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인근 빌딩에서 2년째 감시당직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병주씨(가명·70)는 이번 추석연휴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다. 2인1조 교대근무로 운영되는 경비일을 시작한 뒤로 이씨는 명절다운 명절은커녕 제대로 된 휴가도 다녀온 적이 없다. 빌딩 당직실에 16시간가량 상주하며 각종 기물을 관리하는 것이 이씨의 일이다. 그에게 주어진 휴식시간은 취침시간까지 포함해 하루 8시간 뿐이다. 이씨는 "경비원이 멍절연휴를 보내고 싶다고 집에 내려가면 건물은 누가 지키겠냐"며 "몸은 피곤하지만 그래도 일하는 건데 감수한다. 10시간 이상 경비 일을 하고 잠깐 쉬고 또 몇시간 일을 하는 패턴이다. 아침 일찍 집으로 퇴근해서 집에 갔다가 또 나와서 일한다"고 말했다.
22일부터 26일까지 장장 5일에 이르는 올 추석연휴에도 김씨가 쉴 수 있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그나마 연휴 마지막날인 26일 하루 동안에는 근무하는 인력이 모두 들어와 짧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다만 이마저도 발 뻗고 쉬는 게 아닌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 쉬는 것이다. 사실상 연휴기간 내내 빌딩 안에만 머물러야 한다.
◆다른 경비원도 '울상'… 월급 190만원↓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주차장의 경비원이 근무를 하고 있다. 작은 경비실이 답답해 보인다. /사진=강산 기자 주차장·학교등다른 감시당직 경비원들도 이씨와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기자가 만난 경비원 모두 월급 19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서울지역 일부를 포함한 전국 대부분 학교의 경우 1명씩만 배치된 야간당직 노동자들은 연휴기간 내내 혼자서 학교를 지켜야 한다. 학교에서 경비 업무를 하는 근로자들은 제대로 된 휴식조차 하기 어렵다. 건물 경비원들 대부분이 취침실이나 휴게실이 있는 반면 주차장·학교 경비원들에겐 이렇다 할 환경조차 마련돼있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 52시간 도입에 따라 근무체계 개편이 이뤄지면서 일부 경비원들의 월급은 더 줄어든 상태다. 노동 여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시간만 조정돼 근무환경이 더 열악해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일 8시간씩으로 근무시간이 조정됐지만 증원 없이 기존 인력으로 시간을 배정하다 보니 업무 공백이 생겼다"며 "기존 인력들이 대직으로 시간 외 근무를 하면서 근무시간이 불규칙해졌고 주 52시간 탓에 초과 근무를 해도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주 52시간 도입 후 현장 노동자들은 참지 못하고 잇따라 회사를 그만뒀다"고 귀띔했다.
개인생활도 따로 없이 장시간 근무를 감내하고 있지만 경비원들이 받는 급여는 한달에 150~180만원으로 정해져 있는 셈이다.
◆연휴 때 근무해도 '수당·휴가' 없어
서울 시청역 인근 한 빌딩에서 경비원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강산 기자
많아야 한달에 두번 정도 쉬는 경비원들에게 '특별수당'이나 '혜택'은 없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 빌딩 경비원 A씨는 '연휴 수당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없다. 그런 것은 아예 없고 평소 근무 때랑 (임금이) 똑같다. 일자리안정자금 같은 지원혜택도 우리 같은 사람이 신청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A씨는 "연휴 때 집에 못 내려가는 것이 이젠 익숙하지만 어떤 혜택도 없는 것은 속상하다"며 "고향에 가지 못하는 것도 힘들지만 특히 더 안타까운 부분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는 점이다. 60~70대 이상으로 (다들) 나이가 많은 상태에서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의료적 처치나 건강상태 등을 체크하는 시간조차 부족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고령자가 대부분인 감시당직 노동자들이 명절 연휴 내내 혼자 근무하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제때 의료적 처치를 받을 수 없는 등 안전상의 위협에 노출된 점도 큰 문제다. 실제로 지난 2015년에는 충북 충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59세 감시당직 노동자가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2013년도부터 경비원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해왔다. 국민권익위원회 또한 지난 2014년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에 학교 당직근무자들의 근무형태를 격일제로 변경하도록 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권고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4월 경제적 소외를 받고 있는 노동자를 위한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노동자 수가 178만5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자리안정자금·입주민 관리비 인상 등으로 노동자의 부담을 해소했다고 알렸지만 여전히 많은 경비원들이 소외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월급 190만원 미만 근로자에게 13만원을 지원하는 것보다 더 필요한 것은 연휴기간 단 하루도 쉬지 못한 근로자에 대한 '관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