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의 황윤미 과장(34·코오롱인더스트리)과 김설미 대리(32·코오롱). 각각 소속회사와 직무는 다르지만 그들은 멘토와 멘티 사이다. 코오롱은 지난 2007년부터 재계 최초로 ‘여성멘토링’제도를 도입했다. 과장 이상의 여성관리자가 여직원들의 고민과 업무에 대해 조언해주는 코오롱만의 ‘후견인시스템’이다. 올해 ‘9기 여성멘토링’에 참여 중인 이들은 지난 5월 멘토와 멘티로 엮였다.

“지난 2006년 PCB기판을 다루는 엔지니어로 입사했어요. 그런데 다음해 전자재료의 영업부서로 발령났습니다. 막막했죠. 당시 건물 한개 층에 여직원은 기껏해야 2명 정도였는데 마음편하게 얘기 나눌 여성동료나 선후배를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때 여성멘토링 제도가 생기더라고요. 1년을 지켜본 후 이듬해 동참했죠.”


'9기 여성멘토링'에 참여 중인 황윤미 과장(오른쪽)과 김설미 대리. /사진=김진욱 기자


매년 50명 참여, 여직원의 고통 '공유'
2기 여성멘토링에서 멘티로 참여한 황 과장은 그동안 3번의 멘티를 거쳐 올해 2번째 멘토로 활동 중이다. 여성멘토링은 1년 단위로 운영되는데 매년 50여명의 여직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5월에 발대식을 갖고 10월에 해산한다. 한 멘토당 2~4명의 멘티가 한 조를 이뤄 매달 활동내역을 자체 커뮤니티사이트에 올려 공유한다. 인사팀에서는 이들 자료를 빅데이터로 활용해 추후 여직원 복지정책에 반영한다.


“첫번째 멘토는 글로벌영업 쪽 일을 해온 과장님이셨어요. 그 업계에서만 10년 넘게 재직한 베테랑이셨죠. 에어백이나 타이어코드 등 전자재료 영업은 업무노하우가 상당히 중요했는데 그분의 도움으로 글로벌 영업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멘토링은 단순히 업무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남직원이 대다수인 직장환경에서 여직원이 겪는 고충을 서로 고민한다는 게 멘티들에겐 더 실질적인 힘이 된다. 황 과장의 멘티인 김 대리 역시 여직원의 애로사항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직장생활에서 큰 활력소를 얻는다고 귀띔한다. 김 대리는 현재 프로세스혁신팀에서 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프로젝트 기획이나 전략 등이 주업무인데 상사나 팀원들이 대부분 남자들이에요.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여직원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저처럼 위킹맘들은 다른 팀원이 야근할 때 육아문제로 일찍 집에 들어가는 날이면 크게 눈치가 보이는 게 현실입니다. 다행히 멘토링제도를 통해 선배들의 '육아·근로 병행' 노하우를 많이 배우고 있어요.”



◆ 애 둘이면 퇴사?…이제는 당당한 워킹맘! 

실제 김 대리처럼 여성멘토링 참가자의 대부분은 출산 이후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과 업무 연속성에서 가장 큰 불편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오죽했으면 ‘애 둘을 낳으면 퇴사하는 게 상책’이라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여직원들 사이에서 형성됐을 정도다. 하지만 9년째 여성멘토링제가 시행되면서 코오롱의 근무환경은 여성을 배려하는 쪽으로 크게 달라졌다. 여직원의 의견이 수렴된 어린이집이 신설되는가 하면 임산부 전용 주차장, 여성 휴게실 확대 등의 변화가 이뤄졌다.


여성멘토링 활동의 꽃은 공식이 아닌 비공식적 만남이다. 주로 멘토와 멘티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로의 애환을 털어놓는다. 한달에 한번씩 회사에서 지원한 '금일봉'으로 '럭셔리한 곳'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밥을 먹으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공감대는 바로 '나 혼자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겁니다. 아무래도 남자들은 군대를 갔다 와서 그런지 서열문화에 어느 정도 잘 적응하잖아요. 하지만 여직원들은 남성 중심의 직장문화가 익숙지 않습니다. 직장동료간 서로 담배 피우고 밤새 술마시며 호흡하는 것만 해도 소수인 여직원이 끼어들기 쉽지 않거든요. 점심밥을 먹으면서 그런 소통문화에 대한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는 편이죠.(황 과장)"

지난 5월 발대식을 통해 시작된 9기 코오롱 여성멘토링은 콘셉트를 '자존감'으로 잡았다. 수적으로 적은 여직원들이 각자 부서에서 자신감을 얻고 업무에 임하자는 게 목표다. 멘티는 100% 여직원이지만 멘토는 남자 중간 관리자급 직원도 더러 있다. 남성멘토는 주로 업무적 도움을, 여성멘토는 소통 부분에 있어 멘티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 


"남성멘토를 통해 얻는 것이 '이럴 땐 이렇게 하라'는 식의 실용적 지침이라면 여성멘토를 통해서는 공감을 얻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난감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나 같으면 이렇게 했을 거야'라고 말씀을 해주시는 식이죠. 결국 두 방면에서 큰 도움을 얻고 있어요.(김 대리)" 

현재 9기 멘토링은 17개 조로 나눠 운영 중이다. 황 과장이 멘토가 된 이 조는 '블링미'라는 이름을 지었다. 황 과장과 김 대리 외에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한 양승미 대리까지 구성원 3명 모두 이름 끝자리에 '미'가 들어가서 지었단다. '내 자신을 빛나게 하자'. 블링미 소속 여직원 3명이 올 한해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외치는 구호다.


코오롱 여성 멘토링은?

지난 2007년에 시작해 올해로 9회째 운영 중인 코오롱의 장수 복지프로그램. 매년 5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이 프로그램에 멘토 또는 멘티로 참여한다. 현재 코오롱그룹의 여성인력은 올 10월 기준 2037명이며 이 프로그램의 참여 누적인원은 전체 여직원의 25%를 차지한다. 멘티의 자격요건은 따로 없으며 코오롱에 근무하는 여성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멘토는 멘티와 직장생활 경험을 나누고 선배로서 조언을 하는 그룹으로, 남녀 구분없이 지원 가능하다. 멘토링팀 구성은 ▲마음에 맞는 멘토·멘티가 팀을 만들어 신청하기도 하고 ▲멘토 또는 멘티로서 참여를 희망하는 개인이 신청을 하면 근무지역, 나이와 직급 등을 고려해 팀을 구성하기도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