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애플에 중국산 메모리 칩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애플 스토어. /로이터=뉴스1


미국 정부가 애플에 중국산 메모리 칩을 사지 말 것을 직접 요구하고 나섰다.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애플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메모리 구매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러트닉 장관은 "위대한 미국 기업이 중국산 메모리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메모리 문제에는 다른 해결책이 있어야 하고 애플 측에 이러한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는 메모리 슈퍼사이클 속 중국과의 접촉을 통해 공급 부족을 해결하려던 애플의 입장과 충돌하는 것이다. 애플은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메모리 부족을 해결하고자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제품 도입을 검토해왔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에서 판매할 아이폰과 맥북에 중국산 메모리를 탑재하기 위해 CXMT의 칩을 시험했다고 전해졌다.



사비 칸 애플 COO(최고운영책임자)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에 모든 선택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기존 공급업체와 함께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아이폰에 들어가는 여러 부품은 애플의 요구에 맞춰 제작된다. 반면 메모리는 맞춤형 비중이 크지 않은 범용 부품이다. 이 때문에 애플이 중국산 표준형 메모리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미국 법규상 애플이 CXMT나 YMTC에 회사 제품 맞춤형 칩 생산을 위한 설계나 제품 정보를 제공하려면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시장에서 유통되는 표준형 메모리 칩을 구매하거나 가격 협상을 하는 것까지 막지는 않는다. 애플이 중국 현지용 제품에 중국 메모리를 검토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도 애플의 계획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 정치권의 반발도 커지고 있어서다.

마이크론은 중국산 메모리 채용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백악관 설득에 나섰다. 미국 상원의 초당파 의원들도 지난 7월 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 메모리 칩을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

중국 CXMT와 YMTC가 미국 상무부의 수출 통제 명단에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두 기업은 미국 국방부가 중국 군사 관련 기업으로 지정한 업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