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멜로영화 하면 으레 불치병 걸린 연인 두고 눈물 흘리거나 첫사랑의 아련함에 가슴 설레는 식의 극 전개가 대부분이다. 간혹 얽히고 설킨 치정으로 엇갈리는 음모와 복수극이 펼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신작 <무뢰한>은 이 부류에 속하지 않는다.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두 사람, 즉 형사와 '범인의 여자'라는 양극에 서 있는 남녀가 살인사건을 통해 만난다는 강렬한 설정부터 남다르다. 살인범을 잡기 위해 그의 여자에게 신분을 숨기고 접근한 형사는 목표를 이루는 수단일 뿐인 여자에게 품어서는 안 될 감정을 가진다. 자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잠적한 애인을 기다리는 여자는, 옆에 있어주는 남자의 정체를 모른 채 그에게 마음을 뺏긴다. 흔들려서는 안 될 순간 흔들리는 두 사람의 모습은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끌림을 강하게 전달한다.
사실 이 영화는 제목 ‘무뢰한’부터 거칠고 센 남자 냄새가 풍긴다. 예의없고 폭력적인 불한당을 연상시키는 <무뢰한>은 그러나 사랑 영화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킬리만자로>, 극과 극의 장르 영화를 쓰고 연출한 오승욱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멜로와 거친 한국형 느와르라는 이질적인 두 세계를 만들어냈다.
<무뢰한>의 히로인 전도연은 이 영화에서 절망과 퇴폐, 그리고 순수와 강단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인물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여기에 여심을 자극하는 선 고운 미남 배우인줄로만 알았던 김남길은 <무뢰한>에서 수컷 냄새 가득한 비정한 남자로 분한다.
인간의 원초적인 면을 가감없이 들여다보는 오승욱 감독 특유의 하드보일드한 스타일은 <무뢰한>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다 자기 자신조차 알 수 없는 감정을 겪으며 조금씩 표정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김남길의 ‘정재곤’과 그런 그의 접근에 흔들리며 출구없는 일상에서 숨 쉴 구멍을 찾은 듯 보이는 전도연의 ‘김혜경’은 미사여구의 수식을 생략한 사랑이란 감정을 거칠고 리얼한, 타협없는 하드보일드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시놉시스
범인을 잡기 위해선 어떤 수단이든 다 쓸 수 있는 형사 정재곤(김남길). 그는 사람을 죽이고 잠적한 박준길(박성웅)을 쫓고 있다. 그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는 박준길의 애인인 김혜경(전도연). 재곤은 정체를 숨긴 채 혜경이 일하는 단란주점 마카오의 영업상무로 들어간다. 하지만 재곤은 준길을 잡기 위해 혜경 곁에 머무는 사이 퇴폐적이고 강해 보이는 술집 여자의 외면 뒤에 자리한 혜경의 외로움과 눈물, 순수함을 느낀다. 오직 범인을 잡겠다는 목표에 중독됐던 그는 자기 감정의 정체도 모른 채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언제 연락이 올 지도 모르는 준길을 기다리던 혜경은 자기 옆에 있어주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범인을 잡기 위해선 어떤 수단이든 다 쓸 수 있는 형사 정재곤(김남길). 그는 사람을 죽이고 잠적한 박준길(박성웅)을 쫓고 있다. 그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는 박준길의 애인인 김혜경(전도연). 재곤은 정체를 숨긴 채 혜경이 일하는 단란주점 마카오의 영업상무로 들어간다. 하지만 재곤은 준길을 잡기 위해 혜경 곁에 머무는 사이 퇴폐적이고 강해 보이는 술집 여자의 외면 뒤에 자리한 혜경의 외로움과 눈물, 순수함을 느낀다. 오직 범인을 잡겠다는 목표에 중독됐던 그는 자기 감정의 정체도 모른 채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언제 연락이 올 지도 모르는 준길을 기다리던 혜경은 자기 옆에 있어주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