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이란 제재 영향이 본격화 되고 있으며 그 강도가 당초 시장의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오는 11월4일부터 이란 석유 제재가 시작되면서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보다 0.83% 오른 배럴당 81.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2014년 11월 이후 4년 만에 최고가를 다시 썼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0.27% 오른 배럴당 72.28달러를 기록했는데 지난 7월10일 이후 최고가다. 다음날인 26일 소폭 하락하긴 했으나 차익실현 매물로 상승 추세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는 유가가 2008년 금융위기 직전 관측된 석유 급등과 폭락 시나리오가 재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 당시 브렌트유는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었다.
지난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플래츠 아시아태평양 석유 회의에서 국제 원유 거래사인 머큐리아의 대니얼 재기 공동 설립자는 "시장은 4분기 이란 제재로 인해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사라지는 데 따른 공급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수급상황에 따라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을 내놨다.
또 다른 원유 거래사 트라피규라의 벤 러콕 원유 트레이닝 부문 공동대표 역시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이란 원유 수출 제재 계획을 밝혔을 때만 해도 시장은 하루 평균 30만~70만배럴 감산을 예상했지만 감산 예상치가 150만배럴로 훌쩍 뛰었다"며 "유가가 올해 크리스마스까지 90달러, 내년 초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공급이 빠르게 감소하는 가운데 탄탄한 수요 역시 유가 급등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BofAML은 2018년 수요 증가분을 하루 140만배럴로 전망하고 있다.
BofAML은 2019년 2분기 말까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95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보다 18% 넘게 오를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BofAML이 유가가 무조건 오를 것이라 본 건 아니다. 달러 강세, 신흥국 부채 증가, 신흥시장 자금 유출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신흥시장은 석유 수요 성장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약간의 흔들림도 전세계 수요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BofAML은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하려면 이란 외에도 기폭제가 필요한데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이란으로 인한 공급 감소분을 상쇄할 것"이라고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