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나덜렁씨는 최근 무인현금자동화지급기(CD)에서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려다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도난·분실 카드로 등록돼 있어 현금인출이 불가능했던 것. 나씨는 다른 CD기기를 찾아 현금인출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상한 건 불과 한시간 전까지만 해도 편의점에서 이 카드로 결제해 물건을 샀다는 점이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음식점, 백화점 등 어디서나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했다. 다시 말해 신용카드 기능은 이용이 가능한 데 현금입·출금 기능은 정지된 것이다. 왜일까.
나씨의 사연은 이렇다. 나씨는 1월12일 지금의 신용카드를 분실했다. 나씨는 불안한 마음에 곧바로 카드사 콜센터에 연락해 분실신고를 했다. 그런데 며칠 후 사무실 책상 서랍에서 잃어버렸던 카드를 찾았다.
나씨는 콜센터에 연락해 분실카드 등록을 해제했다. 도난·분실 등록해제는 분실 접수번호와 신용카드 고유식별 번호, 간단한 개인정보를 직원에게 알려주면 유선으로 신청이 가능하다.
그런데 유선으로 신청하면 신용결제 부문만 해제된다. 은행 입·출금 기능은 계속 정지된 상태다. 입·출금 기능까지 해제하려면 신분증을 들고 은행창구를 방문해야 한다.
이는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고객의 소중한 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유선으로 분실신고 등록을 해제했을 경우 본인이라면 상관 없지만 범죄를 노린 제3자라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신용카드로 부정사용뿐만 아니라 은행통장에 있는 잔액까지 범죄자에게 털릴 수 있다.
두번째는 카드사와 은행계의 전산망 때문이다. 신용결제부문은 신용카드사의 영역이지만 입·출금 기능은 은행의 고유업무다. 따라서 카드사가 분실기능을 해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분실 해제기능은 각 카드사가 보유한 전산망으로 풀 수 있는데 현금인출은 은행의 고유업무"라며 "현재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지금의 시스템을 적용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