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성이 술을 마시고 여관에 들어갔다 성매매 여성을 불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홧김에 불을 질러 무고한 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중식당 배달원 유모씨(53)는 전날 오전 3시8분쯤 서울 종로구 종로5가의 한 여관에 불을 질렀다.

이 방화로 5명이 숨졌으며 5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자 5명 중 2명은 심폐소생술을 받을 정도로 위급했으나 현재는 안정을 찾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부상자 중 1명은 2층에서 뛰어내려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사망자는 1층에서 4명, 2층에서 1명이 발견됐고 남성이 2명 여성이 3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5가 여관 방화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화재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동료들과 술을 마신 유씨는 지난 20일 오전 해당 여관을 찾아 숙박과 함께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여관 주인 김모씨(71·여)는 여관에서 성매매는 하지 않는다며 유씨의 숙박을 거부했다.

이에 유씨는 이날 오전 2시7분쯤 김씨가 숙박을 거절한다는 이유로, 김씨는 유씨가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각각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관할 파출소 경찰관은 유씨에게 성매매 및 업무방해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은 뒤 훈방 조치됐다.

그러나 유씨는 그대로 귀가하지 않은 채 택시를 타고 인근 주유소로 가 휘발유 10ℓ를 구입했고 오전 3시8분쯤 여관 1층 복도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앙심을 품은 유씨가 방화를 계획하면서 참극을 낳은 것이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 체포된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여관 주인 김씨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했다는 이유로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사건 초기에는 유씨가 해당 여관을 자주 찾았던 곳으로 알려졌으나 경찰 조사 결과 처음 방문했던 곳으로 드러났다. 유씨는 “성매매 생각이 나 그곳으로 갔고 골목에서 처음 보이는 여관에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5가 여관 방화범 유모씨가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혜화경찰서에서 압송돼 종로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이 참사로 목숨을 잃은 투숙객 중에는 모녀로 추정되는 여성들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여관 105호에는 3명이 한꺼번에 묶고 있었는데 이들 모두 목숨을 잃었다. 여관 주인 등의 진술에 따라 경찰은 이들이 가족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 투숙객 중에는 2년째 장기 투숙하는 사람이 2명, 3일 전부터 장기투숙을 하겠다며 여관에 지내던 사람이 1명이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번 방화가 많은 인명피해를 낸 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해당 여관이 대부분 나무로 돼 있고 스프링쿨러는 없는 등 노후한 상태였으며 휘발성이 강한 휘발유로 불을 지른 점이 피해를 키웠다.

더군다나 유씨는 하나밖에 없는 입구에서 불을 질렀고 투숙객이 모두 잠든 새벽시간에 사건이 벌어진 점도 인명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분석된다.

경찰 관계자는 “휘발유를 뿌리면 유증기 형태로 공중으로 번지기 때문에 불이 순식간에 퍼진다”며 “늦은 시각이었고 투숙객들이 잠을 자고 있던 데다 좁은 노후 건물이라 피해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가 여관에 불을 질렀다”는 신고로 자수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유씨는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씨는 유치장으로 이동하던 중 기자들이 던진 물음에 울음소리만 내며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