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이 달라지고 있다. 사후보다는 생전에 초점이 맞춰지는 추세다.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미리 당겨서 연금형태로 받거나 중도인출할 수 있는 종신보험이 잇따라 출시됐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보험업계에선 자신보다는 남은 가족을 위해 존재했던 1세대 종신보험이 2세대 CI보험을 거쳐 고령화 시대에 따라 의료·생활비를 보장하는 3세대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사후보다 생전 초점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한 후 유족들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는 사망보험이다. 그런데 최근 종신보험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의료비, 생활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일정 보험금을 미리 받는 새로운 종신보험이 속속 등장한 것.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신한생명, AIA생명 등 보험사들이 이 같은 새로운 개념의 종신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생보사 관계자는 “기존 종신보험은 사후에 초점이 맞춰져 살아있는 동안 자금이 시급한 고객이 해지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점차 유족보다는 가입자 자신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선지급형 종신보험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생명의 사망보험금 일부를 연금으로 받는 종신보험은 정부와 생명보험업계가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해 도입을 추진한 것으로 신한생명이 가장 먼저 상품화했다. 신한생명의 ‘신한 연금 미리받는 종신보험’은 연금을 받다가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잔여분을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연금을 선지급하는 형태로, 주택금융공사에서 판매하는 주택연금(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상품)과 유사한 방식이다.

이 상품은 연금을 받는 상황에서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남은 금액을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한다. 이때 가입금액 10%를 유족위로금으로 추가 제공한다.

납입면제 혜택을 제공받는 것도 특징이다. 6대 질병으로 진단받거나 합산장애지급률 50% 이상이 되면 다음회 이후 보험료 납입이 면제된다. 6대 질병은 특정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말기신부전증·말기간질환·말기폐질환을 말한다.


25종에 이르는 다양한 특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고객 맞춤형 종합보장설계가 가능하고 주계약을 1억원 이상 가입하면 3년간 헬스케어서비스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교보생명이 출시한 ‘나를 담은 가족사랑 교보뉴종신보험’은 지난 4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신개념 종신보험이다. 사망보험금을 유가족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점과 고객의 건강관리를 돕는 보너스적립제도에 대해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배타적 사용권은 독창적인 금융상품에 부여하는 일종의 특허권이다.
이 상품은 의료비나 생활비가 필요할 때 사망보험금에서 앞당겨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망보험금의 80% 안에서 생존기간 연금 또는 의료비로 선지급하는 식이다. 노후자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사망보험금에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 또 별도의 특약 가입 없이 평생 동안 의료비를 폭넓게 보장받을 수 있다.

건강을 잘 챙길수록 혜택이 커지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은퇴 이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으면 일정금액의 보너스를 받거나 현금으로 돌려주는 사전 건강예방서비스를 제공한다. 은퇴나이 이전에 사망하면 유가족의 가계 상황이나 자녀 나이 등에 따라 필요한 만큼 보험금을 직접 설계할 수 있다. 



부모 사망 시 자녀 학자금 지원

한화생명은 부모의 사망 후 자녀가 경제적 어려움 없이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교육자금을 확대한 상품을 선보였다. 종신보험에 자녀를 위한 다양한 특약을 탑재한 것.
한화생명의 ‘교육비 받는 변액통합종신보험’은 자녀의 학업기간인 7~22세 사이에 부모가 사망하면 가입금액의 50%를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한 후 교육비를 매월 별도로 보장한다.

잔여금액으로는 매월 가입금액의 일정비율(초등학생 2%, 중·고등학생 3%, 대학생 4%)을 교육비로 지원한다. 예컨대 사망보험금이 1억원이라면 5000만원을 일시금으로 받고 초등학교 때는 매월 200만원, 중·고등학생일 때는 300만원, 대학생은 400만원을 주는 식이다.

만약 자녀가 22세까지 성장한 후 부모가 사망했다면 기존 종신보험과 마찬가지로 가입금액의 100%인 1억원을 지급한다. 자녀교육비를 지급하는 최소 보증기간은 4년(48회)이다.

