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다각화 승부수 적중… 이번엔 부동산금융업

구본걸 LF 회장은 카멜레온 같은 사업가다. LG그룹에서 벗어난 LG패션을 이끌기 시작해 지금의 LF로의 변신을 일궈냈다. 그동안 그를 수식하는 단어도 늘었다. ‘재무통’, ‘패션업계 맏형’, ‘브랜드 컬렉터’에서 ‘M&A(인수·합병)의 마술사’ 등 주로 LF의 성장과 관련된 것들이다. 지난해만 총 6건의 M&A를 진행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번엔 부동산금융업이다.
◆‘생활문화기업’ 무한변신… 다음은 ‘부동산’
패션업계에 따르면 LF는 국내 3위 부동산신탁회사인 코람코자산신탁 인수를 추진 중이다. LF는 지난달 24일 코람코 창업자인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의 보유 지분 5.43%와 우호 소액주주 지분 40.57% 등 총 46%를 인수하기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인수금액은 약 1600억원이다.
구 회장은 최근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잇단 M&A로 그룹 덩치를 빠른 속도로 키웠다. 지난해 1월 버니니(스파클링 와인)와 수제맥주 브루독을 국내 독점 유통하는 주류회사 인덜지를 인수한 지 2개월 만에 일본식자재 회사 모노링크를 약 300억원에 사들였다. 다시 6개월 뒤에는 치즈 및 버터를 수입·유통하는 유럽 식자재기업 구르메F&B코리아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식자재 유통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생활문화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지난 7월엔 조미김 생산·판매업체 해우촌을 태인수산을 통해 인수했다. 인수가는 50억원 수준. 기업회생철차에 들어갔던 해우촌은 스토킹호스(수의계약 뒤 경쟁입찰) 방식으로 새 주인을 찾았다. LF는 해우촌을 앞서 인수한 식자재 유통업체들과 엮어 시너지를 창출할 방침이다.
LF 관계자는 “패션 중심에서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업으로 도약하면서 식품 유통, 화장품 유통, 생활용품 판매 등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정체된 패션업에 안주하지 않고 사업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LF는 부동산업에도 뛰어들며 M&A시장의 ‘단골손님’으로 떠올랐다. 보수적인 경영방침을 갖고 있는 LG가에서는 다소 이례적인 행보로 구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구 회장은 LG의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이다.
◆정체기 빠진 패션… 내실 다지기 주력
LF는 2007년 12월 LG상사의 패션부문을 분할해 신설한 법인이다. 닥스·라푸마·헤지스 등 의상 브랜드로 유명하다. 하지만 국내 패션시장 정체가 장기화되는 데다 글로벌 패션기업의 국내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져 패션 하나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힘들어진 상황이다.
구 회장은 신사업 확대와 동시에 본업인 패션부문에선 내실을 다져왔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효율 경영을 펼치는 대신 여성복 질바이질스튜어트와 남성복 일꼬르소의 백화점 매장을 정리하고 27년간 운영해온 타운젠트 브랜드를 철수시켰다.
반면 온라인몰은 강화했다. 구 회장은 2015년 패션 전문 케이블채널인 ‘헤럴드동아’(동아TV)를 인수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단순히 채널을 인수해 판매망을 확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기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다.
그는 평소 백화점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온라인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션브랜드 전문몰인 ‘하프클럽닷컴’을 보유한 패션 전문 온라인기업 ‘트라이씨클’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패션부문 매출 껑충… ‘패션·금융’ 양대축
업계에선 구 회장이 앞으로도 M&A를 통한 볼륨 키우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내실화 먼저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LF는 문어발식 확장이 아닌 계열사 간 시너지에 초점을 둔 M&A라 생산 효율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구 회장의 전략 적중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동안 300억원 안팎을 오가던 비패션부문 매출이 2016년 461억원으로 증가하더니 지난해 전년 대비 3배 이상 껑충 뛴 1500억원대에 올라섰다.
올 상반기 비패션부문 매출은 지난해 매출에 이미 근접한 상태다. 지난해 인수한 식자재 유통업체 모노링크와 구르메F&B코리아의 영향이 컸다. 두 회사가 LF푸드로 편입된 뒤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현금흐름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으로 1273억원에 그쳤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 상반기 2110억원까지 늘어났다.
이 추세로라면 올해 비패션부문 매출은 2000억원대를 거뜬히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구 회장이 비패션분야로의 체질개선을 선언한 2014년 매출의 10배에 달하는 성과다.
업계에서는 구 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부진으로 남성복과 여성복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카테고리로 사업을 확대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며 “이번 부동산 금융업 진출은 재무통인 구 회장의 또 다른 승부수로 LF 사업구조가 ‘패션과 금융’ 양대축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하는 다음 먹거리는 무엇일까. M&A로 사업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나선 구 회장의 다음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프로필
1957년생/ 연세대 경영학과/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LG산전 관리본부장/ LG패션 회장/LF 회장(현)
1957년생/ 연세대 경영학과/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LG산전 관리본부장/ LG패션 회장/LF 회장(현)
☞ 본 기사는 <머니S> 제556호(2018년9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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