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5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 15년간 꾸준히 연구개발비 투자를 아끼지 않은 성과가 드디어 나타난 것. 이 공시가 뜬 다음날 주당 55만원이었던 한미약품의 주가는 단숨에 상한가를 기록하며 70만원대로 치고 올라갔다.
증권가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계약이 성사될지 몰랐다며 연일 ‘매수’를 외쳤다. 각 리서치센터는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은 이제 시작이라며 앞다퉈 목표주가를 올렸다. 심지어 목표주가를 올린 지 며칠 만에 실제 주가가 이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 같은 과열 양상에 일각에서는 한미약품의 주가가 과대평가 됐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미공개정보 유출의혹도 불거지는 상황이어서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기술수출, 이견 없는 ‘대박’
지난 5일 한미약품은 세계 4위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와 지속형 당뇨신약 포트폴리오인 ‘퀀텀프로젝트’(Quantum Project)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4억유로(약 5000억원),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35억유로(약 4조3700억원) 등 총 기술수출료 39억유로(약 4조8700억원). 국내 제약업계에서 전례가 없는 대규모 계약이다. 이 공시가 나온 다음날 한미약품의 주가는 전일종가 54만7000원보다 29.98% 상승한 71만1000원에 장을 시작했고 하루종일 움직이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불과 나흘 후인 지난 9일 한미약품은 또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지난해 매출 86조원을 기록한 세계 1위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제약사업부인 얀센과 당뇨 및 비만치료 신약 후보물질인 ‘HM12525A’를 수출하기로 계약한 것. 이 계약으로 한미약품은 계약금 1억500만달러(약 1200억원), 마일스톤 8억1000만달러(약 9400억원)를 포함해 1조600억원을 받는다.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면 두자릿수 비율의 판매 로열티도 받는다. 2건의 계약을 포함해 올해 4건의 기술수출에 성공한 한미약품은 임상 및 상용화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총 7조5600억원의 자금을 챙긴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기술수출 소식이 전해진 후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라며 새로운 목표주가 산정에 나섰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계약에 따른 신약가치와 높아진 영업가치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75만원에서 95만원으로 상향한다”며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대규모 기술수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부터 한미약품에 대한 리포트를 낸 10개의 증권사 중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은 KB투자증권을 제외하고 모든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이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91만7000원이다. 또 ‘보유’ 의견을 제시한 삼성증권 외 나머지 증권사는 모두 ‘매수’ 의견을 냈다.
◆ 대규모 기술수출, 실적도 ‘껑충’
한미약품의 지난 3분기 매출은 2683억79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이 절반 이상 늘어난 것보다 더 놀라운 점은 영업이익의 폭증이다. 이번 한미약품의 영업익은 357억1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0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높은 연구개발비 투자와 중국쪽 판매부진으로 기저효과가 다소 존재하지만 이 정도면 업계에서는 ‘어닝서프라이즈’로 본다.
직접적으로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은 지난 7월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내성표적 폐암신약 ‘HM61713’의 기술이전 계약이다. 이 계약의 규모는 계약금 5000만달러(약 580억원), 마일스톤 6억8000만달러(약 7800억원)다. 실제 유입된 계약금만 따져도 지난해 3분기 매출의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통상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는 임상시험 결과나 상용화 등에 따라 나눠 들어오기 때문에 한미약품의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번 2건의 기술수출도 계약금만 6200억원에 달한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분배하고 수수료 및 세금을 제하더라도 3600억원가량의 현금이 들어올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계약금 유입이 기술수출계약 체결 이후 두달 정도 소요되는 것을 비춰볼 때 올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한미약품의 실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 고평가·미공개정보 유출의혹… 투자는?
한미약품의 주가가 불과 1년 새 8배가량 뛰어오른 상황은 다소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0일 한미약품의 주가는 장중 87만7000원으로 치솟았다. 불과 3일전 상향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번 계약가치를 포함해 잠재계약이 가능한 신약 파이프라인의 가치까지 더해 산출한 증권사의 목표주가를 빠르게 따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가 과열됐다는 방증이다.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가장 낮게 잡았다. 김승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술수출 계약이 공시된 주요한 파이프라인 가치만 각 임상단계의 성공확률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산정했다”며 “현재 주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추가계약의 가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일각에서는 한미약품이 불공정거래 정황으로 조사를 받는 만큼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3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78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당시 공시된 날보다 일주일 전부터 주가가 급등했다. 특히 기관의 매수세가 평소 1만~2만주에서 16만주까지 폭증했는데 검찰에서는 한미약품 직원이 유출한 내부정보를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 등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한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한미약품이 제약업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모든 정보가 시장참여자에게 공정하게 전달돼야 할 상장사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나타난다면 그 주식을 신뢰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