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중에도 통장을 어디에 뒀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전화로 은행업무를 보던 텔레뱅킹시대를 지나 이젠 손가락 하나로 대부분의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뱅킹시대가 열렸다. 통장내역 확인이나 이체, 송금과 같은 간단한 업무는 은행창구보다 휴대폰, 노트북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인터넷은행 등장, ‘기대반 우려반’
이처럼 물리적인 통장이 더 이상 필요치 않다면 아예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은행이 나타나도 사람들이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이런 흐름 속에 금융위원회가 오는 9월 인터넷은행 설립 신청서를 받아 내년 상반기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을 1~2곳 도입하기로 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1~2개의 시범사업자에 대한 인가절차가 시작된다.
은행계로선 지난 1897년 국내 최초로 한성은행이 설립된 이후 가장 큰 변화를 맞는 셈이다. 특히 예상과 달리 인터넷은행의 업무영역을 제한 없이 풀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인터넷은행은 예금·대출은 물론 외환·신용카드·보험까지 기존 은행이 하는 모든 업무가 허용된다. 특히 황금알인 신용카드 업무를 허용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인터넷은행 설립소식이 반갑다. 우선 인터넷은행이 도입되면 이자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은행점포 등을 운영하는 비용이 절감되면서 자연스레 은행거래수수료와 대출이자 등이 낮아질 것이란 기대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되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재 은행인력의 일자리 감소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섣불리 판단하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인터넷은행을 성급하게 도입하면 과거 IMF 외환위기처럼 금융산업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나아가 은산분리 규제와 금융실명제가 무력화되고 중견재벌의 사금고화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인터넷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고객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거래가 이뤄지는 특성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 차명계좌, 불법 비자금, 탈세 등의 경제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은산분리의 완화로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함에 따른 사회적 논란도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 전개될 모바일사업의 키워드가 O2O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온라인이 PC 기반에서 스마트폰으로 확장됐고 이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을 통한 사물인터넷까지 발달했다. 사물인터넷으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포함한 것이 O2O다.
O2O서비스의 발전을 말할 때 금융분야를 빼놓을 수 없다. 모바일온리(Mobile Only)시대를 예측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모바일결제나 모바일은행과 같은 핀테크다. 해외사례를 봐도 페이팔, 알리페이 등 지급결제로 시작한 기업들이 핀테크산업 성장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사업을 추진하는 걸 알 수 있다.
◆중국보다도 뒤처진 O2O시장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IT강국 대한민국이 O2O시장에선 가장 뒤처진다. 산업간 장벽이 높고 수많은 규제 속에서 핀테크가 제대로 꽃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1995년 시큐리티퍼스트 네트워크뱅크를 시작으로 20년이라는 인터넷전문은행 역사를 갖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차별화에 성공한 인터넷은행들의 수익성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다른 선진국들도 이미 인터넷은행을 운영 중이다. 유럽은 1998년 푸르덴셜이 설립한 에그뱅킹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시대를 열었다. 일본은 2000년 재팬넷뱅크를 설립하며 새로운 형태의 은행업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그 후 2001년에는 소니파이낸셜 홀딩스를 모체로 소니뱅크가 설립됐고 e뱅크 등이 나왔다.
중국도 발 빠르게 인터넷은행 대열에 합류했다. 올 1월 중국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텐센트의 위뱅크가 설립된 이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도 마이뱅크를 시장에 내놓았다. 나아가 중국 양회에서 기존 산업과 인터넷의 융합을 목표로 한 ‘인터넷 플러스 프로젝트’를 제시함에 따라 O2O서비스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웃나라 중국의 광속 행보에 우리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국내시장 진출을 앞둔 페이팔이 개인 간 결제는 물론 대학등록금, 벌금납부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국내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극비리에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다는 보도가 나왔고 구글도 외국환결제업무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당국도 핀테크사업에서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이 대한민국에서 순항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은행은 신뢰성이 생명인데 점포도 없고 통장도 없는 곳에서의 거래가 활발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어서다. 그러나 지난 2000년 출범한 키움증권의 성공사례를 볼 때 기대감을 가져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