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명문 대학으로 꼽히는 연세·서강·이화여대가 위치해 흔히 '명문대 골목'으로 불리는 신촌역. 하지만 주말 밤 이곳 거리를 뒤덮은 담배꽁초는 '명문(名門)'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머니S가 토요일인 지난 15일 밤 서울 마포구 신촌역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취재한 결과 실태가 심각했다. 카페부터 술집 골목 곳곳에는 수많은 꽁초가 널부러져 있었다. 대학가 개강시즌을 맞아 '개강파티' 혹은 '불토'를 보내려 이곳을 찾은 수백여명의 인파 중 꽁초를 줍는 사람은 단 한명도 볼 수 없었다.
진한 담배 연기가 일상이었는지 인근 술집 상인들도 거리의 흡연자들을 말리지 않는 모습이다. 거리를 걷던 비흡연자들만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시민들은 '간접 흡연'을 피하고자 코를 막고 신속히 발걸음을 옮겼다. 비가 그친 뒤 습해진 바닥. 쓰레기와 함께 섞인 담배악취는 지독했다.
◆"다들 버리니까"… 사라진 시민의식
서울시가 지난달 1일부터 25개 자치구에 단속원 770명을 투입해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대학가 골목에는 여전히 담배꽁초 무단투기 행위가 넘쳐나고 있다.
이들이 바닥에 꽁초를 버리는 이유는 뭘까.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술집 앞에서 흡연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만났다. 신촌 인근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다는 이모씨(25)는 '근처에 흡연실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 그냥 여기서 피우라"고 답했다.
'바닥에 꽁초를 버리면 안되지 않냐'고 묻자 이씨는 "다들 버리니까 괜찮다"며 "환경미화원이나 경찰 등 (꽁초를 줍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안다. 신촌역은 다른 대학가에 비하면 깨끗한 편이다. 걱정 말고 담배를 피우라"고 답했다.
술 약속이 있어 경기도 수원에서 올라왔다는 박모씨(27)도 길거리 흡연에 당당한 기색을 보였다. '시민들이 길거리 흡연을 안 좋아하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박씨는 "비흡연자들도 만약 담배를 태운다면 흡연자들의 고충을 이해할 것"이라며 "흡연부스는커녕 재떨이 하나 없는 곳에서 길거리 흡연을 논하는 것은 모순 아니냐. 나라에서 (담배로) 걷어가는 세금이 얼만데 길거리 흡연자들을 욕하냐"며 발끈했다.
두사람의 말처럼 거리의 흡연자들은 본인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하나 같이 웃고 떠들면서 흡연한 뒤 꽁초를 버렸다. 꽁초 외에도 담뱃갑이나 라이터를 버리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쓰레기 투기, 정부단속 '미비'
그렇다면 담배꽁초 투기를 흡연자의 양심에만 맡겨야 할까. 쓰레기 투기에 대한 정부의 제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환경부는 시·군·구청에 생활폐기물 불법투기 등 환경오염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인터넷으로도 신고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또 지역 환경·시민단체 회원 등을 불법배출 명예단속원으로 임명해 활용하고 공익근무요원 등을 생활폐기물 불법배출 단속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단속전담요원으로 지정하기도 한다.
각 지역마다 다소 다르지만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담배꽁초·휴지 등 휴대하고 있는 폐기물을 무단으로 버릴 경우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한다. 비닐봉지·천보자기 등을 이용해 폐기물을 버린 행위는 20만원, 차량·손수레 등 운반장비를 이용해 폐기물을 버리면 50만원을 적용한다.
현행법상 과태료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정작 단속은 미흡한 실정이다. '2017년 서울시 무단투기 등 단속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총 4만5108건의 무단투기를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구별 평균 단속 건수는 1804건이지만 구마다 편차가 컸다. 단속 건수 상위 3개구(강남구, 광진구, 관악구)의 평균 단속 건수는 7356건에 달했지만 하위 3개구(성동구, 도봉구, 노원구)는 47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국민건강증진기금 예산액(사회복지+보건)은 총 3조7342억원, 지출 총액이 3조3001억원임을 감안할 때 폐기물 단속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절실해 보인다.
◆담배꽁초, 화재사고로 이어져
거리에 버려진 꽁초는 악취를 내는 것 외에도 심각한 화재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7일 소방청이 발표한 '화재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21만4614건의 화재가 발생해 1458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는 9246명에 달했다. 화재발생 원인은 담배꽁초나 음식물 조리 중 발생하는 부주의가 8931건으로 전체 화재의 41%를 차지했다.
또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경기도 화재건수는 총 5024건으로 사상자 10명 이상, 재산피해 50억원 이상의 대형화재는 총 3건이 발생했다. 소방청의 자료와 마찬가지로 발화요인으로는 부주의가 2244건으로 전체 발생건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최다 발화요인을 기록한 ‘부주의’를 구체적으로 보면 담배꽁초가 73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음식물조리 중 336건, 쓰레기소각 265건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서울 A소방서의 한 소방공무원은 머니S와의 전화통화에서 "무심코 거리에 버린 담배꽁초가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나 한명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큰 화재를 발생시킬 수 있다. 반드시 꽁초의불을 다 제거한 후 꽁초 전용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대학가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길거리 흡연은 흔한 일"이라며 "'자신의 작은 행동이 거리를 바꾼다'는 주인의식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길거리 흡연을 막기 위해 정부·기업 등이 노력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흡연자들이 먼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