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필요한 대부분을 렌트할 수 있는 시대다. 입는 것부터 보고 듣고 먹는 것까지 모두 렌트가 가능하다. 소유하지 않고 공유만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된 데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서비스가 다양화됐기 때문이다. ‘시시콜콜’ 칼럼에서도 한번 소개한 적 있는 서브스크립션서비스는 신문구독처럼 일정금액을 내면 나에게 꼭 맞는 제품·서비스를 배달받는 것은 물론 사용료가 없는 진정한 공유의 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젠 제품이나 서비스를 넘어 사람까지 빌리는 시장이 열렸다. 지인이 많이 오지 못한 결혼식장에 하객을 돈 주고 빌리거나 상견례 자리에 친척이나 부모를 대역으로 내세우는 상황이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펼쳐진다. 용도에 맞게 사람을 빌리는 시장이 공공연히 형성된 것이다. 남편을 빌려주는 서비스도 있는데 남성이 필요한 집안일에 도움을 주거나 공식자리에서 남편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평상복도 빌려 입는 시대
일반적으로 대여에 익숙한 서비스는 주로 명품 렌털시장이다. 비싼 명품을 저렴한 가격에 소유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억대의 슈퍼카도 몇 백만원에 렌트해서 재벌 2세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예컨대 페라리는 100만원 후반대에서 200만원 초반대의 가격을 지불하면 하루 렌트가 가능하며 포르쉐911은 100만원 언저리에서 빌릴 수 있다. 명품가방의 경우 여성들의 워너비 브랜드인 샤넬이나 에르메스도 5만~10만원가량(3박4일 기준) 지불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모든 장비를 다 갖추면 꽤 많은 돈이 드는 취미활동도 렌트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스키나 보드의 경우 이미 렌털서비스가 보편화됐으며 골프나 캠핑 등 고가장비를 필요로 하는 취미생활도 렌털시장이 커졌다. 특히 장비를 하나하나 갖추려면 끝도 없다는 캠핑의 경우 4인용 실속형 세트를 10만원가량(1박2일)에 렌트할 수 있다.
가장 생소하면서도 눈에 띄는 서비스는 의류 렌털서비스다. 회사 면접시험을 보러 갈 때 마땅한 정장이 없어 의류렌트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상복도 렌트하는 시대다. 출근하거나 데이트할 때 같은 옷을 여러번 입는 것은 고역이다. 하지만 매번 새 옷을 사기엔 비용이 만만찮다. 게다가 매장에서는 예뻐서 거금을 들여 옷을 샀는데 막상 손길이 잘 가지 않는 옷도 있다. 그렇다고 환불할 수도 없고 중고로 내놓자니 가격이 뚝 떨어져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이런 대다수의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한 의류 렌털서비스 '르 토트'(Le Tote)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서비스는 ‘언제나 새로운 걸 입으세요’(Always have something new to wear)란 슬로건을 내걸고 한달에 49달러(5만5000원)를 내면 횟수에 제한 없이 회원이 원하는 옷과 소품을 빌려준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이 의류 렌털서비스는 ‘이용해보지 않은 소비자는 있어도 한번만 이용한 소비자는 없다’는 말처럼 94%의 이용자가 49달러짜리 월간서비스를 갱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르 토트에 처음 가입할 때 자신의 사이즈와 패션 취향을 입력한다. 사이즈를 입력한 후 원하는 옷 스타일 5가지를 고르면 본인에게 어울리는 옷이 배달된다. 옷뿐만 아니라 옷과 어울리는 가방, 반지, 목걸이, 귀걸이 등 액세서리까지 배달되는 것도 큰 장점이다. 렌털 의류의 가격은 30~80달러(한화 3만~9만원)로 마음에 들면 35~50% 할인된 회원 가격에 구매도 가능하다. 물론 원치 않는 스타일의 옷이 배송됐을 때는 무료 반송용 봉투에 넣어 돌려보내면 된다. 직접 위시 리스트에 담은 옷은 2일 안에 배송이 이뤄진다.
◆동영상·음원 등 콘텐츠도 대여
콘텐츠도 소유보다 소비하는 시대다. 전자책 분야에서는 오이스터북스가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유료 동영상서비스시장은 넷플릭스의 주도 아래 아마존과 훌루 등이 가세하는 양상이다. 무료 동영상시장은 구글의 유튜브, 페이스북 등이 시장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고 뒤를 이어 트위터, 베셀 등이 빠르게 추격 중이다. 콘텐츠 기반 기업들은 음악과 영상서비스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스웨덴 음악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Spotify)는 인터넷 동영상사업에도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음원 스트리밍서비스는 경쟁이 넘친다. 애플도 조만간 비츠뮤직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 음원 스트리밍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비스 이용료는 월 7.99달러(한화 8800원)이며 가입자 확보를 위해 최초로 안드로이드 앱도 만들었다.
각종 분야에서 렌트시장이 커지는 요인은 두가지로 볼 수 있는데 줄어드는 가족 구성원 수와 늘어나는 결혼·창업의 초기비용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등 선진국의 렌트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전문기업 IHS 글로벌인사이트(Global Insight)에 따르면 미국 렌트시장의 성장률은 GDP 성장률의 2~3배를 훌쩍 넘으며 전년대비 7.6% 성장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성장세가 점차 빨라진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오는 2019년까지 매년 8~9%씩 고속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주식투자 관점에서도 고려할 만한 요소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행동하는 투자가로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속칭 ‘먹튀 기업사냥꾼’으로 홀대받는 칼 아이칸의 최근 투자동향은 참고할 만하다. 그는 애플과 이베이를 통해 엄청난 투자수익을 올렸지만 글로벌 최대 렌터카사업체인 허츠에서는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우버의 경쟁자인 리프트를 택했다. 공유경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트렌드 변화에 주목한다는 칼 아이칸의 투자방식이 렌트시장에서도 성공할지 궁금하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으로만 시각을 좁혀도 역시 렌트시장이 대세다. 그 중에서도 선방하는 렌터카시장에 관심을 가져보자. 지난해 국내 렌터카 등록대수는 45만9028대로 지난 2010년 25만7751대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4년 만에 거둔 큰 성장세다. 렌터카 관련 상장기업으로는 AJ렌터카와 SK네트웍스가 있으니 꾸준히 관심권에 둘 것을 추천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