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대선주자들이 다양한 공약과 이슈를 내세웠지만 이를 관통하는 주제는 ‘부의 불평등’이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세금 감면 약속을 내놓았고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은 최저임금 인상과 부자 증세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 대선 최대이슈 '소득 격차' 해소
공화당 후보들은 세율을 단순화해 세금 부담을 낮추고 법인세율도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후보에 따라 단순화 방법과 법인세율 인하 폭이 다르다.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후보는 샌더스다. 그는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고 월가의 투기꾼에게서 세금을 걷어 공립대학의 학비를 무료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사회보장국의 통계는 부의 불평등이 차기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5000만달러 이상 자산가는 13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110명보다 20% 늘어난 것이다. 이들의 평균 자산 규모는 8600만달러에 달했다. 2000만달러에서 5000만달러 자산가 역시 같은 기간 565명에서 776명으로 늘어났다.
한마디로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된 셈이다. 지지부진한 임금상승률을 감안하면 미국 사회의 소득 격차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의 불평등 혹은 소득 불평등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나라들이 고민하는 문제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부의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보여주면서 왜 해결하기 힘든 문제인지를 분석했다. 부의 불평등은 나이와 인종, 교육 수준과도 연결돼 있어 단순한 처방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WSJ는 연방준비제도의 제프리 톰슨과 구스타보 수아레즈 이코노미스트의 연구에 주목했다. 이 연구는 미국의 부에 관한 일종의 패턴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노년층이 청년층에 비해 더 부자고 백인이 흑인이나 히스페닉보다 더 부자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결과는 이런 고정관념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연령대별 자산현황을 보면 20대의 경우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규모가 크지 않다. 30세 평균 자산 규모가 9만8000달러(약 1억1000만원) 수준이다. 40세의 평균 자산 규모는 30만8000달러, 50대의 평균 자산은 62만달러로 조사됐다. 반면 62세 평균 자산 규모는 91만달러(약 10억2700만원)로 높아진다. 물론 이는 평균값이기 때문에 거부들로 인해 어느 정도 왜곡이 발생한다.
하지만 여전히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 대부분이 부자로 태어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부를 축적한다는 점이다. 결국 평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20대에 10만달러를 모아야 하고 30대에는 다시 20만달러를 추가로 축적해야 한다는 점이다. 40대와 50대에는 각각 30만달러를 모아야만 평균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인들의 자산 규모는 은퇴시점인 62세에 정점을 찍고 그 이후에는 서서히 줄어드는 구조다.
◆ 돈이 돈 버는 사회
미국인들의 부채도 연령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20대에는 부채가 거의 없지만 30세의 평균 부채 규모는 8만1000달러로 크게 높아진다. 40세와 50세의 부채 규모는 11만3000달러와 11만9000달러에 이른다.
반면 60세에는 8만6000달러로 감소하고 70세에는 3만9000달러 수준까지 급감한다. 부채 규모가 이처럼 크게 줄어드는 것은 모기지론을 모두 상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같은 패턴과 동떨어져 있다. 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일부가 독점하기 때문이다.
인종간 자산 규모 비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올 초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인종과 나이, 교육 수준에 따른 인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자산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대학 교육 이상을 받은 백인과 아시안, 중년층 혹은 노년층 때문에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 가구 비율은 25%에도 못 미치지만 미국 경제적 부의 2/3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를 주도했던 레이 보스하라와 윌리엄 에몬스, 브라이언 노스는 “인구변동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아니지만 가구의 부를 예측하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또 교육 수준에 따라 부의 수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보여준다. 40세 이상의 경우 단지 5%만이 백만장자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들 가운데 학사 학위 소유자는 약 22%에 달했고 박사 학위 소유자나 박사과정을 수료한 비율은 무려 38%에 이르렀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경우는 1% 이하였다.
돈이 돈을 벌고, 부자들은 더 많은 유산을 상속받고 있는 셈이다. 미국 사회가 최대 불안요인이 되고 있는 부의 불평등 문제를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