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CJ대한통운은 1분기 영업이익이 476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대비 72.2%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1813억원으로 9.7% 성장했고, 당기순이익은 74억원으로 4916% 늘었다.
시장에서는 택배산업이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계약물류(CL)분야 마진이 신장된 것이 CJ대한통운의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육상운송이 대부분인 계약물류사업의 매출 총이익률(GPM)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포인트 오른 13.1%를 기록했다”며 “수익이 낮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판가를 인상하면서 마진이 개선됐고 계약물류부문의 마진개선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효과가 87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눈에 띄게 성장한 분야는 택배다. 신민석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택배사업부의 매출액이 전년대비 20.9% 늘었다. 이는 소셜커머스업체들의 증가로 인해 택배 물동량이 전년대비 23.8% 늘었기 때문”이라며 “덕분에 택배사업부의 이익이 전년대비 30.9% 증가하면서 이익성장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다만 당기순이익이 74억원에 그친 것은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1분기에 금호리조트 매각이익(40억원) 효과가 제거됐고, 인천 북항 투자자산의 손상차손 처리(60억원), 싱가포르 NOL의 자회사인 APL로지스틱스 인수 자문료 지불 등 일시적 효과가 발생하면서 영업외 손익이 부진했기 때문이라는 것.
일시적 효과가 사라지면 올 2분기 실적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수정하지 않았다. CJ대한통운이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증권가로부터 냉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호실적 잇는 '국가대표 택배'
증시전문가들은 CJ대한통운의 올해 실적이 전반적으로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CJ대한통운의 성장세는 2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약물류사업부문의 경쟁력 강화 노력이 이어지면서 추가 이익률 개선이 예상되고 중소택배업체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CJ대한통운 택배사업부문의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CJ대한통운이 지속적인 노력으로 체질개선을 이뤘다면 올해는 탄탄해진 체력을 바탕으로 외형성장을 이끌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외성성장이 구체화 된다면 주가가 한단계 레벨업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재학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올해 CJ대한통운의 호실적을 예상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1분기 택배의 평균단가는 B2C 물량의 증가로 인해 전분기 대비 2% 감소했지만 원가도 낮아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현재 CJ대한통운은 택배처리물량을 늘리기 위해 수도권 투자를 진행 중인데, 이에 따라 일별 택배처리물량이 현재 340만건에서 오는 9월까지 약 440만건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택배처리물량이 증가하면서 시장지배력 또한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 같은 택배부문의 호조세에 따라 올해 CJ대한통운의 영업이익은 2147억원, 내년엔 266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PER 39.1배, 주가 무거워서?
대다수 증시전문가가 이처럼 CJ대한통운의 올해 실적을 낙관하면서도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올리지 않았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실적 발표 이후 지난 4일까지 총 10개 증권사에서 CJ대한통운에 대한 리포트를 내놨다. 이 가운데 목표가를 올린 회사는 KTB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뿐이다. 이들은 CJ대한통운의 목표가를 22만원에서 24만원으로 직전대비 9.90% 올렸다. 이들을 제외한 증권사 대부분은 목표가를 바꾸지 않았다.
투자의견을 바꾼 증권사는 하나도 없었다. 증권가에서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받아들여지는 중립(HOLD) 의견도 3개사(KDB대우증권, LIG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나 된다. 목표가도 현 주가 대비 그리 높지 않다. 현재 CJ대한통운에 대해 목표가를 가장 높게 제시한 증권사는 이베스트투자증권, KB투자증권, HMC투자증권 등이다. 이들은 목표가로 25만원을 제시했다. 지난 6일 기준으로 CJ대한통운의 주가는 20만원이다. CJ대한통운에 대해 가장 좋게 보는 증권사들도 이 회사가 12개월간의 상승여력이 25%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본 셈이다. 현 주가 수준이라면 오는 6월15일부터 상·하한가 제한폭이 30%로 증가하면 1거래일 만에도 목표가에 닿을 수 있다.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하고 목표가를 제시하지 않은 류제현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CJ대한통운의 택배 정책은 단가 개선에서 물량 확대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 및 시장점유율 확대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물량 확보를 통한 점유율 상승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지만 단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들어 중립 의견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그가 이 회사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한는 이유는 ‘주가’ 때문이다. 현재 CJ대한통운의 주가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PER) 39.1배에서 거래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3년 평균 연평균성장률(CAGR)이 45.8%임을 감안하면 현 주가가 크게 비싸지는 않지만 저렴한 수준도 아니라는 것.
특히 전문가들이 일관되게 지적하는 부분이 있다. CJ대한통운이 M&A(인수합병)를 통한 성장확대가 필요하다는 것. 류 애널리스트는 “기업가치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인수합병이나 조인트벤처(JV) 설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중립 의견을 유지한 김기태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김 애널리스트는 “온라인·모바일 쇼핑의 확대와 직구·역직구의 증가로 인해 택배 물동량은 꾸준히 증가할 수 있어 CJ대한통운의 시장 1위 지위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한다”며 “꾸준한 성장은 가능해 보이지만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회사에 대한 투자를 고려한다면 단기적인 실적 성장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