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를 활용한 재벌총수들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편법승계를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정무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양천갑 지역위원장)은 26일, 자사주를 활용한 재벌총수의 부당한 지배력 강화와 편법적인 경영승계를 제한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및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상법(제369조)에 따르면 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그러나 회사가 2개로 분할할 경우 사실상 의결권이 부활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컨대 인적분할 이전에 대주주가 A회사 주식 20%를 보유하고 있고, A회사가 자사주 15%를 보유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인적분할로 A1, A2 두 회사로 나눠지면 A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A1(지주회사) 쪽으로 이전된다.

현재 자사주 관련 규정이 미비해 신설회사인 A2(사업회사)가 신주를 배정할 때 자사주에도 신주배정이 이뤄진다. 지주회사는 사업회사가 자사주에 신주로 배정한 15%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대주주는 자신의 20% 지분 이외에 자사주에 신주로 배정한 15% 지분의 의결권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돼 사실상 경영권과 지배력이 35%로 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땅콩회항' 사건의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3년 8월 대한항공과 한진칼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실시했다. 그 결과 조양호 일가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9.87%에서 16.62%로 늘어났다. 자사주 6.75%가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승계되고 그만큼 대한항공 신주를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통해 사업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지배력이 강화되면 대주주는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만 강화하면 된다. 지난해 10월15일부터 11월5일까지 한진칼과 대한항공은‘주식교환’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조양호 일가는 대한항공 주식을 한진칼에 건네고 그 대가로 1대 1.58의 비율로 한진칼 주식을 받았다. 그 결과 조양호 일가의 한진칼 지분율은 23.24%로 늘어났다.

최종적으로 조양호 일가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 6.75%를 포함해 30%까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자사주와 인적분할로 지배력 강화의 마법을 부린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회사돈을 활용해 재벌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변종 순환출자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대한항공만이 아니다.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주식회사 한진중공업홀딩스는 자사주 비중을 18.5%로 늘렸고, SK주식회사도 자사주 비중을 17%로 확대했다. 최근 경영권 승계를 앞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말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자사주 비중을 늘렸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27일부터 지난 1월26일까지 2조4459원의 자금을 들여 자사주 190만주를 매입했다. 2007년 이후 6년 만이다. 자사주 지분율은 11.1%에서 12.2%로 늘었다. 지금은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이 되면 12.2%의 의결권이 부활한다. 자사주를 보유한 (가칭)삼성전자지주회사가 삼성전자사업회사의 최대주주가 되는 셈이다.

이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분율(3.38%)의 3.6배이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율(0 57%)의 21.4배에 해당한다.

자사주를 통해 삼성전자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만 강화되면 주식교환 방식의 유상증자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김 의원은 내다봤다.

그는 "한마디로 1단계는 자사주 비중 확대, 2단계는 인적분할을 통한 자사주 의결권 부활, 3단계는 주식맞교환을 통한 지주회사 지배력 강화의 수순"이라며 "따라서 최근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의 자사주 확대는 회사의 돈을 활용한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지주회사를 설립 또는 전환하기 위해 인적분할 할 경우 반드시 자사주를 미리 처분할 것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자사주를 미리 처분하기 전에는 지주회사의 설립과 전환에 관련한 모든 행위를 금지헤 경제력 집중과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방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상법 개정안은 회사가 인적분할 할 경우 기존 자사주에 대해서는 신주 배정을 금지토록 했다. 이 역시 자사주를 통한 부당한 소유지배구조의 왜곡을 시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김 의원은 "대한항공 사건에서 조현아 부사장이 상식불가의 갑질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조양호 일가가 자사주를 활용해 이미 대항항공에 대해 무소불위의 지배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재벌3세들이 돈 한푼 들이지 않고 회사 돈으로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편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며 "경제정의 차원에서 이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부당한 소유지배구조 왜곡과 편법적 경영권 승계를 강력히 규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김 의원을 비롯해 김현미, 민병두, 박민수, 박영선, 송호창, 이개호, 이원욱, 이학영, 이해찬, 전순옥, 한명숙 등 12명의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