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김모씨(38)는 아직까지 큰 변화를 못 느끼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조치에 따라 김씨는 퇴근시간을 30분 앞당겼다. 김씨는 “퇴근시간이 30분 빨라졌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면서 “최소한 오후 5시 이전에 끝나야 뭘 배운다거나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을 텐데 아직까지는 동료들과 담배 한타임 더 피울 수 있는 여유 정도”라고 말했다. 김씨는 오히려 “대외적으론 회식이나 저녁 술자리는 줄겠지만 업무 중 휴게시간을 근무시간에서 제외하거나 비공식 야근이 늘어나는 등 편법과 꼼수가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직장인들 사이에 기대와 우려가 뒤섞이고 있다. 과도한 노동시간이 줄고 일·가정 양립에 일정 수준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일부에선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급만 줄어들까 전전긍긍
대형 건설사 직원 A씨는 근로시간 단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A씨는 “그동안 업무가 끝나도 상사 눈치를 보느라 퇴근시간이면 늘 안절부절 못했는데 이제 다들 빨리가는 편이라 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퇴근시간이 정해지니 업무시간에 일을 하는 집중도도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퇴근 후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거나 야구장을 가는 등 문화생활을 즐길 계획이다.
반면 패션회사에 다니는 직원 B씨는 주52시간 근무제가 반갑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B씨는 “패션업계 특성상 주 2~3일은 야근을 해야 할 만큼 일이 많은데 일은 쌓이고 야근비까지 못받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결국 집에 가서 무급 야근을 해야하니 직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생산직에 종사하고 있는 C씨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C씨는 특근수당 등으로 기본급외 급여가 많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으로 월급이 100만원 가까이 줄게 생겼기 때문이다. C씨는 “토일 특근이 다 없어지는데다가 시급을 올려도 상여금을 다 깎아버려서 결국 연봉차이가 엄청 난다”며 “취지는 좋지만 근로시간만 줄일게 아니라 기존 임금에 대한 보전을 해줘야 제대로 된 제도가 될 것 같다. 이대로라면 저녁 있는 삶이 아니라 저녁 굶는 삶이 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직장인들과 주부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카페에서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한 주부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해 “현재 남편의 월급이 줄어드는데 일찍 퇴근해서 애들이랑 놀아준다고 해서 진짜 저녁이 있는 삶, 행복한 삶이 되겠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주부도 “급여수준을 맞춰줘야지 시간만 줄인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투잡이라도 뛰어야 할 판”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그전엔 대중없이 오후 10~11시에 퇴근했는데 이젠 늦어도 8시 안에 집에 가니 좋다”, “정착만 되면 노동에서 더 자유로운 나라가 될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편 1일부터 시행된 새 근로기준법에 따라 300인 이상 사업장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다. 주당 근로 40시간에 더해 연장근로(휴일근로 포함) 12시간을 넘을 수 없다. 50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