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시 용산구에 자리한 사회적기업 '두바퀴희망자전거' 직원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사진=박정웅 기자
가족사나 구제금융의 긴 어둠처럼 오늘에서야 되새긴들 부질없는, 애절한 지난날의 레퍼토리를 묻지 않았다. 지난 골 깊은 사연이 저마다 가슴 속 심문(心紋)으로 물결치는 마당에 누구누구의 신파가 더했냐고 덜했냐며 묻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짓이리라.



미세먼지 탓인지 입안이 텁텁했던 지난 10일, 폐자전거에 새 삶을 불어넣고 있는 서울 용산구 두바퀴희망자전거(대표 여재훈 신부)를 찾았다. 경부선 철길과 청파로 사이, 두바퀴희망자전거를 알리는 조립식 철골 구조물이 욱천고가와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현관 크랭크 손잡이를 돌리자 특유의 공작소 소음이 매캐한 공기를 타고 내려앉았다.



두바퀴희망자전거는 9년차에 접어든 노숙인들의 사회적기업이다. 초기 리사이클링(재생자전거)에서 업사이클링(디자인 생활용품)까지 제품 영역을 넓혀 왔다. 또 공공자전거 납품과 위탁관리, 뚝섬나눔장터, 자전거나눔사업, 정비교육 등 수익 모델을 다각화해 자활환경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두바퀴희망자전거를 처음 만난 건 이곳 용산이 아닌 청계천 광교 아래였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노숙인 지원사업인 '리.메이크' 프로젝트의 착한경매 첫 작품, '플러스 왜건 바이크'를 광교갤러리에서 만난 것. 플러스 왜건 바이크는 지난 주 낙찰가 199만원에 새 희망을 쏘아 올렸다.



지난주까지 청계천 광교갤러리에 전시된 노씨의 '플러스 왜건 바이크'/사진=박정웅 기자
플러스 왜건 바이크는 지난여름부터 두바퀴희망자전거에 둥지를 튼 노모씨의 작품이다. 노씨는 전문 디자이너와 손을 맞잡아 빈티지풍의 멋진 자전거를 내놨다.



노씨의 일은 커스텀 페인팅(도색)이다. 버려진 자전거 프레임이나 포크를 어루만져 새살을 입히는 작업이다. 또 솎아낸 쓸 만한 부분품을 갈고닦아 마치 새것인양 광을 낸다. 이런 것들이 그와 동료의 손을 거쳐 새 자전거로 거듭난다.



이외에 노씨는 틈나면 캐리커처를 그린다. 작업장 동료의 특징을 꿰뚫어 그린 것만 벌써 수 십장이다. "어릴 때 만화에 빠져 따라그리기를 좋아했어요. 잊고 있던 것을 이곳에 와서 다시 시작했지요. 동료들이 '어쩜 똑 같이 그릴 수 있냐'며 엄지를 내보일 때 머쓱한 기분이란…."



미술의 '미'자도 배우지 않은 노씨의 드로잉 솜씨는 수준급. 이를 알아본 전문 디자이너들이 전시회 제안을 꺼냈다 한다. "바쁜데 한가하게 그림 그릴 시간이 어디 있어요. 짬나면 그리는 거지. 일 마친 뒤 홀로 있는 시간이면 동료 얼굴이 또렷이 떠올라요."



전시회 이야기에 먼저 손사래를 치는 노씨. 비슷한 처지의 동료를 무심코 그린다지만 그의 연필 끝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어둠이여

어둠보다 깊은 체념이여

우리가 휘두르는 망치 아래 휘어지고 끊기는 철근

그것들과 함께 묶여

뼛속까지 스며서야 비로소 멈추는 아픔을

원색의 욕설과 독한 술로 지우듯

우리는 어둠을

어둠보다 깊은 체념을 지울 수 있다



우리는 노래를 지우고

우리는 노래를 그릴 수 있다

우리는 눈물을 지우고

우리는 눈물을 그릴 수 있다



우리는 모두를 지우고

우리는 모두를 그릴 수도 있다

- 김해화 시인 <인부수첩 1. 우리들은> 일부



두바퀴희망자전거에는 한솥밥 8년차부터 일단 들어오면 나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니까요. 하는 일이 있고 갈 곳이 있고 말벗이 있고 몸 누일 곳이 있기 때문이죠." 안팎살림을 맡은 이형운 사무국장에게 그간의 소회를 묻자 "무엇무엇이 있다"라는 담백한 답이 되돌아온다.



"의식주가 해결되면서 잃었거나 놔버렸던 기본적인 것들이 복원되는 거죠. 가령 때우는 끼니에서 고르는 메뉴로 옮아가요. 여기다 당구 모임이나 삼겹살 파티, 단체여행 등의 취미와 기호 활동이 삶에 탄력을 더해요. 무엇보다 관계가 재생되는 겁니다. 다시 간직한 휴대폰으로 부모와 형제, 지인과의 관계의 끈을 되살리는 거죠."



한편 체인라이팅이 <a href="http://www.remake.or.kr" target=_new>착한경매(www.remake.or.kr)</a>에서 노씨의 플러스 왜건 바이크의 뒤를 잇고 있다. 리메이크 프로젝트 두 번째 작으로 체인을 돌릴 때마다 스탠드 각도가 달라지면서 사방에 밝은 빛을 선사하는 매력이 특징이다. 경매 마감은 12일 자정까지다. 다음은 휠클락이 세 번째 희망을 그린다.



☞ 두바퀴희망자전거란

노숙인들이 폐자전거를 재활용해 리·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자활을 꿈꾸는 사회적기업이다. 2007년 자활사업단 취지로 문을 열어 2013년 혁신형 사회적기업이 됐다. 현재 일정 프로그램을 거친 조합원 10명을 비롯해 30여명이 새 희망을 그리고 있다. 재생자전거(리사이클링)와 업사이클링(생활용품) 제품을 제작, 판매한다. 이외에 공공자전거 납품과 위탁관리, 정비교육 등의 다양한 수익 모델을 창출해 자활 실효성을 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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