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4월20일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5월18일에는 8610원으로 주저앉았다. 한달 만에 주가가 10분의 1 토막난 것이다. 19거래일 동안 하한가를 기록한 날이 13일이나 됐다. 그러나 5월19일 다시 상한가를 치며 상승전환했고 5월29일까지 8거래일 만에 143%나 올랐다. 이후에는 다시 하락 전환해 6거래일 간 25% 내렸다가 6월25일부터는 불과 4일만에 12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짧은 기간에 이 같은 급등락이 반복된 것은 백수오사태 때문이다. 내츄럴엔도텍은 백수오 관련 제품으로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렸다. 주가의 급변동과 더불어 대량거래가 발생해 올 여름까지 주식회전율은 2300%에 달했다. 즉 1주당 23번이나 매매가 이뤄진 것이다. 투자자들이 정신없이 사고팔기를 반복했다는 얘기다.
백수오는 인삼, 구기자와 더불어 중국 3대 명약으로 꼽히고 진시황이 불로초로 알고 복용했다는 하수오와 비슷한 식물로 여겨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하수오(何首烏)란 이름은 중국에서 하(何)씨 성을 가진 60세 노총각이 꿈속에 나타난 노인의 말에 따라 하수오 뿌리를 1년간 먹고 몸이 좋아져 결혼해 아이까지 낳고 머리카락은 까마귀(烏)처럼 까맣게 돼 130살까지 살았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하수오는 뿌리가 붉은색의 고구마처럼 생겨서 적하수오라고도 하는데 뿌리가 하얀 백하수오(백수오)와는 다른 것이다. 백수오는 하수오와 전혀 다른 물질로 효능과 활용도가 하수오보다 아래임에도 불구하고 하수오의 정품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백수오는 하수오보다 재배가 빨리 되고 자양, 강장, 보혈 등 하수오와 비슷한 효능이 어느 정도 있어 농가에서 재배가 늘었다.
◆백수오, 가짜 소동에 인기 ‘뚝’
건강기능식품시장에서 홍삼의 인기가 주춤해지면서 그 자리를 대신해 백수오가 부상했다. 헬스케어 신소재 연구개발 전문바이오기업인 내츄럴엔도텍은 2008년 백수오·속단·당귀를 혼합한 추출물인 ‘에스트로지’를 개발했다.
에스트로지는 갱년기 증상개선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중장년층 여성의 관심을 모았다. 백수오 복합추출물은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백수오 관련 제품이 회사 전체 매출액의 84%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2014년 기준). 에스트로지는 미국의 세계 1·2위 약국 체인 월그린, CVS에 수출도 이뤄졌다. 회사설립 12년 만인 2013년에는 코스닥에 상장해 시가총액 10위권 안으로 부상했다.
잘 나가던 내츄럴엔도텍은 지난 4월 한국소비자원에서 내츄럴엔도텍이 취급하는 물질에 이엽우피소가 함유돼 있고 이엽우피소가 유해하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식약처는 지난 1월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를 조사했을 당시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4월 실시한 재검사에서는 이엽우피소가 혼입됐다고 발표했다.
또한 한국소비자원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백수오제품 32개에 대해 유전자검사를 시행한 결과 ‘90%가 가짜’라고 발표했다. 건강기능식품보다 엄격하게 관리된 의약품의 일부에서도 이엽우피소가 검출돼 충격을 줬다.
국순당의 대표제품 ‘백세주’에 사용되는 10여가지 한방재료에도 백수오가 들어가는데 역시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 식약처는 해당 원료사용 제품의 판매중단을 요청했다. 국순당은 백수오를 원료로 쓰는 세 종류의 백세주를 모두 자발적으로 회수하는 강도 높은 대처를 했다.
