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술적이어서, 피사체의 시선이 사진가를 의식해서, 예기치 못한 장면이어서, 초현실적이어서" 이것은 1930년대 미국농업안정국(FSA)이 미국 농촌의 현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에 펀치로 구멍을 뚫어서 폐기할 때의 이유들이다. 이 ‘펀치 사진’들은 객관성과 진실성을 담보한다고 믿는 사진에 선택과 배제의 권력이 작용함으로써, 결국 우리가 보는 사진이 주관적이고 비객관적인 사진이라는 사실을 인지시켜줬다.
최치권의 신작
그렇다고 현대의 기술인 포토샵 등을 이용해 사진을 변형하는 방식은 아니다. 신문의 보도사진들을 관찰하고 그것들을 재해석해서 다시 촬영하였으니, 엄밀하게 분류하자면 ‘스트레이트사진’의 형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피사체들은 ‘시각언어’로서 원래 보도사진이 드러내고자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언어를 구사한다. 때로는 보도사진이 전달하고자 했던 언어와 정반대의 언어를 쏟아내고, 의도한 이미지보다 더 강하게 메시지를 압축해 내보이기도 한다. 또는 은폐와 착오로 잘 드러나지 않는 어떤 진실이, 심하게 뒤틀리고 일그러진 이미지 사이에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보도사진 또는 선거포스터들이 재해석의 ‘원재료’로 쓰였다면, 유권자로서 시민들의 모습과 선거를 앞둔 거리의 일상적인 풍경들은 최치권이 기록하듯이 스트레이트로 찍은 사진들이다. 그러나 이 사진들 역시 피사체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피사체 앞에 가로놓인 사물들의 배치에 따라 사진가의 해석이 더해졌다. 근엄해야 할 인물의 얼굴이 희화화되기도 하고, 낯익은 풍경이 낯설어지면서 풍자와 아이러니로 뒤바뀐다.
지리적 윤곽을 뜻하는 ‘전도’라는 단어를 빌어서 공간이 아닌 시간, 정치라는 비물질, 그리고 이 시대 대중의 심리까지 사진에 담아냈던 첫 작업 <대한민국전도>에 이어, 최치권은 꾸준히 국가와 사회, 국가과 국민을 맥락으로 한 사진작업을 펼치고 있다.
한편 전시 개막행사는 9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전시는 17일까지 계속되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은 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