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엔저의 상황이 심화되며 국내 제조업체들의 신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완성차업계를 비롯해 일본기업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제조업계는 하루가 멀다하고 ‘엔저상황에서 일본과 경쟁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지난 2012년 하반기 급격히 이뤄진 엔저현상은 최근에도 계속된다. 급기야 올 4월에는 원·엔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점점 심화되는 엔저현상이 단기간에 그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기업의 부담은 상상 그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환율상황이 개별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고 말한다. 환율뿐 아니라 노사갈등, 신흥국 경기침체 등의 악재까지 겹친 상황에서 국내 제조업체들의 신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국내 제조업계는 엔고시대의 일본을 딛고 경쟁력을 다져왔다. 제조업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제조업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1970년대부터 장기적으로 절상돼온 엔고시대의 일본과 경쟁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노력을 부정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일본 경쟁사 대비 월등한 가격경쟁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엔고’라는 전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입장이 바뀌었다. 엔화가치는 떨어졌고 일본 기업들은 엔고의 시기동안 진화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엔저를 등에 업은 그들은 전세계에서 힘을 과시한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제조업체도 일본기업처럼 잘 견디며 경쟁력을 갈고 닦으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현재 국내기업의 상황은 일본이 겪어온 엔고상황과는 다르다. 고용부문에서도 기업부담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정부는 최근 법률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대기업의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키로 했으나 이와 연계한 임금피크제 도입 등에 대한 논의는 아직 없다. 더욱이 국회에선 근로시간 단축과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등이 논의되고 있고 최대 수십조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 우려
일본의 경우 해외공장을 유치하는 방법을 통해 환율리스크를 완화했지만 국내기업의 경우 이도 마땅치 않다. 현대차의 경우 노조가 해외공장 생산량까지 노조와 협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제조업체에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그저 ‘버티라’고만 말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적극적인 환율조정이든, 내부부담 경감책이든 어떤 식으로라도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