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대주주의 자본확충 지원도 한동안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대표의 경영진 교체 가능성과 함께 향후 또 다시 매물로 나오는 게 아니냐는 전언이 나온다. 매물설이 현실화될 경우 그간 두 회사가 안방보험 자금줄을 믿고 집중적으로 팔았던 저축성보험은 감당하기 힘든 짐이 될 수 있다.
◆대주주 리스크에 동양·ABL생명, 자본확충 '비상'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앞으로 인민은행 등 다섯개 부처로 구성된 팀이 내년 2월22일까지 1년간 안방보험을 위탁경영한다. 위탁경영팀은 안방보험그룹의 주주총회, 이사회, 감사회 직무를 중단시키고 관련 업무를 넘겨받았다.
덩샤오핑의 외손녀 사위로 알려진 안방보험 창업자 우샤오후이 회장은 2004년 안방보험을 세운 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10여년 만에 자산 기준 중국 3위 보험사로 키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온다는 점과 안방보험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점이 끊임없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중국 당국은 지난해 안방보험에 대한 실사를 벌여 보험업법 위반으로 보험금 지급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이번 결정을 내렸다.
안방그룹 측은 "앞으로도 해외 자회사의 발전과 경영 및 투자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며 "보감회가 앞서 공고한 바와 같이 안방그룹의 민영기업 성격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내에선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비상이 걸렸다. 오는 2021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에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이 경영권을 박탈당하면서 더 이상 손을 벌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안방보험은 2015년 6월 동양생명, 2016년 12월 ABL생명을 잇따라 인수했다. 안방보험은 안방생명과 안방그룹홀딩스를 통해 동양생명 지분 75.3%, 안방그룹홀딩스를 통해 ABL생명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경영진 교체 가능성↑… "매물설은 '시기상조'"
그간 두 회사는 자금력이 풍부한 안방보험으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수혈했다. 지난해에는 1조원에 달하는 가까운 자금을 수혈 받았다. 3년 뒤 IFRS17 도입을 앞두고 두 회사가 부채 부담이 많은 저축성보험을 과도하게 판매해온 이유다.
또한 두 회사의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해 안방보험의 도움으로 간신히 200%를 넘겨 양호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지만 중국 당국의 위탁경영 기간이 연장될 경우 RBC비율이 급격하게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자본적정성 지표를 말한다.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안방보험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동양생명과 ABL생명 지분을 정리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실제 중국 보위는 지난해부터 안방보험에 해외자산 매각을 강하게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간에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하며 외형을 확대하는 데 주력한 것도 이 같은 의혹을 키웠다.
지분 매각이 현실화된다면 그간 양사가 안방보험의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집중적으로 팔아온 저축성보험은 그야말로 독이 될 수 있다.
3년 뒤 IFRS17이 시행되면 저축성보험은 매출로 인정되지 않고 부채로 인식된다. 두 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판매를 축소한 이유다.
다만 아직은 동양·ABL생명 매물설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장은 두 회사의 안방보험 출신 경영진들이 대거 교체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 정부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지분 매각을 주도하거나 내실 강화를 위해 이와 관련된 인사들을 내려보낼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동양생명에는 지난해 9월 구한서 사장과 공동대표로 선임된 뤠젠룽 사장을 비롯해 야오다펑 이사회의장, 장커 부사장, 피터 진 상무 등 안방보험 출신 경영진이 다수 포진돼 있다. ABL생명에는 옛 알리안츠생명 출신인 순레인 사장을 제외한 이사회 구성원 9명 모두가 안방보험 인사다.
그러나 두 회사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양사 모두 “당장은 안방보험 이슈가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간 동양생명과 ABL생명 통합설이 끊임없이 제기된 가운데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 경영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종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