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GeForce GTX 1080. /사진=엔비디아

가상화폐의 채굴 난이도 향상과 채산성 악화, 대형 가상화폐거래소 해킹 등 가상화폐시장에 악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그래픽프로세서유닛(GPU) 제조사 엔비디아가 위기에 봉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PC구성의 필수부품인 GPU는 지난해 가상화폐 채굴 열풍에 힘입어 몸값이 급등했다. 가상화폐 채굴업자들이 시장에 풀린 GPU를 싹쓸이하면서 그래픽카드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1993년 설립된 세계 1위 엔비디아는 GPU 시장점유율 75%의 사업자답게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

지난해 4분기 엔비디아 매출액은 약 29억1000만달러(약 3조2431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4% 급증했다. 시장이 예상했던 26억8000만달러(약 2조9892억원)를 8.6%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매출총이익률은 62%에 달했다.


연간으로는 매출액이 2016년 50억1000만달러(약 5조5876억원)에서 지난해 69억1000만달러(약 7조7067억원)로 37.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9억4800만달러(약 1조573억원))에서 19억7100만달러(약 2조1984억원)로 성장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열기가 수그러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과잉재고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지난달 말 주요 IT외신들은 미국 온라인 투자 전문매체 시킹알파의 보고서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채굴용 GPU의 수요 감소로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만에서 세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한 대형 거래처가 30만개에 달하는 GPU를 반품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냉각팬을 제거한 엔비디아의 GeForce GTX 1080. /사진=엔비디아

시킹알파는 보고서에서 “엔비디아가 가상화폐 채굴용 GPU의 수요예측에 실패해 과잉재고를 만들었다”며 “엔비디아가 시장을 너무 긍정적으로 전망한 것”이라고 밝혔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GPU보다 효율이 좋은 채굴전용 주문자특화반도체(ASIC)이 등장한 것도 GPU와 엔비디아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가 GPU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고 종류에 따라 중앙처리장치(CPU)를 활용하는 때도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만큼 GPU가 출하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각 업체가게임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GPU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차세대 GPU를 탑재한 신형 그래픽카드의 출시를 미루는 것”이라는 소문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2016년 ‘지포스 10 시리즈’를 출시한 후 2년 넘게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공개하지 않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6월 초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8’에 참석해 “차세대 GPU 발표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일단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신작출시를 연말로 미루면 시간을 조금 더 벌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신형 그래픽카드가 출시되면 공급업체들이 경쟁에 들어가 가격이 더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