이엽우피소는 백수오의 뿌리와 육안으로 구별이 힘들 만큼 비슷하게 생겼는데 우리나라에는 없었으나 1990년대 초 중국에서 들어왔다. 농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농민들의 90%가 이엽우피소를 백수오의 대체작물로 알고 재배했다. 가격이 백수오의 3분의 1에 불과한 이엽우피소의 사용이 백수오 인기에 편승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재배기간도 백수오의 2~3년보다 훨씬 짧은 1년으로 파종 후 그해 가을에 수확이 가능해 농가들이 선호했다. 이엽우피소는 식약처에서 약재로 인정하지 않으며 생약규격집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엽우피소, 인체에 유해할까
중국식물도감에는 이엽우피소 뿌리에 독이 있고 중독되면 침 흘림, 구토, 경련, 호흡곤란, 심장박동 완만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엽우피소의 인체 유해성 여부에 대한 입장은 기관마다 다르다. 일단 소비자원은 간독성과 신경쇠약·체중감소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를 들어 인체에 해롭다는 입장이다. 대한한의사협회도 백수오와 이엽우피소 모두 약재로 쓰일 수 있어도 이엽우피소를 백수오의 대용으로 쓰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식약처장이 국회에서 밝힌 의견은 “식용으로 사용한 적이 없어 식품원료로 허용되지 않지만 안전성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가짜 백수오사태로 내츄럴엔도텍은 상반기 매출액이 23.9% 줄었고 영업손실 47억2389만원, 당기순손실 116억8332만원을 기록했다. 백수오 관련 제품들을 제조 판매하는 여러 업체와 홈쇼핑업체 등도 타격을 입었다.
GS·CJ·현대·롯데 등 홈쇼핑업계 빅4는 마케팅비용 증가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백수오 환불비용까지 발생함에 따라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2.3%, 순이익은 26.6% 급감했다. 백수오 환불비용은 ▲GS홈쇼핑 33억원 ▲CJ오쇼핑 35억원 ▲현대홈쇼핑 88억원 ▲롯데홈쇼핑 103억원 등 총 259억원에 달했다. 소비자의 82%는 백수오제품을 홈쇼핑을 통해 구입했고 업체별로는 홈앤쇼핑이 47.5%로 가장 많았다(소비자단체협의회).
중소기업전용 홈쇼핑인 홈앤쇼핑은 백수오제품의 판매수수료가 최대 40% 중반에 달해 과도한 수익경영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과도한 믿음이 부른 참사
이번 사태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점검해볼 기회다. 백수오의 선풍적인 인기에는 갱년기 장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과도한 주부들의 믿음도 한몫했다. 한의학적으로는 갱년기 증상을 치료해주는 기능으로 보기 어렵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주는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한의사들은 갱년기 여성에게 백수오도, 이엽우피소도 아닌 하수오를 처방한다.
명승권 근거중심의학위원장은 “여성 갱년기 증상개선과 관련, 백수오 효능에 대한 임상시험 논문은 총 2편이 검색됐다”며 “하지만 두 임상시험 모두 백수오뿐만 아니라 여러 성분이 함께 들어 있기 때문에 백수오 단독으로 갱년기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2편의 논문 중 하나는 이해관계가 있는 회사의 관계자가 공동저자다.
서강대 이덕환 교수는 “바이오벤처기업이 식약처에 신청하면서 기능이 나타나는 유효성분을 신남산이라고 했다”며 “이는 계피산으로도 불리는데 계피향(시나몬)이 나는 물질에 많이 들어있다. 만약 신남산이 유효성분이라면 백수오 대신 계피가루를 먹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요즘 여러 경로를 통해 판매되는 많은 건강식품 중에는 사람에 대한 기능성과 안전성 및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과장, 홍보하는 것이 있다.
식약처에서 기능과 안정성을 인증한 제품에는 ‘건강기능식품’이란 명칭이 붙고 단순히 ‘건강식품’, ‘건강증진식품’ 등의 명칭으로만 파는 제품은 식약처 인증제품이 아니다.
가공제품인 건강식품에 부실한 원료를 사용하고 합성첨가물이 들어가면서 자연식품보다 몸에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농축물질로서 성질이 강해 몸에 맞지 않으면 과다섭취 시 위험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원료, 생산과정, 올바른 복용법 등에 대해 확실히 알고 이용해야 한다.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 천연식재료들은 나름대로 우리 몸에 유익한 성분을 갖고 있다. 건강에 도움되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평소 여러 천연식재료를 골고루 섭취한다면 건강식품 구입에 돈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건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