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전환에 부채비율도 높아져
마니커는 CJ제일제당을 대상으로 신주 1633만6056주(보통주)를 발행, 3자 유상증자를 실시해 140억원을 조달한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신주 납입일은 오는 25일로 상장 예정일은 7월6일이다. 이로써 CJ제일제당은 마니커 지분 12.27%를 확보, 이지바이오(마니커 지분 22.81% 보유)에 이어 두번째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마니커 측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운영자금을 조달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회사 경영상 필요 목적”이라고 밝혔다.
마니커는 업황 부진으로 수년간 실적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매출은 하락세를 이어왔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마니커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33억4963만6968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49억1660만5020원이다.
재무상황도 불안하다. 마니커의 올 1분기 부채비율은 전년 말 대비 22.77%포인트 증가한 182.98%를 기록했다. 마니커가 유상증자를 실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유상증자는 부채비율을 높이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발등의 불’ 차입금부터 해결해야
특히 마니커가 당장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650억원에 달한다. 또 마니커가 보유한 1171억원 수준(별도 기준)의 유형자산과 237억원 규모의 투자부동산 대부분이 차입금 담보로 제공(담보설정금액 1171억원)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더 이상 모기업 이지바이오에게서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이지바이오는 2016년까지 세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마니커를 지원했다. 하지만 이제 이지바이오의 현금 실탄도 바닥을 드러냈다. 이지바이오의 올 1분기 부채비율은 141.45%, 단기차입금은 5350억원인 반면 현금자산은 904억원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CJ제일제당이 마니커의 든든한 우군으로 등장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140억원이 마니커의 불안한 재무구조를 탈피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실적 회복이 급선무다. 이번 유상증자로 마니커는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지만 영업활동으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재무구조가 나빠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마니커 관계자는 “회사 재무구조가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들어온 금액을 차입금 상환에 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증자로 부채비율을 떨어뜨리고 차입금도 상당 부분 갚아내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조미진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유상증자는 CJ제일제당과 (마니커의 모기업)이지바이오의 협력 시작점”이라며 “양사는 향후 협력을 통해 곡물 공동구매, 물류센터 통합 운영, 교차 판매 확대 등의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CJ제일제당은 사료와 닭고기 등의 제조 노하우를 이전받을 수 있고 이지바이오는 CJ제일제당과 함께 해외로 진출하거나 유통망 공유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J제일제당 투자, 글로벌 영토확장 일환?
식품업계에선 CJ제일제당의 이번 마니커 투자를 두고 HMR(가정간편식)사업 확대를 위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CJ제일제당은 2016년 마니커와 협력해 안동찜닭양념과 닭고기를 세트로 묶어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CJ제일제당은 HMR사업 확장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당시 안동찜닭양념-닭고기 세트 행사는 마니커F&G와 함께 진행한 것”이라며 “이번 마니커 신주 인수 결정은 HMR 확대를 위한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신주 인수형태지만 경영에 참여하거나 인수합병을 염두에 둔 것도 아니다”면서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내 생물자원(사료)부문을 국내·외에서 강화하기 위해 이지바이오와 사업제휴를 맺기로 해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상증자 참여 목적이 마니커가 아닌 이지바이오에 있다는 얘기다.
이지바이오는 배합사료 생산, 양돈사육 및 도축, 육가공제품 생산에 이르는 농∙축산 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구축한 지주회사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부 내 생물자원(사료)부문과 유사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이지바이오는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농장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정부의 북방정책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 이지바이오 계열사인 서울사료는 러시아 연해주에서 직접 수확한 옥수수 약 1만톤을 국내 식품 가공업체들에 판매한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식품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지난해 6월 러시아 냉동식품업체 라비올리(Ravioli)를 인수해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의 이번 투자는 글로벌 영토 확장이라는 이재현 회장의 ‘월드 베스트 CJ’ 청사진을 펼치기 위한 일환으로 읽힌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5호(2018년 6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