재(Commodity)시장에 대한 정보 접근도 어렵고 상당수의 유가관련 투자가 파생상품과 연관된 점을 감안하면 위험대비 수익이 예상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임종철

◆ 본인 성향 고려해 투자해야

비이성적으로 단기간에 급락한 자산을 매입하는 전략에 대해서는 충분히 동의한다. 경험적으로도 시간과 자본력만 충분하다면 이런 자산에 대한 투자는 성공확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경우 너무 성급하게 이 시장에 진입할 필요가 없다. 어디까지나 포트폴리오의 일정수준에서 투자를 진행해야 하며 투자할 경우 어떤 자산으로 투자를 진행할 지도 본인의 투자성향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이를테면 원유반등 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원유생산 관련이나 정제관련 기업의 주식을 분할로 매입할 수도 있고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원유선물이나 원유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인 UCO(PROSH ULT CR RTF, 원유 2배 ETF), UWTI(VS 3X LONG CRUDE, 원유 3배 ETF) 등에 투자할 수도 있다.

성향이 다소 보수적이라면 국내 상장된 타이거(TIGER)원유 ETF나 해외 ETF인 USO(UNTD ST OIL FUND)를 고민할 수도 있다. 이도 아니면 유가반등과 인컴을 가져가는 AMLP(Alerian MLP ETF, 평균 기대 배당수익률 연 6.5%)나 ZMLP(Direxion Zacks MLP, 평균 기대배당수익률 연 8.4%) 등도 좋은 대체수단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유가의 바닥을 얼마나 정확하게 잡느냐에 따른 마켓타이밍식 투자보다 충분한 시간과 자본을 확보한 상황에서 본인의 성향에 맞는 자산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의 위기는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기회를 잡는다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과정에서의 타이밍과 투자대상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영화 <마진콜>의 제레미 아이언스의 말처럼 “시장은 언젠가 진흙탕에서 빠져나가기만 하면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