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명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동양문명의 보물이 하나 있다. 바로 <주역>이다. <주역>은 바뀔 역(易)자가 들어있듯 시대가 흐르면서 성격이 바뀌었다. <주역>은 애초 우주와 지구,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의 욕심이 녹아들며 점서성격으로 변했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주역>이다.
수천년 전 우리 조상에게는 주왕에 의해 발명됐다고 알려진 팔괘가 현재의 스마트폰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변변한 놀이가 없던 시절, 인류가 겨우 할 수 있었던 놀이는 아침에 일어나 괘를 뽑은 뒤 하루가 지나가기 전에 괘의 성격이 어땠는지를 점검하는 것 정도였다. 당시 지식인들의 이런 행위가 집단지성을 통해 모아지고 그걸 걸려내 책으로 엮은 것이 <주역>이었을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발굴된 과거 <주역> 책의 내용이 시대별로 달랐다는 점이 그 증거다. 중국 땅이 워낙 넓기도 했으니 서로 다른 내용의 <주역> 책이 존재할 수밖에 없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당시 지식인들이 수천년에 걸쳐 자신의 생각과 결론을 <주역> 책에 계속 첨삭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건 누구나 추리할 수 있다.
필자가 <주역>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한국로또가 주역과 닮았기 때문이다. 일단 로또는 6개 숫자가 모여야 완성품이 된다. 주역도 6개를 순서대로 뽑아 괘를 만든다. 6개의 부품이 모여 하나의 상품이 된다는 점에서 로또와 주역의 64괘는 닮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매우 큰 닮은 꼴이 등장한다.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매번 등장하는 6개 숫자를 주역의 괘로 바꿀 수는 없을까. 주역의 괘를 이루는 단위(부품)는 두 가지밖에 없다. 그것을 편의상 1과 0, 또는 홀수와 짝수라고 한다면 모든 로또숫자는 주역괘로 바꿀 수 있다.
예컨대 666회의 2, 4, 6, 11, 17, 28은 ‘짝짝짝홀홀짝’이 된다. 보통 동양에서는 홀수가 먼저 나왔다고 해서 양, 짝수는 음이 된다. 이를 응용해보면 ‘짝짝짝’은 땅을 의미하는 곤이 되고 ‘홀홀홀’은 하늘을 의미하는 건이 된다. ‘홀홀짝’은 팔괘에서 바람을 의미하는 손(巽)이 되니 666회의 로또숫자를 주역괘로 표현하면 ‘땅과 바람’이 돼 지풍승(升)이 된다.
물론 전문가에 따라서는 이 방식으로 괘를 표현하는 건 맞지만 정확한 방법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들은 등장하는 숫자의 순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매우 드물지만 아예 등장하는 숫자의 순서까지 맞추는 로또상품도 있긴 하다. 따라서 한국로또의 경우도 2-4-6-11-17-28이 순서대로 등장한 게 아니기 때문에 순서대로 나온 홀짝으로 괘를 만드는 게 더 정확하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중요한 건 6개 숫자를 주역괘로 대체하더라도 미래의 로또 숫자를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로또의 색다른 쓰임새가 등장할 수는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