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굉필, 학문으로 살고 지다
김굉필은 어렸을 때 꽤 개구쟁이였던 것 같다. 호탕하게 놀기를 좋아하고 거리낌이 없었다고 하니 말썽도 꽤나 피웠을 것이다. 그는 18세에 결혼하면서 소위 말해 철이 들었다. 합천에 있는 집안에 장가를 들면서 처가 근처에 ‘한훤당’이라는 서재를 짓고 학문을 닦기 시작했다. 마침 인근 함양에 김종직이 군수로 있었는데 그와의 만남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김굉필은 김종직에게 <소학>을 배우기 시작하며 수제자가 됐고, 정몽주-김종직-김굉필로 이어지는 조선 성리학의 맥을 잇는다. 자신 또한 큰 스승이 돼 조광조, 김안국, 성세창, 이장곤 같은 인물들을 제자로 배출한다.
김종직에게 배웠고 조광조를 가르친 것. 이것이 그의 삶과 죽음과 업적을 모두 설명한다. 우선 그의 스승 김종직은<조의제문>을 썼다. 이것은 무오사화의 불씨가 돼 조정과 유림에 피바람이 일어난다. 김종직의 제자였던 김굉필 역시 연좌제로 엮여 결국 유배지에서 사약을 받게 된다. 한편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 김굉필을 복권한 사람은 조광조다. 그는 연산군을 폐위시킨 중종반정의 주요인물이다. 조광조는 스승인 김굉필을 복권해 중종 2년에 추증됐고, 선조 8년에 영의정에 증직되고, 광해군 2년에는 동방오현의 한사람으로 문묘에 배향되는 영예가 주어진다.
아쉬운 것은 자료다. 조선 성리학의 맥을 이은 김굉필의 높은 학문과 지혜를 담은 그의 저술은 두번의 사화를 겪으며 거의 다 불타버리고 말았다. 비록 기록은 부족할지라도 도동서원이 남아 그를 기리고 상상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성리학을 닮은 도동서원
도동서원은 한훤당 김굉필의 도학과 덕행을 숭앙하기 위해 세운 서원이다. 1568년(선조1년) 건립 당시에는 지금의 자리가 아닌 비슬산 동쪽 기슭 쌍계동에 세워 이름도 쌍계서원이라 했고, 1573년에 같은 이름으로 사액을 받았다. 그런데 1597년에 임진왜란으로 서원이 소실되고 만다. 이후 1605년 사림들이 지금 자리에 중건해 ‘보로동서원’이라고 했고, 1607년에는 ‘도동서원’으로 사액됐다.
건립을 주도한 인물은 한강 정구와 퇴계 이황이다. 한강은 나무를 남겼고, 퇴계는 말을 남겼다. 도동서원 앞에 있는 400여년 된 은행나무는 중건 당시 한강 정구 선생이 기념식수 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도동서원의 아름다운 전경에 빠질 수 없는 나무다. 한편 퇴계 이황은 김굉필을 두고 ‘공자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 (東方道學之宗)며 칭송하는 말을 남겼고, ‘도동서원’(道東書院)이라는 이름이 됐다.
도동서원은 낙동강을 앞에 두고 작은 구릉 위에 앉아 있다. 때문에 건물 사이의 계단이 가파른 편이고 사당에 이르기까지 석단을 18개나 올라야 한다. 언덕의 모습을 크게 거스르지 않고 지었지만 구조가 자로 잰 듯 깔끔하고 짜임새 있다. 설계에서 시공까지 많은 고민과 함께 작은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은 노력이 느껴진다. 혹자는 성리학의 원리가 치밀하게 담겨 있다고도 하고, 우리나라 서원건축 중 가장 전형적이고 건축적 완성도와 공간구성이 우수하다고도 평한다.
서원의 문루는 ‘수월루’다. ‘물 위에 비친 달빛으로 글을 읽는다’는 뜻으로 유생들의 정진과 학자의 낭만이 느껴진다. 그러나 수월루는 후에 지어진 것으로 원래는 강학공간으로 들어가는 ‘환주문’이 서원의 정문 격이었다고 한다. 문턱 대신 꽃봉오리를 새긴 돌과 상당히 작고 좁은 문이 인상적인데 갓을 쓴 선비라면 잠시 멈춰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 이 정도 규모의 서원에서 불편한 출입문을 생각 없이 만들었을 리 없다. 학문에 임할 때 겸손하라는 의미가 아니었을지….
도동서원은 구석구석 소박하면서도 멋이 있다. 특히 중정당 기단에 쌓은 돌들의 맞물림이 놀랍다. 크기와 색깔이 다른 돌들의 원래 모습을 살려 다듬어 쌓았는데 마치 조각보를 이은 듯 틈 없이 치밀하다. 게다가 평범한 사각돌은 거의 없고 6각 이상으로 12모진 돌까지 있다. 언젠가 TV에서 페루 잉카제국의 12각돌을 소개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도동서원을 먼저 알았더라면 감탄이 덜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동서원은 디테일의 강자다. 돌, 황토, 수막새, 기와 등으로 만든 독특한 담장은 중정당과 함께 보물로 지정됐고 계단에 새긴 돌거북, 기단에 장식한 용머리, 다람쥐가 오르내리는 조각 등은 애교스럽기도 하고 기지와 멋이 넘친다.
