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서 공모를 통한 협상에 의한 계약’이 일선 자치단체와 업체간 일명 ‘짬짜미’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3일 전남 보성군과 일부 업체 등에 따르면 보성군은 지난해 말 6억원의 예산으로 벌교읍 일원을 근대의 시대적 배경을 연출하기 위해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업체를 선정, 거리 조성에 나섰다.
 
그런데 보성군이 간판 및 파사드 정비와 가로등 개선 사업에 참여할 업체들의 자격 제한을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
 
◆보성군, 과도한 입찰 자격 제한…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보성군이 제시한 제안 입찰 자격을 살펴보면 산업디자인전문회사로 환경을 포함하는 종합디자인분야 등록은 물론 옥외광고업 등록 업체로 한정하고 있다. 
 
‘환경을 포함하는 종합디자인 회사’는 전남지역에서 2~3곳의 업체만이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보성군은 최근 3년간 국가나 지자체 발주 단일 건 1억원 이상, 가로환경디자인 관련 용역 수행한 업체로 제한했다.
 
특히 가로환경디자인 인정범위는 디자인거리 등 본사업과 유사한 분야로 하고 실적인정 여부는 보성군이 판단하겠다며 참가 자격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덧붙여 디자인 용역이 포함되지 않은 단순실적은 시공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평가위원의 결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며 평가 내용은 비공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성군은 업체에서 제출한 제안서 공개도 꺼리고 있는 가운데 참가한 업체들의 점수도 현격차 차이를 보여 일부 업체에서는 '특정업체 밀어주기'와 '들러리'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보성군이 공개한 업체들의 점수를 살펴보면 ‘ㄱ’업체가 92.8점, ‘ㄴ’업체가 80.2점 ,‘ㄷ’업체가 78.95점을 각각 얻었다. 
 
1위 업체와 3위 업체간 점수 차이가 무려 13.85점이나 벌어졌다. 1위와 2위 차이도 12.6점이다.
 
A업체 관계자는 “1위와 2위 점수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이례적이란 반응과 함께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B업체 관계자는 “보성군이 요구한 이런 자격요건을 갖추고 사업을 하는 곳이 광주·전남업체 중 몇 곳이나 될는지… 아마 손가락으로 꼽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체들 ‘제안서 공개 해야’… 보성군, 지적재산 공개 못해=이렇다보니 ‘협상에 의한 계약’을 독식하는 몇몇 업체간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것은 물론 계약 심사 후 당락에 따라 불필요한 오해가 업체 간 고소·고발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에도 광주와 인근 지자체에서 ‘협상의 의한 계약’과 관련해 심사위원에 뒷돈을 제공한 한 업체가 적발돼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치 않도록 지자체들이 투명하게 제안서 공개는 물론 참가 자격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B업체 관계자는 “제안서 공개야 말로 지자체와 업체, 심사위원들 모두가 부정과 각종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보성군 관계자는 “제안서는 업체의 지적 재산권이며 해당 지자체의 지적 재산권이기도 하다”며 "공개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보성군의 주장에 대해 C업체 관계자는 “사업이 시작되면 어떻게 시공이 되었는지 제안서가 어떻게 구성이 됐는지 바로 알 수 있는데 보성군이 허무맹랑한 말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토해냈다.
 
◆심사위원과 업체간 검은 뒷거래 의혹 제기=여기에 ‘협상에 의한 계약’시 업체와 심사위원간 수백 만원의 뒷돈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까지 업계에서 나돌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 지역에서 발주하는 ‘협상의 의한 계약’이 일명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치부되어 타지역 업체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 일부 업체들의 설명이다.
 
보다 많은 전국의 업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최우수 업체를 선정해야 하지만, ‘협상에 의한 공모’가 지역색으로 도배 된 것도 부족해 특정 집안잔치로 전락했다는 것.
 
이번 보성군의 경우도 계약 심사에 참여했던 심사위원 7명 중 6명이 이 지역 교수들로 포진됐다. 나머지 1명도 인근 지역 공무원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성군 관계자는 “3배수의 심사위원을 선정한 후 업체들이 뽑은 심사위원으로 구성해 부정이 개입할 소지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번 심사에 참여한 한 교수도 본보와 전화를 통해 “광주에서도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안다.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까봐 심사에 참여하기를 교수들이 꺼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구나 업체와 심사위원간 뒷돈 거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발끈했다.
 
D업체 관계자는 "광주전남지역 '협상에 의한 계약'은 특정업체 두 곳이 70~80%는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들 업체와 심사위원간 검은 연결고리에 대한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사법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한편,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이 지역 관련학과 교수뿐만 아니라 타지역 관련 분야 전문가들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력풀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