미래에셋생명의 ‘연금전환되는 종신보험Ⅱ 인생은 교향악입니다’는 사망보험금을 유지하면서도 연금을 받는 하이브리드형 보험의 원조로 주목받는다. 사망 전까지는 자산으로 활용이 불가능한 종신보험을 생전에 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연금과 보장의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갖춘 데 이어 변액보험의 효과적인 수익도 노릴 수 있다.

특히 ‘은퇴연금전환특약’을 활용하면 생전에는 종신연금액을 받고 사망 후에도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사망보장을 받으며 은퇴 후 은퇴연금전환특약으로 연금전환을 하면 생존연금이 지급된다. 경제활동기에는 사망보장을, 은퇴시기에는 은퇴준비를 할 수 있는 방식이다. 또한 연금전환 시 보험가입 시점의 생명표를 적용해 전환시점의 생명표를 적용하는 기존 종신보험보다 더 많은 연금액을 받을 수 있다.

사망보장의 경우 기본플랜·체증플랜·실속플랜·소득보장플랜 등으로 나눠 가입목적에 따라 맞춤설계가 가능하다.



나눠 받고 당겨 받고

NH농협생명은 종신보험 본연의 사망보장 기능과 노후대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내맘 같이 NH유니버셜종신보험’이 그것으로, 가입자가 보험금을 미리 타서 사용할 수 있다. 연금전환특약을 통해 은퇴 후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어 종신보험 본연의 사망보장기능과 노후대비를 함께 할 수 있다. 다만 연금전환은 보험가입 후 5년 이상 경과하고 전환 시에는 해지환급금이 500만원 이상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행복플러스 3대질병진단특약을 통해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 등 3대 질병 진단이 확정되면 보험금을 2배로 받을 수 있다. 주계약 가입금액 5000만원 이상 고객에게는 헬스케어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아울러 추가 납입뿐 아니라 의무납입기간인 24개월 이후 연 12회까지 수수료 없이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AIA생명의 ‘우리 가족 힘이 되는 선지급 종신보험’ 역시 사망보험금 중 일부를 가입자 생전에 병원비로 미리 당겨 쓸 수 있다. 가입자가 주요 질병 진단을 받거나 중대한 수술을 받으면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리얼라이프보험금’으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가입자가 리얼라이프보험금을 지급받지 않고 80세까지 생존할 경우 보험가입금액의 일부가 생활자금으로 지급된다. 이 자금을 가입자는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지급사유 발생 시 특약을 포함한 모든 보험료의 납입이 면제되는 기능이 탑재돼 고액의 의료비와 보험료 부담을 동시에 덜 수 있다. 가입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않고 80세까지 생존하면 보험가입금액의 일부를 생활자금으로 쓸 수 있다.

가입자가 생활자금으로 보험가입금액의 50%와 30% 중 선택할 수 있도록 2개 유형이 제공된다는 점도 이 상품의 특징이다. 리얼라이프보험금으로 선지급받을 금액을 보험가입금액의 50%와 80% 중 하나로 선택할 수도 있다. 각자의 니즈(필요)와 성향에 따른 선택의 폭을 확대한 것이다. 리얼라이프보험금 또는 생활자금을 제공한 후에도 총 보험가입금액에서 이를 제외한 사망보험금은 유족들에게 지급한다. 



기대수명·상황 따라 선택해야

다만 사망보험금을 미리 받는 상품은 선지급 기능 추가에 보장도 한층 강화된 만큼 대체로 일반 종신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싸다. 또 정해진 사망보험금 중에서 일부가 선지급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나중에 유족에게 돌아갈 사망보험금이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가입 전 연금전환을 얼마나, 어떻게 할지 꼼꼼하게 계획할 필요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의 보장금액은 연소득의 3~5배 수준으로 설계하는 게 적당하다”며 “가입 후 보험료가 부담된다면 보장금액을 감액하거나 보장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