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금피크제 조기확산을 위해 임금피크제 지원 사업장을 중소기업까지 확대한 가운데 임금피크제의 실효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특히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도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 회사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총이 지난해 12월 7일부터 18일까지 산하조직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및 취업규칙변경에 관한 팩스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도 신규채용을 하지 않아 임금피크제가 임금삭감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201개의 조직에서 답변지를 보내왔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고 응답한 사업장은 201개 조직 중 101개 조직이었다. 이들 사업장의 임금피크제 도입 유형은 60세 이상 정년을 보장하면서 61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정년연장형이 28곳, 60세 또는 60세 이상 정년을 보장하지만 60세 이전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사업장(정년보장형 또는 고용연장형)이 73곳이다.


정년보장형 또는 고용연장형이 정부가 주장해 왔던 임금피크제를 통해 신규고용이 늘어날 수 있는 사업장인데 응답사업장의 38.4%(73곳 중 29곳)만 신규채용을 실시했거나 계획이 있다고 답했고, 52.1%(73곳 중 38곳)의 사업장에서 신규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사용자가 임금피크제를 시행해 임금만 삭감하고 신규고용 창출을 하지 않는 사업장이 절반 이상 되는 것이다.

한편,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해서는 최근에 취업규칙을 변경했다고 응답한 사업장은 201개 중 58개 사업장으로 28.9%를 차지했다. 취업규칙 변경 내용은 정년관련이 가장 많았고(46.9%) 다음이 임금 및 근로조건(33.3%), 인사평가 기준 및 복무규율(11.1%) 해고 및 징계관련 (8.6%)순이었다. 이 중에서 불이익 변경이라고 응답한 사업장은 15곳(25.9%)이었고 이들 사업장에서는 노조의 동의 또는 합의, 근로자과반수의 동의 등의 절차를 거쳤다.

취업규칙을 변경한 사업장 중에서 비 과반수 노조인 경우 취업규칙 변경절차는 총투표 방식이 11곳(37.9%)로 가장 많았고, 개별동의서 방식8곳(27.6%), 회의방식 7곳(24.1%), 부서별 찬반의견 취합 방식 3곳(10.3%) 순이었다. 이 중에서 개별동의서 제출방식은 불이익 변경일 경우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연공급에서 직무성과급으로 임금체계 개편 시도가 있었냐는 질문에 110곳(59.2%)이 ‘없다’고 답했고, 26개 사업장(12.9%)만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앞으로 예상된다’는 응답이 47곳(23.4%)이나 됐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임금피크제가 사용자의 임금삭감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함을 증명하는 결과"라며 "정부는 청년실업문제를 해소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임금피크제를 통해 형성된 재원이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감시·감독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