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김 구글 전무가 구글 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구글이 국내 인터넷기업의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지난해 9월 인공지능(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를 출시한 지 꼭 1년만에 한국어를 구사하는 ‘구글 홈 시리즈’를 출시했다.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AI 스피커 사업자들은 세계시장을 석권한 구글 홈이 한국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삼성전자도 ‘갤럭시 홈’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구글 홈과 갤럭시 홈을 중심으로 AI 스피커시장이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차이 만드는 ‘화자 인식기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전세계 AI 스피커의 올 2분기 시장점유율은 구글이 32.3%, 아마존이 24.5%를 기록하며 1, 2위를 차지했고 알리바바(17.7%)와 샤오미(12.2%)가 뒤를 이었다. 지난 11일 세계 AI 스피커 시장점유율 1위 구글 홈이 한국에 상륙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업계가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지난 11일 서울 한남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스피커 구글 홈·구글 홈 미니의 국내 상륙을 공식화했다. 이어 일주일 후인 18일에는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두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했다.

미키 김 구글 아태지역 하드웨어 사업 총괄 전무가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구글 홈을 시연했다. 김 전무는 구글 홈의 기능을 설명하면서 “구현하기 어려운 보이스매치 기능과 다중언어 기능이 우리가 지닌 강점”이라며 “이것이 시장에서 구글 홈을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구글 홈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보이스매치와 다중언어 등 ‘화자 인식기술’이다. 이 기술은 현재 구글 홈에서만 구현이 가능하다.


보이스매치 기능은 음성으로 사용자가 누군지 구분해내는 기술이다. 구글 홈은 최대 6명의 등록 사용자를 구분하고 개인화된 답변을 내놓는 기능을 갖췄다. 실제 현장에서 김 전무와 이지현 구글 홈프로덕트 한국담당 매니저가 번갈아 구글 홈을 사용하며 보이스매치 기능을 선보였다.

아울러 구글은 간담회 자리에서 다문화 가정을 위한 다중언어 기능도 공개했다. 다중언어 기능은 한번에 여러가지 언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구글 홈은 사용자가 설정한 2개 언어를 활용해 해당 언어로 답변한다. 현재 지원하는 언어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한국어 등이다.

구글이 AI 스피커에 적용한 화자 인식기술을 도입한 국내 기업은 아직 없다. ‘누구’를 서비스하는 SK텔레콤은 내년 1분기나 2분기에 해당 기능을 구현할 것으로 예상되며 ‘기가지니’를 서비스하는 KT는 올 하반기에 화자 인식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는 삼성전자는 올 초 ‘CES 2018’에서 AI 플랫폼 빅스비의 화자 인식기술을 시연한 바 있다. 네이버는 올 하반기를 목표로 화자 인식기술을 개발 중이었지만 최근 출시시기를 다시 논의한다며 입장을 바꿨고 카카오는 하반기 중 카카오톡에 화자 인식기술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화자 인식기술은 개인정보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도입하기 어렵다”면서 “기술 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부분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 도입에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구글

◆‘잔잔한 호수’에 돌 던진 구글

구글 홈의 강력한 무기는 또 있다. 바로 ‘오픈 전략’이다. 구글 홈은 현재까지 공개된 AI 스피커 가운데 가장 많은 파트너를 보유 중이다.
구글 관계자는 “구글 홈은 전세계 225개 이상의 홈 자동화 파트너 기기와 호환되며 5000개 이상의 제품을 집안에서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LG전자의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를 포함해 경동나비엔 보일러, 코웨이 공기청정기, 브런트 블라인드 엔진 등을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의 제휴에 대해서는 “우리는 오픈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삼성전자와의 파트너십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글 홈은 국내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2016년 10월에 첫선을 보인 모델인 만큼 최신 기종이라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구글 홈의 국내 출시로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간 국내 AI 스피커시장은 비슷한 기술력을 지닌 기업이 경쟁을 벌였지만 강력한 기술과 생태계를 갖춘 구글이 등장하면서 시장의 판도변화가 감지된다.

한 전문가는 “구글 입장에서는 후발 주자로 국내에 들어왔지만 기술과 생태계의 격차가 워낙 커서 한국시장을 공략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국내 이동통신사의 AI 스피커는 데이터가 부족해 음성인식률이 떨어지고 인터넷 기업의 AI 스피커는 가전제품과 연동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글 홈은 이 같은 점을 모두 보완할 수 있고 시장점유율 80%에 이르는 강력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도 강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구글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구글 관계자는 “한국 AI 스피커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만큼 여러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며 “구글 홈의 한국 진출이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글 홈의 한국 상륙이 더딘 성장세를 보인 국내 AI 스피커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58·5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