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를 타고 총을 쏘는 바이애슬론은 국내에선 낯선 종목이다. 10㎞가 넘는 구간을 달리는 이 경기는 18세기 후반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국경수비대가 서로의 실력을 겨눈데서 유래됐다. 이후 1960년 미국 스퀘밸리에서 열린 제8회 동계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후 북유럽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바이애슬론은 스키 실력 못지 않게 사격이 중요한 경기다. 남자 20㎞ 개인 종목은 4㎞마다 5발씩 총 20발을 사격한다. 실제 바이애슬론 최강국인 독일의 경우 선수선발 과정에서 스키보다 사격에 많은 비중을 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표적을 명중하지 못하면 1분의 추가 벌점(개인 종목)을 받거나 별도의 150m 코스를 주행(스프린트, 추적 종목)해야 하는 벌칙을 받는다. 대부분의 선수기록이 1분 이내에 몰려있는만큼 바이애슬론에서 사격은 승부의 향방을 가르는 변수다.
일반적인 바이애슬론 소총의 경우 규정상 3.5㎏이상의 무게를 지니는데 눈덮인 설원에서 오작동이 없어야 하는 만큼 직관적이고 간결한 외관과 작동방식을 갖췄다. 그럼에도 바이애슬론 소총은 어느 총보다 정밀함을 자랑한다. 전세계 바이애슬론 선수 95% 이상은 독일의 안쉬츠사에서 제조한 총을 사용하는데 한자루의 가격은 대략 500만원이 넘는다.
외형은 선수들은 저마다의 취향과 신체에 맞춰 총을 제작한다. 배럴과 트리거, 사이트를 제외한 모든 부분은 선수의 상체길이, 어깨넓이, 손가락길이 등의 체형에 맞게 개조된다. 여기에는 약 2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사용된다.
총구는 눈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면서 재빠른 사격을 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뚜껑이 달렸다. 22구경 5발 탄창도 과학의 산물이다. 습하고 혹독한 환경에서도 정상 작동하면서 무게도 최소화한 이 짧은 탄창은 숙련된 선수가 장전하는데 2초도 걸리지 않는다.
최근에는 노리쇠도 견착 상태에서 손가락 하나로 조작할 수 있을만큼 발달해 선수들의 기록 향상에 큰 도움을 준다. 수동노리쇠를 사용해야 하는 규정상 과거에는 견착과 장전을 반복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지만 최근에는 5발을 모두 격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초 내외다.
총의 반동을 제어하는 데도 과학이 숨어있다. 이 화약 소총은 50m 떨어진 표적의 1.5㎝ 두께 합판도 관통할 만큼 위력적이다. 이 때문에 개머리판에는 미세한 반동을 분산할 수 있는 장치가 부착돼 있다.
성봉주 한국스포츠개발원 바이애슬론 담당 박사는 “먼저 사격장에 도착한 선수도 메달을 장담할 수 없고 30위권 선수도 사격만 잘하면 얼마든지 메달권 진입이 가능하다”며 “마지막까지 순위를 점칠 수 없는 종목이라 실제 관전하면 더욱 짜릿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