자세히 봤으니 멀리서도 보자. 다람재에 오르면 도동서원이 한눈에 보인다. 넓게 흐르는 낙동강과 그에 비치는 산그림자와 이를 바라보는 서원의 모습이 평화롭고 시원스럽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짧게 살다간 학자를 생각하고 있자니 어느새 땀이 식고 빛이 기운다.
◆이야기가 있는 마비정벽화마을
원래 마비정 마을은 비슬산 아래 오지마을이었다. 지금도 35가구 60여명이 살고 있는 소박한 마을로 예전에는 청도·가창지역 사람들이 한양이나 화원시장을 다닐 때 말을 타고 가다가 쉬어가던 곳이다. 말 때문인지 이곳에는 비무·백희의 전설이 내려온다. 비무는 천리를 달리는 숫말이었고, 백희는 아름다운 암말이었다. 백희를 지극히 사랑한 비무는 온세상을 돌아다니며 꽃과 약초를 구해와 백희에게 줬다.
어느 날 전쟁에 나가던 마고담이라는 사람이 천리를 달리는 말을 구하러 왔고, 그날도 역시 비무는 꽃과 약초를 구하러 나간 중이었다. 백희를 비무라 생각한 마고담은 그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일종의 시험을 봤다. 화살을 쏘아 백희가 따라잡도록 했지만 비무가 아닌 백희는 그렇게 빨리 달리지 못했다. 화가 난 마고담은 백희를 베었고, 피를 흘리며 그 자리에서 죽었다.
뒤늦게 백희의 죽음을 확인한 비무는 슬픔에 젖어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단지 백희의 무덤에 꽃과 약초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비무의 흔적을 확인할 뿐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길에 대나무 풍경을 달아 비무의 출입을 알았고 그를 기리고자 말솟대를 만들어 세웠다. 한편 이 모든 불행의 씨앗이 된 마고담은 정자를 짓고 자신의 잘못을 빌었다. 그 정자가 마비정이어서 이후 마을 이름을 마비정이라 불렀다.
그러니까 마비정 정자와 우물, 연리지, 대나무터널길 등과 말솟대 만들기, 대나무풍경 만들기 체험은 그냥 있는 게 아니다. 마비정 전설을 알면 더 재미있다. 이 마을에는 오래된 집이 많아 한옥 벽화로도 유명하다. 이재도 화백의 토속적인 그림과 한옥의 형태가 잘 어울려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다. 손두부 무인판매대도 재미있고 소원을 낙서하는 벽, 지게를 지어 보는 벽, 사랑을 고백하는 창문 등 단순히 그림만 보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한번씩 걸음을 멈추게 한다. 농촌체험전시장에서는 마비정 마을과 관련된 체험과 함께 인절미 만들기, 전통효소차 만들기 등을 할 수 있고 밖에서는 전통민속체험과 농촌체험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여행 정보]
● 도동서원 가는 법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부내륙고속도로 - 중부내륙고속도로 지선 현풍 IC - ‘이방, 구지’ 방면으로 우측 - 과학북로 - ‘구지’ 방면으로 우회전 - 삼강길 - 과학북로 - 구지서로
[대중교통]
현풍시외버스터미널 - 달성 4번 버스 승차 - 도동서원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도동서원: 검색어 ‘도동서원’ /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 35
다람재: 검색어 ‘다람재’ /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
마비정벽화마을: 검색어 ‘마비정벽화마을’ /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본리 2리
대구관광안내
http://www.daegucitytour.com
대구광역시달성군
http://culture.dalseong.daegu.kr
도동서원 문의: 053-617-7620
대구시티투어
http://www.daegucitytour.com
문의: 053-627-8900
팔공산, 비슬산, 역사탐방 등 7개 코스 운영
월요일에 운영하는 비슬산코스로 도동서원에 갈 수 있다.
이용요금: 일반 5000원 / 중고생 4000원 / 초등·유치원생·경로· 장애우 3000원
마비정벽화마을
문의: 053-633-2222
● 음식
정강희두부마을: 건강한 밥상을 지향하며 두부음식과 사찰음식을 주메뉴로 하고 있다.
따뜻한 밥상 1만5000원 / 발우비빔밥 1만원 / 순두부정식 6000원 / 청국장 7000원
대구광역시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156-5 / 053-592-4900
● 숙소
비슬산자연휴양림: 비슬산에 위치했고, 통나무집, 콘도, 청소년수련관, 야영장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비슬산 생태탐방을 하는 국내 최초의 산악용 전기자동차, ‘반딧불이전기차’를 운영하고 있다.
http://bisulsan.dssiseol.or.kr
반딧불이전기차: 왕복 1만원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면 휴양림길 230 / 예약문의: 053-614-5481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