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브랜드카드사 비자(VISA)의 해외이용수수료 인상이 시장지배적 우위를 남용한 것인지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부 경제분석에 돌입했다. 공정위의 결론에 따라 국내 신용카드 이용자의 해외이용수수료 부담은 커질 수 있다. 공정위의 결론은 이르면 오는 상반기에 나올 전망이다.

비자의 해외이용수수료 인상건을 조사 중인 공정위 실무 책임자는 26일 <머니S>와의 통화에서 “비자아태지사로부터 공정위가 요청한 자료를 지난해 말 모두 받았다. 최근 결론을 내기 위한 경제분석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피신고인(비자아태지사)이 해외에 있다 보니 자료를 수집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렸다”며 “현재 시장 획정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머니S DB

◆소비자 ‘해외이용수수료 부담 확대’ 기로

해외이용수수료는 국내 카드 회원이 해외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비자·마스터카드 등 국제브랜드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다. 100달러어치 물건을 사면 101달러(수수료율 1%)가 결제되고 1달러를 브랜드카드사가 가져가는 식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 관할인 비자아태지사는 기존 1.0%였던 이 수수료율을 지난해 1월 1.1%로 올렸다. 앞서 2016년 5월 비자로부터 이 같은 방침을 통보받은 국내 전업계 8개 카드사는 비자가 시장지배적사업자(독점사)의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라며 같은해 10월 공정위에 비자아태지사를 제소했다.
이 제소건이 주목되는 건 공정위의 결론에 따라 국내 신용카드 이용자의 수수료 부담액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비자의 해외이용수수료 인상분(0.1%포인트)은 국내 카드사들이 소비자 대신 부담 중이지만 공정위가 비자 손을 들어줄 경우 그 부담은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이를테면 해외여행이나 직구를 통해 1000달러(106만원)를 결제한다면 지금은 1만600원(1000달러의 1.0%)을 수수료로 내면 되지만 비자 승소 시 1만1660원(1000달러의 1.1%)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공정위, ‘시장획정’ 작업 중… 이르면 상반기 결론

비자아태지사가 국내 카드사를 대상으로 독점 지위를 남용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본격 조사에 돌입한 공정위는 우선 시장 획정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한 시장에서의 1위 사업자가 전체 매출의 50%, 상위 1~3위 사업자가 75%를 차지하면 해당 사업자의 독점지위가 인정되는데 비자가 속한 시장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시장을 국내에 한정할 것인지, 동아시아에 국한할 것인지, 오세아니아를 포함한 아태지역으로 볼 것인지 등을 판단하는 작업이다.

시장을 국내로 한정한다면 국내 거주자의 해외이용실적을 기반으로 판단하게 되므로 전체 시장대비 비자의 매출 비중은 50%가량이 된다. 반면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시장을 획정하면 비자 비중은 2016년 말 기준 14%다. 전세계 브랜드카드 이용 규모는 결제액 기준 유니온페이 41%, 비자 35%, 마스터카드 17%다.


공정위의 결론은 이르면 오는 상반기에 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한 제소 건의 경우 자료 수집이 완료된 이후 결론을 내리기까지 통상 6개월가량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비자 제소 건에 대해선 언제 결론이 날지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이번 결론이 앞으로 카드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사를 신중히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자아태지사가 패소하면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따라 지난해 1월 인상된 해외이용수수료율 1.1%를 1.0%로 다시 내릴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매출액의 3% 이내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