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의수족은 누가 만들까?”
사람의 의지보조기를 전문적으로 만들던 김 대표가 동물재활공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8년 전 우연히 한 동영상을 보면서부터다. 어획용 그물에 걸려 꼬리를 잃은 돌고래에게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 해양수족관과 해양생물학자들이 인공꼬리를 선물하고 재활훈련을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고 나니 어릴 때 키우던 고양이가 생각났어요. 문틈에 껴서 하반신이 마비돼 얼마 못살았는데, 동물에게 의수족을 해주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좀 더 오래 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후 국내에 동물의 의지보조기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업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김 대표는 본인이 직접 일을 해보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반려동물이 아프면 안락사하거나 유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지요. 혹은 어설프게 보살피려다 보니까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주인들도 삶의 질이 떨어지고요. 이건 사회적인 문제라는 생각에 내가 한번 해결해봐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관련 자료가 없어 해외 사례를 찾던 김 대표는 미국에서 사람의 의지보조기 제작자가 동물용도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1~2년간 미국업체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실정을 알리고 동물 의지보조기 제작 일을 배우고 싶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전한 끝에 필라델피아의 한 업체로부터 ‘도움을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간 김 대표는 일을 배운 뒤 한국으로 돌아와 2013년 1월 국내 최초 의지보조기 전문 업체인 펫츠오앤피를 개업했다.
◆‘최초’의 길 열기까지
국내에서 처음 개척하는 일인 만큼 시행착오도 많았다. 무엇보다 동물 의지보조기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부족한 점이 난제였다.
“동물은 기본적으로 말을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 케어를 할 것이냐는 결국 보호자의 의지에 달렸어요. 때문에 동물 의지보조기에 대한 보호자의 인식개선을 위해 많이 시간을 들여야 했습니다. ‘수술을 하면 된다’는 일부 수의사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초반에는 경험부족으로 인한 어려움도 많았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 동물을 상대로 보조기를 맞추려다 보니 제대로 되지 않아 수차례 수정을 거치기도 했다고.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어려웠던 만큼 개업 초반에 이곳을 찾은 동물들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김 대표는 그중에서도 ‘동순이’라는 이름의 반려견 얘기를 전했다.
“동순이는 동물병원 앞에 버려졌던 골든리트리버예요. 홍역을 앓은 뒤 틱장애를 비롯한 여러 질환이 생겨 생사경계에 있었는데, 동물병원과 연계해 그 아이의 휠체어를 제작했었어요. 이후 새로운 주인에게 입양돼 잘살아가고 있는데 지금도 그 친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은 한달에 70~100마리의 동물이 방문할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의지보조기 제작에는 통상 1주일가량이 소요된다. 보호자가 수의사의 진단서와 반려동물을 동반해 클리닉을 방문하면 상담을 통해 본을 뜬 뒤 1주일에 걸쳐 제품을 만든다.
이후 보호자가 반려동물을 데려와 몸에 맞는지 확인하고 생활환경 등을 살펴 반려동물을 집으로 데려갈 것인지 병원으로 다시 돌아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친다. 동물병원과 협업해 기성제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반려동물과 보호자가 굳이 클리닉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동물재활공학사’를 새 직업군으로
김 대표는 현재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맞춤 제품이 아닌 휠체어 등 기성화된 ‘메이드 인 코리아’ 동물 의지보조기를 수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내년을 목표로 우리가 만든 기성제품을 해외시장에 판매하는 걸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로부터 동물재활공학사 자격제도를 정식 인가받아 새로운 직업군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김 대표의 목표다. 김 대표가 설립한 동물재활공학사협회를 통해 동물재활공학사라는 직업을 인증하겠다는 계획인데, 지난해 고용노동부에서 현장을 찾아 관련 조사를 마치고 인가를 검토하는 단계에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정부에서 올해 안에 동물활공학사를 새 직업군으로 인가해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부산지역의 한 동물병원에 펫츠앤오피의 클리닉이 상주해 있다. 일반 병원에 재활과가 있듯이 동물병원을 방문한 보호자가 의사의 처방 뒤 병원 내에 있는 클리닉으로 가면 보조기를 제작해 곧바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김 대표는 동물재활공학사라는 전문 인력을 많이 배출해 이 같은 시스템을 확산하는 게 자신의 중장기적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화된 인력이 각 지점의 병원에 투입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동물과 사람의 삶의 질도 지금보다 크게 개선될 것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4호(2018년 6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