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보험업계는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당초 올해 안에 신연금보험이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현재로서는 대략적인 출시 일정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 상품이 은퇴자에게 유리한 상품이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한국인 기대수명이 81.4세(통계청 기준)인데 80세부터 연금을 받는 상품이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 금융위, 생보사와 준비단 구성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신연금보험은 55세에 가입해 80세부터 연금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기존연금 상품이 대개 50세 전후로 연금을 받기 시작해 80세에 수령이 끝나는 것과 달리 이 상품은 80세부터 연금 수령을 시작한다. 이 상품은 55세 전에 일시납이나 적립식으로 상품에 가입해 25년의 거치 기간을 두고 80세 이후부터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일부 생명보험사와 함께 이 상품 개발을 위한 준비단을 구성했다. 금융위는 원금손실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아 상품개발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소득이 낮거나 여유가 없어 아직 연금상품에 가입하지 않은 중년층을 위해 장수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싼 보험료로 가입하도록 설계할 계획”이라며 “원금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대부분 “상품 개발을 검토 중이지만 당장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생보사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실상 이 상품 역시 정책성 상품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은퇴자들 대부분 당장 먹고 살기 막막한 상황에 누가 그 연금 상품에 가입하려고 할지 의문”이라며 “애초부터 취지가 잘못됐다”라고 언급했다.
◆ 잘못 짚은 ‘타깃층’
일각에서는 80세부터 연금을 받는 상품을 두고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55세 이후 은퇴자들 대부분이 연금에 가입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은퇴연구소 한 연구원은 “은퇴 후에도 보험금을 낼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는 이 상품이 유리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은퇴자들의 경제적 상황은 녹록치 않다”라며 “보험사 입장에서도 상품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국이 신종연금의 수요자로 예상해 잡은 타깃층부터 잘못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1.9세로 남성은 78.5세, 여성은 85.1세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80세부터 연금을 받는 상품이 실효성이 있겠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퇴자들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내놓은 설익은 정책에 불과하다”며 “신종보험은 거치기간이 너무 길고 거치기간 내 사망시 원금손실의 가능성이 있어 실효성 측면에서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예컨대 55살 남성이 새로 나오는 고연령 거치연금 상품에 가입한 뒤 일시납으로 보험료 2000만원을 납입하고 25년 동안 돈을 묶어두면 80살부터 사망할 때까지 매달 43만6000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남성이 84살 이전에 사망한다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이 81세인데, 80세부터 종신토록 연금을 받게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55세 전후면 대부분 자녀의 교육자금 또는 결혼자금에 우선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시점에서 과연 신종 연금보험에 가입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