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일어나 조깅을 한다. 스마트워치는 내가 뛸 때마다 뛴 거리, 소모한 칼로리, 심박수 등을 체크하고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알람으로 이를 알린다. 출근시간이 다가오면 실시간 교통상황을 체크해 회사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알려준다. 회사에 도착하면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 컴퓨터가 연동된다.
◆IT업계, 웨어러블에 집중
스마트워치는 소프트웨어에 따라 더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커피숍이나 사무실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한 순간이라도 없으면 불편할 정도로 필수품이 됐지만 스마트워치는 좋은 기능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아직 보급되지 않았다. 스마트워치는 얼리어답터나 운동선수 등 특정계층에서만 사용된다.
하지만 모든 IT업계의 눈은 스마트폰을 넘어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기기로 향해 있다. 그렇다면 웨어러블기기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부터 살펴보자.
첫째,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의 편리성이다. 일반소비자들은 스마트폰만으로도 충분히 편리하게 생활하고 있어 웨어러블기기의 추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둘째, 웨어러블(wearable)기기임에도 착용(wear)하기 싫어한다는 점이다. 초기 제품들이 스마트한 IT기술에 집중하다 보니 디자인이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웨어러블기기가 스마트폰시대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으면서 IT업계와 패션업계가 만났다. IT업체가 높은 기술 수준만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젠 IT제품도 패션을 입고 있다. 애플은 버버리 CEO 출신 안젤라 아렌츠가 유통부문을 이끌고 이브생로랑 CEO 출신 폴 드네브와 버버리 소셜미디어 마케팅 담당이었던 무사 타라크 등 패션통 4인방으로 진영을 갖췄다.
구글도 글래스의 기술력에 패션을 입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디자이너 출신이자 캘빈클라인, 코치, 스와치 등 세계적인 패션브랜드에서 마케팅 경험을 쌓은 아이비 로스에게 글래스사업을 맡겼다.
애플은 스마트워치에서 스마트부문과 워치(시계)부문을 모두 챙겼다. 스마트워치를 출시하기 6개월 전부터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을 쏟았다. 전화·문자·이메일·SNS·음악감상 등의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이고 애플리케이션과 연계하면 핀테크, 헬스케어부문도 충분히 해낸다. 또 ‘애플워치’, ‘애플워치 스포츠’, ‘애플워치 에디션’ 등 3가지의 38개 모델을 제시해 시계로서의 매력도 뽐냈다. 시계 인터페이스 역시 사용자가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
발전한 디자인의 애플워치는 미국시장에 나오자마자 6시간 만에 1차 판매량 전모델이 품절됐다. 중국에서는 18K 최고가 모델이 2000만원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예약주문 1시간 안에 매진됐다. 애플워치 예약판매 첫날 판매량이 100만대에 육박한 것으로 예측될 정도다. 삼성, LG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워치의 지난해 전체 판매량을 넘어서는 수치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올해 스마트워치시장이 500% 이상 성장하는 가운데 그중의 절반을 애플이 독식할 것으로 예측했다.
애플, 삼성전자, LG전자의 대결이 스마트폰시장에서 스마트워치로 이동했다. LG전자는 지난달 말 세계 최초로 LTE통신 스마트워치인 ‘어베인’을 출시했다. 어베인은 안드로이드웨어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스마트폰과는 독립적인 번호를 받고 자체적으로 전화, 인터넷 등 LTE 통신을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기어 시리즈를 발전시킨 스마트워치 기어A 출격을 준비 중이다.
전통적인 IT업체 외에도 명품시계브랜드인 태그호이어가 구글, 인텔과 함께 스마트워치를 출시한다고 공식 발표해 스마트워치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 간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핀테크·헬스케어 분야 ‘활발’
IT 외의 다른 업계 역시 웨어러블을 이용한 서비스 개발에 힘쓰고 있다. 웨어러블기기가 대중화되면 기존 업계에도 새로운 먹거리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인 곳은 핀테크와 헬스케어 분야다. 국내외 금융회사들은 핀테크시장을 이끌기 위해 웨어러블기기에 금융서비스를 담고자 노력 중이다. 이미 호주 헤리티지은행은 NFC칩을 내장한 웨어러블기기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호주의 벤딩고 애들레이드은행도 삼성 갤럭시기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제서비스 ‘레디’를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NH농협은행이 처음으로 ‘워치뱅킹’을 선보였으며 앞으로는 송금도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보험업계의 움직임도 빠르다. 최근 미국의 한 보험회사는 고객에게 대표적인 피트니스 웨어러블기기인 ‘핏빗’을 나눠주고 고객의 운동량과 연계해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보험료를 최대 15%까지 할인해주는 서비스에 소비자의 호응도가 높다.
웨어러블기기는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빛을 발할 전망이다. 미국 헬스케어업체 덱스컴은 매일 아침마다 혈당을 체크해야 하는 당뇨환자를 위해 웨어러블기기로 혈당을 계산해주는 데이터 통신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일부 격렬한 운동 종목의 경우 경기 중 돌연사를 방지하기 위해 스마트 속옷의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타임지에서 선정한 최고의 발명품에 이름을 올린 것은 애플워치, 스마트링, 셀카봉 등이다. 스마트워치는 들어봤어도 스마트링은 낯선 독자가 많을 것이다. 전세계 가전업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CES 2015’에서도 스마트링이 크게 주목 받은 만큼 스마트워치나 스마트반지를 이용해 헬스케어 받을 날이 머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투자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의외로 쉽게 답이 나온다. 웨어러블기기가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올수록 소중한 개인정보의 보안이 핵심이 될 것이다. 민감한 사생활이나 건강정보 유출에 대한 문제가 심각할 수 있어서다. 웨어러블기기도 여타 기기처럼 기억과 정보처리장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반도체와 통신데이터 처리 관련 보안기업이 큰 수혜를 입을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