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은 없었다. 지난 5월3일 치러진 ‘세기의 대결’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와 매니 파퀴아오(37)의 복싱경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미국의 메이웨더는 47전 무패 신화의 주인공이다. 파퀴아오 역시 8체급을 석권한 필리핀의 영웅이다.

이들의 대결은 5년간 이어진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만큼 경기 전부터 열기가 뜨거웠다. 경기 입장권은 판매 시작 60초 만에 매진됐고 링사이드 좌석 암표는 25만달러(약 2억7000만원)를 호가했다. 하지만 경기는 특별한 난타전 없이 메이웨더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통쾌한 승부를 기다렸던 복싱 팬들로서는 허탈할 따름이었다.

공무원연금 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09년 미완성으로 남았던 공무원연금법을 이번에 다시 손대기로 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여야는 지난 2일 오랜 진통 끝에 기여율 9%, 지급률 1.7%라는 수치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도출했다. 이처럼 여야의 절충하는 모습은 국민의 기대를 더욱 키웠다.

하지만 결과는 싱거웠다. 지난 6일 여야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등을 국회 규칙에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대립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끝내 성사시키지 못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무리하게 국민연금 문제를 끼워 넣은 탓에 파행으로 치달았다.

심지어 여야는 지리한 공방을 이어가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했다. 여당은 개혁안 처리 무산의 원인으로 공무원연금보다 훨씬 방대하고 복잡한 문제인 국민연금 개혁을 연계한 야당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야당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회 규칙의 부칙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명기하는 서류를 첨부키로 한 원내 지도부 간 잠정 합의를 파기한 게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초미의 관심사로 이목을 끌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작업은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했다.

여야는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재차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를 놓고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국민연금을 공무원연금과 연계한 데 대한 비판여론도 확산됐다.

최근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재대결 얘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재대결에 대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속 시원한 세기의 대결을 기다리는 복싱 팬들의 바람만 가득할 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평행선상에 있는 여야의 입장차로 인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역시 제대로 된 공무원연금 개혁을 기다리는 국민의 바람만 있을 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