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단위: %, 백만원 |
정 사장의 궁극적 목표는 KDB생명의 매각 성공이다. 그는 건강보험 위주의 상품구조 전환과 중위험·중수익 중심의 공격적인 투자전략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을 모두 잡아 회사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선제적 자본확충 성공… ‘고금리 발행’ 논란 불식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DB생명의 지난해 9월 말 지급여력(RBC)비율은 222.9%를 기록했다. 금융당국 권고수준은 150%이며 업계에서는 200%를 넘으면 안정적 수준으로 본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5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는 연간 76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말 RBC비율은 108.5%로 권고 수준(150%)을 한참 밑돌았다. 1년 만에 환골탈퇴에 성공한 데는 정 사장의 역할이 컸다.
정 사장은 지난해 2월 KDB생명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 연구위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를 지낸 학계 출신이다. 경영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물음표가 달렸지만 실적에 치중하는 재계 출신보다 이론에 입각한 학계 출신이 체질개선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정 사장의 최대 과제는 RBC비율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10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되는데 취임 당시는 턱걸이(108.5%)에서 버티는 수준이었다.
이전에는 산업은행으로부터 유상증자 등 수혈을 받아왔지만 취임 시에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체질개선 없이 유상증자도 없다’고 못을 박은 상태여서 남은 방안은 회사채 발행뿐이었다.
정 사장은 지난 5월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하며 단 번에 RBC비율을 끌어올렸다. 발행금리가 7.5%라는 점에서 ‘고금리 조달’ 논란도 제기됐지만 시장금리 상승이 전망되는 현 상황에서는 선제적 대응을 잘했다는 평이다. 만약 금리 변동성을 따져 10년만기 후순위채를 발행했다면 5년 뒤에는 추가 자본조달을 고민해야 한다.
KDB생명은 2017년 말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체질개선에 나섰으며 지난해 내실 중심의 영업전략을 펴면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KDB생명이 궁극적 목표는 매각 성공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포석이 마련돼야 하는데 보장성보험 중심의 수익구조가 자리잡혀야 한다. 문제는 상품구조 개선 작업에서 사업비 증가가 불가피해 단기적 성장통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정 사장은 보장성 비중을 확대하면서 종신보험 위주의 상품구조를 건강보험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종신보험은 사망담보 보험으로 보험료가 비싸 고수익 상품으로 꼽히지만 초기 사업비율이 높아 비용이 많이 들고 만기가 길어 자산부채관리(ALM)도 어렵다는 게 부담요소다.
예를 들어 종신보험 만기가 30년이라면 30년 만기 채권에 투자해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을 매칭해야 하는데 장기채를 확보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매칭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RBC금리위험액이 늘어나 RBC비율이 떨어질 수 있고 탄력적인 자산운용도 어려워져 투자수익률 제고에도 한계가 있다. 체질개선에 시동을 거는 상황에서 종신보험 판매는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산운용 전략은 안전자산 위주에서 벗어나 중위험·중수익 투자 비중을 높여갈 계획이다. 자산운용 인력을 대거 채용해 인력풀(Pool)을 확대하고 종신보험 비중을 낮추면서 생긴 자산운용 여력을 최대한 활용해 수익률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KDB생명은 과거 판매한 고금리 상품 비중이 높은 생보사로 꼽힌다.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된 현 시점에서 이자율차 역마진이 부담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금리상품 만기가 돌아올 때까지 투자이익률을 높여 손실을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누적 운용자산이익률은 3.0%로 업계 평균(3.6%)를 한참 밑돌아 역마진 구조가 되레 확대됐다.
KDB생명 관계자는 “저출산-노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전통적인 사망보장 위주에서 과감히 탈피해 건강보장 중심의 상품 전략을 꾀하고 있다”며 “인수 기피 대상이던 고령자, 유병자 대상의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말 자산운용 및 투자심사 부문의 핵심인력을 대폭 확충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위험-중수익 추구를 위한 선별적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준비금 부담이자 축소를 위한 방안도 병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감독당국의 생보사에 대한 소비자 보호 책임강화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라도 사전 예방적 소비자 보호체제를 구축하고 사후적 민원 감축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