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는 중립적 입장인 반면 생명보험사에서는 손해사정사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도 손해사정사 의무 고용 문제를 두고 여야가 부딪힌 상황이다.
◆ 야 “손해사정사 의무 고용해야”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소비자연맹은 한국손해사정학회와 함께 지난 10일 국회에서 ‘소비자권익 증진을 위한 손해사정제도 운영 개선방안(Ⅱ)’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손해사정의 필요성 여부가 집중 논의됐다.
손해사정사는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일시, 장소, 보험의 목적, 사고의 원인, 손해상황 및 손해액추산, 계약사항파악 등을 판단해 보험금을 계산한다. 보험사는 손해사정사의 판단 결과를 토대로 보험금 지급 여부, 액수 등을 최종 확정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보험사는 자사에 소속된 손해사정사나 계열사에 관련 업무를 맡기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손해사정의 독립성, 객관성, 공정성 제고를 위해 보험사의 자기 손해사정 비율을 50% 미만으로 의무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세미나를 주관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보험사의 자기손해사정에 대한 법적 규제장치의 부재는 손해사정시장이 우월한 자본력을 갖춘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폐단을 낳았다”며 “이로 인해 손해사정사들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서 공정하게 손해사정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손해사정사 제도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해온 근본 이유가 됐다”고 주장했다.
현행 보험업법(제182조)에서는 손보 및 제3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는 자신이 고용한 손해사정사 또는 외부의 손해사정사에게 손해사정업무를 맡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3보험은 제1보험인 생명보험과 제2보험인 손해보험이 성격을 모두 가진 보험(질병· 상해·간병보험)이다.
손보업계는 이러한 의견에 부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중립적 입장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손해사정업무는 보험업의 본질적 요소”라며 “보험금 지급의 적정성 확보와 민원해소를 위해 보험사로서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자사나 계열사에 고용한 손해사정사의 대량실직을 우려하고 있다. 박종화 손해보험협회 상무는 “국회에서 손해사정과 보험사를 떼어냈을 때 발생할 소송 등의 부작용을 감안해 다뤄야한다”고 우려했다.
◆ 생보업계 “손해사정이 웬 말?”
반면 생명보험사들은 손해사정사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사고가 나면 가해자나 원인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손해사정사가 필요하지만 제3보험은 약관에 의거해 보험금을 지급한다”며 “생보사 입장에서는 손해사정사가 사실상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손보험의 경우도 대체로 의사진단에 따라 치료비를 지급한다”며 “생보사에 손해사정이 필요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 측에서는 ‘생명보험사에 대한 손해사정사 고용 및 위탁 면제’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보험사의 손해사정사 비율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학계 관계자는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자기 손해사정을 전면금지할 경우 합리적인 대안이 없으므로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민병진 금융소비자연맹 본부장은 “손해사정의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손해사정업무 처리절차에 대한 모호성이 문제”라며 “손해사정의 공정성을 위해 중립성을 보장하고, 손해사정서 작성의무를 강화하며 업무처리절차에 대해 처리기한을 명확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