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은 회사가 주지만 퇴직금을 관리하는 건 근로자의 몫이다. 은퇴 후 풍족한 노후를 원한다면 갓 회사에 입사한 사회초년생부터 퇴직을 앞둔 근로자까지 시기에 맞는 퇴직금 관리가 필요하다.
임금인상률이 높은 근로자라면 확정급여형(DB)이 유리하다. 승진의 기회가 많은 사원과 대리직급이 해당된다. 그러나 본인이 투자하고자 하는 확정기여형(DC)의 운용수익률이 임금인상률보다 높다면 주저 말고 DC형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DC형의 경우 안정형·중립형·공격형 중 한가지 포트폴리오를 선택할 수 있다.
나에게 맞는 것은 DB형일까, DC형일까. 또 DC형을 운용한다면 어떤 포트폴리오를 선택해야 할까. 수익률을 높이면서 안정적인 노후생활도 보장하는 퇴직연금 활용법을 알아봤다.
◆DB·DC형 선택, 직급따라 다르다
DB형과 DC형의 차이점은 운용리스크가 누구에게 귀속되느냐다. 퇴직금 운용의 수익과 손실이 회사에 귀속되는 것이 DB형이고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고 손익 역시 근로자가 부담하는 것이 DC형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구조적 차이는 근로자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근로자는 묻는다. “어떤 방식을 선택했을 때 튼튼한 노후준비가 가능할까.” “어떤 방식이 수익률에 더 유리할까.”
답은 간단하다. 본인의 임금인상률과 DC형의 운용수익률을 비교해 더 높은 것을 선택하면 된다. 예컨대 직장인 김모씨(32)의 월급이 2014년에는 200만원이었지만 2015년에는 208만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하자. 그의 임금인상률은 4%다.
DC형을 선택하면 각 연말에 200만원과 208만원이 적립되고 이를 금융사가 마련한 포트폴리오(주식·채권 등)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면 된다. 운용수익은 금융사의 포트폴리오 상품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5%로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A금융사의 DC형 상품 중 안정형, 중립형, 공격형의 4분기 수익률은 각각 1.5%, 2.5%, 5%를 기록했다.
임금인상률이 4%인 김씨가 DB형을 선택하고 2015년에 퇴사했다면 마지막 월급에 근속연수를 곱해(208만원×2년) 416만원을 퇴직금으로 받는다. 이는 A금융사의 DC형 상품과 비교했을 때 안정형·중립형보다 높은 수익률이고 공격형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승진의 기회가 많아 높은 임금상승률을 기대할 수 있는 사원·대리 등에게는 DB형이 유리한 반면 남은 기간 동안 임금상승률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장, 부장 등에게는 DC형이 좋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임금피크제는 임금이 가장 높은 정점을 기준으로 이후 하락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임금인상률은 마이너스가 된다. 따라서 DB형이라면 DC형으로 갈아타야 한다. 또는 임금이 가장 높은 시점에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아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로 옮겨 담으면 된다. IRP계좌 역시 운용에서 DC형과 차이가 없다. IRP는 퇴직금을 받았거나 퇴직연금을 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또한 정부는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기보다 퇴직연금으로 받길 권한다. 퇴직금을 한번에 받았더라도 60일 이내 IRP계좌에 입금해 매달 퇴직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 대신 연금소득세가 부과되는데 이는 30% 경감된 수준이다. 이미 퇴직소득세를 냈더라도 자동으로 환급된다.
◆포트폴리오, 투자 리스크 잡는다
DC형·IRP로 퇴직금을 운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포트폴리오 상품의 위험자산 비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2분기부터 대표 포트폴리오를 도입할 예정이다. 모두 안정형·중립형·공격형 등 3가지 상품으로 간소화했으며 위험자산은 안정형에 20%, 중립형에 40%, 공격형에 60%가 포함된다.
선택은 근로자의 몫이다. 높은 수익률을 위해 얼마만큼의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가 문제다.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개인의 성향이 우선이다. 예상수익률이 높더라도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어 어떤 것을 선택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며 “다만 위험자산의 비중이 높더라도 포트폴리오를 이용하면 개별상품이 지닌 위험을 다른 상품으로 분산해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연금기획부 관계자는 “시장상황을 반영해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특정상품의 위험성이 커지면 다른 상품으로 대체해 손실을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만큼 퇴직금을 원금보장형 상품에만 넣어두지 말고 위험성이 있더라도 포트폴리오 상품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예컨대 1억5000만원의 퇴직금을 IRP에 넣고 13년 동안(56세부터 국민연금 연기를 신청한 68세까지 가정) 퇴직연금을 받을 때 운용수익률을 2.5%로 가정한다면 매월 퇴직연금 수령액은 113만원이다. 모두 1억7600만원으로 23개월치 퇴직연금을 추가로 수령할 수 있다.
◆중소사업장 사장·직원 위한 퇴직금
사장 1명과 직원 6명이 있는 중소사업장일 경우 어떻게 퇴직금을 마련해야 할까. 우선 사장과 직원의 퇴직금 적립방식에 차이가 있다. 사장은 ‘노란우산공제’를 이용할 수 있다.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소상공인이 폐업, 노령 등의 상황에 처했을 때 생활안정을 보장받는 것으로 퇴직금의 성격과 매우 유사하다. 노란우산공제는 자체적으로 기금의 74%를 채권에, 17%를 주식 등에 투자해 안정성에 중점을 두는 것이 특징이다.
종업원의 퇴직금 사외적립을 위해서는 고용노동부가 ‘중소 퇴직연금기금제도’를 준비 중이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은 금융사와 연계해 퇴직금을 사외에 적립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중소사업장 직원들의 안전한 퇴직금 보장을 위해 고용부가 추진 중인 기금제도지만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채 19대 국회가 문을 닫아 언제 시행될지 미지수다.
A. 이직이 잦은 근로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규모가 작은 퇴직금을 어영부영 써버리는 것이다. 퇴직금을 받을 때마다 IRP에 모아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퇴직금을 IRP에 모아두면 장기근속 효과를 누릴 수 있다. 5년마다 직장을 4번 옮겼어도 IRP 운용수익률이 3%이고 20년 장기근속한 근로자의 임금상승률도 3%라면 이 둘의 퇴직금은 동일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