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방침과 키워드를 제시하고 글로벌 선도업체로 도약하기 위해선 제품 경쟁력과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한 집중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회장은 올해 글로벌 자동차 생산·판매 목표를 820만대로 확정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오는 2018년까지 총 8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2020년까지 친환경차 라인업을 22차종 이상으로 확대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친환경차 점유율 ‘넘버 2’ 진입을 노리는 한편 엔진 성능 개선, 차량 경량화 등의 노력을 병행해 2020년까지 평균 연비를 25% 이상 높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4년간 공장 신·증설 등 생산능력 확대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 매입, IT(정보기술) 인프라 확충 등 시설투자에 49조1000억원, R&D에 31조6000억원 등 총 80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자동차부문 투자가 전체의 85% 이상인 68조9000억원에 달한다. 연간 세계 판매량 800만대 달성 이후 ‘포스트 800만대 체제’ 강화 차원에서 완성차 경쟁력 향상을 최우선 추진 과제로 삼은 결과다.
가장 눈길이 가는 투자부문은 연구개발(R&D)이다. 올해 정부의 R&D 예산(18조9000억원)보다 많다. 이 같은 규모는 ‘R&D 투자에 기업의 미래가 달렸다’는 정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올해 시무식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 경쟁력은 우리가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 개발 능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R&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중국·멕시코 등 성장시장에 공장을 신설해 현지 전략차종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울산·화성·서산 등 국내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생산능력도 크게 늘리고 차세대 파워트레인 R&D 및 시설 투자도 단행한다. 차세대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플랫폼, 미래형 시트, 경량화 신소재 등 차량 경쟁력 잣대로 새롭게 부각된 분야의 관련 기술 확보도 추진된다.
소재·물류·건설 등 자동차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문에는 11조8000억원이 투자된다. 철강부문 투자로 연비, 안전성 등 차량 경쟁력과 직결되는 고성형 초강도강, 특수강 등 철강 소재와 경량화 소재 등 첨단 신소재 개발 역량을 강화한다. 선박 구입 확대 및 물류 처리 능력 강화 등 물류와 건설 투자도 진행된다.
◆국내 투자 집중, 경제 활성화 나서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에 한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국내 투자 금액이다. 그룹이 투자할 예정 금액 전체의 76%에 달하는 61조2000억원이다. GBC 토지 매입비 등 시설투자에 34조4000억원, R&D에 26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시설 투자가 R&D 투자보다 큰 것은 한전 부지 매입비 11조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부지매입 계약금 1조원가량을 이미 지급했고, 올해 잔금 9조5000억원을 내야 한다. GBC 건축이 시작되기 전까지 투입될 인허가 비용 1조5000억원가량도 이번 투자금액에 포함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GBC 건설이 오는 2018년 이전으로 당겨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투자 금액에는 GBC 건축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R&D 투자의 절반인 13조3000억원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전용 모델,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11조3000억원)와 자율주행 기술 등 스마트차(2조원)부문에 집중된다. 4조8000억원가량은 성장시장 대응을 위한 현지 전용차 개발 등에 쓰인다. 현대차는 아울러 GBC 건설과 관련 4225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R&D 인력 7345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연비전쟁’ 시동 “2020년까지 25% 향상”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 외에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카드를 하나 더 꺼내들었다. 바로 ‘연료소비효율’(연비)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연비를 2014년보다 25% 향상하는 내용의 ‘2020 연비 향상 로드맵’을 최근 발표했다. 정 회장이 “202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연비 경쟁력을 확보하라”고 특명을 내린 뒤 누차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파워트레인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어 단계별 연비 향상 목표를 수립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위해 ▲차세대 파워트레인을 개발하고 ▲차량의 무게를 줄이고 ▲친환경차를 확대하는 3가지 전략에 집중하기로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현대차와 기아차의 평균 연비는 각각 L당 16.9㎞와 18.0㎞였다. 지난 2009∼2012년 현대차가 연비를 연평균 4.9%, 기아차가 3.9% 향상시켰지만 앞으로 6년간 25%를 더 높인다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다. 최근 내연기관 엔진의 효율성이 대폭 향상된 상황에서 획기적 기술 개발 없이는 엔진 효율성을 더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우선 현재 보유 중인 10종의 엔진 라인업 중 70%를 차세대 엔진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연비와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터보차저를 장착한 엔진과 신형 디젤엔진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재 8속이 최대인 후륜 변속기의 변속 단계를 더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오는 2020년까지 가솔린엔진은 11∼13%, 디젤엔진은 16∼18% 연비가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변속기를 통해서도 2∼9% 연비 향상 효과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차량 경량화를 위해 초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을 올해 33∼52%에서 오는 2018년 48∼62%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초고장력 강판은 일반 강판보다 무게가 10% 가벼우면서도 안정성은 두배 수준이다. 고강도 알루미늄 휠, 발포플라스틱 도어내장재 등 경량소재 적용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통해 주요 차종의 중량을 평균 5% 이상 낮출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