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은 중소형주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초 500선 언저리에서 움직이던 코스닥지수는 금세 600, 700선을 돌파했고 어느새 800선 턱 밑까지 올라섰다. 마냥 오르기만 한 건 아니다. 앞자릿수가 바뀌는 고지를 넘어설 때마다 과열·거품 논란이 잇따랐고 어김없이 지수는 조정에 들어갔다.

이때에도 상대적으로 미미한 조정폭을 보이며 빠르게 원위치를 회복했다. 그 사이 중소형주펀드의 수익률은 계속 올랐고 새로 진입하려는 투자자들은 매수 타이밍을 놓쳐 안타까운 시선만 보냈다. 지금이라도 달리는 말처럼 쾌속 질주하는 중소형주펀드에 올라타도 될까.


◆ 기관이 떠받치는 중소형주
중소형주의 움직임과 궤를 함께하는 코스닥시장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 7월21일 기준 코스닥지수는 788.13을 기록하며 지난 2007년 11월 이후 7년8개월 만에 800선을 넘보고 있다.

코스닥지수의 상승을 이끈 주역은 기관투자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기관투자자는 코스닥시장에서 668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기관의 ‘큰손’인 연기금이 3078억원을 매수했고 투신권에서 3497억원어치를 가져갔다. 특히 연기금이 같은 기간 코스피시장은 320억원의 순매도를 보인 반면 코스닥시장은 사들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기금은 통상 단기투기적 목적보다는 장기투자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기관의 사랑을 한껏 받으며 코스닥시장이 강세 흐름을 이어가자 중소형주펀드에 자금이 몰렸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모든 국내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됨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소형주펀드에는 287억원이 들어왔다. 이후 자금유입 기조는 계속 늘어나 지난 6월에는 5747억원의 순유입을 기록하며 전체 유형별 펀드를 통틀어 가장 높은 유입규모를 보였다. 연초부터 따지면 1조원가량의 자금이 중소형주펀드에 들어온 셈이다. 다른 국내주식형펀드(배당주식·일반주식·테마주식)에서 올 들어 약 6조원의 자금이 유출된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중소형주펀드에 자금이 유입된 이유는 역시 높은 수익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기준 전체 중소형주펀드는 3개월 동안 12.68%, 연초부터 32.7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가 각각 -2.05%, 9.86%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중국주식형펀드조차도 최근 증시의 폭락으로 인해 올 들어 13.21%의 수익률 밖에 내지 못했으니 중소형주펀드의 강인함을 가늠할 수 있다.

설정액 규모가 큰 펀드로는 8793억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KB중소형주포커스자(주식)A클래스’가 있다. 이 펀드는 올 들어서만 23.88%, 3년간 80.2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가장 큰 수익을 거둔 펀드는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주식)A’다. 지난해 6월 설정된 이 펀드는 1년 수익률이 82.27%에 달하고 연초 이후 62.76% 상승했다.


‘삼성중소형포커스1[주식](A)’은 지난 2007년 만들어져 꾸준히 수익을 내는 펀드다. 1년 수익률 31.76%를 기록했고 5년 수익률은 143.58%를 보이며 저력을 과시했다. 최근 혜성같이 등장한 ‘메리츠코리아스몰캡[주식]종류A’ 펀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6월1일 설정된 이 펀드는 두달도 안되는 기간에 14.59%의 수익을 냈다.


◆ 중소형주의 강세 흐름, 당분간 '쭉’
이 같은 중소형주의 독주형태는 코스피시장을 대표하는 대형주의 부진에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에서 그리스발 우려감이 줄고 중국증시가 안정을 되찾아감에 따라 글로벌증시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형주들은 수출부진에 지배구조 이슈 등이 겹치며 부진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양사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국내 투자자와는 달리 외국인들은 지속적으로 이탈해 주가가 하향세를 그렸다. 또 조선업종을 대표하는 대우조선해양의 2조원대 손실위기가 부각되며 주가가 폭락했고 현대차, LG전자 등의 실적 부진 등도 대형주의 매력을 감소시켰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POSCO, 대우인터내셔널 등 대형주의 실적이 대부분 시장전망치를 밑돌며 실적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수급 측면 역시 대외 불확실성 완화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코스피 대형주에 대해 오히려 매도세를 강화하며 연초 이후 2조4000억원에 가까운 누적 순매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이에 반해 코스피 중형주와 소형주, 코스닥시장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매수세가 재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형수출주의 실적모멘텀 둔화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차별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경기상황과 기업이익 모멘텀이 외국인의 매수 욕구를 자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 6월 조정국면 이후 외국인은 지속적으로 매도규모를 늘렸다”며 “반면 기관투자자가 대형주를 매도하고 중소형주 및 코스닥 종목의 매수에 나선 것을 보면 이들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 의지를 다지는 가운데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점은 중소형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용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원화 약세 전환은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내수주에서 수출주로 시장주도권이 이동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핵심수출 대형주 가운데 앞으로 실적의 안정화가 예상되거나 글로벌 동종업계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IT·자동차·화학 등이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