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의 4대 황제 강희제는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돋보이는 황제다. 61년의 재위 기간 동안 청나라를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왕조로 이끄는 기틀을 닦았다. 그가 오천년 중국 역사에서 진시황(秦始皇)과 함께 천고대제(千古大帝)로 불리는 이유다.
그가 처음부터 탄탄대로의 왕조를 물려받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고작 여덟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황제 자리에 올랐다. 언제나 찬탈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지만 그는 이 절묘한 용인술과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강희대제>는 그의 빛나는 업적을 뒷받침한 리더십과 국가경영술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가 즉위한 이후 청나라의 변경 정세는 좋지 않았다. 몽고 부족은 늘 복속하는 듯하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저항을 했다. 그는 이 역시 친정(親征), 즉 임금이 직접 나아가 정벌하는 것을 통해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굶어 죽을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무사히 이겨냈다.


매년 범람하는 황하의 물길을 다스리는 문제나 기근을 해결하는 것도 그에게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정권을 뒤흔들 정도로 중차대한 현안들이었다. 그는 이 역시 기나긴 기간에 걸친 집요한 노력과 탁월한 용인술로 극복했다.

뿐만 아니라 즉위 이후 그는 러시아와의 갈등, 조정 대신들의 무지막지한 부정부패 등도 해결해야 했다. 따라서 그는 선대로부터 완벽한 왕조를 물려받아 편안하게 지키기만 하는 수성(守城)에 안주하기보다는 창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군주에 더 가까웠다. 중국에서 이런 강희제의 드라마틱한 일생은 책으로 많이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소설은 거의 없다. 그 때문에 얼웨허의 ‘제왕삼부곡’ 시리즈 중 제1편인 <강희대제>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역사의 기록에도 충실하다. 곳곳에 역사적인 기록을 가능하면 많이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일반 대중소설과는 확실히 구분된다. 그렇다고 소설의 기본인 재미와 담을 쌓은 것은 절대 아니다. 술술 읽히는 것이 소설로서의 재미도 상당하다. 중국 국영 중앙방송(CCTV)에서 동명의 드라마를 제작, 인기리에 방영한 것은 이런 사실을 무엇보다 잘 증명한다.


이 소설은 엄청난 베스트셀러다. 세상에 선을 보인 지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중국에서 전체 3부작 13권으로 출판된 ‘제왕삼부곡’은 <강희대제>와 <옹정황제>, <건륭황제>까지 합쳐 1억부 넘게 팔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 만큼 중국을 이해하려면 꼭 읽어야 할 작품이라는 결론 역시 바로 나온다.

바야흐로 21세기 중국은 G2를 넘어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므로 2000년 전의 얘기인 <삼국지>, <손자병법> 등은 중국이라는 나라와 그 정체성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소수민족인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가 300여년 동안이나 중국대륙을 지배한 근대 역사는 우리에게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 책을 통해 ‘슈퍼차이나’ 중국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일 것이다.

얼웨허 지음 | 더봄 펴냄 | 1만2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