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전 국무총리./사진=뉴시스 이종철 기자
이완구 전 국무총리./사진=뉴시스 이종철 기자

이완구 전 국무총리(69)가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 사건을 거치면서 문제의 비타500박스를 언급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데 보도가 나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전 총리는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 심리로 열린 경향신문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6차 변론기일에 나와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진행하던 이 전 총리는 이날 처음으로 민사 법정에 나왔다.

이 전 총리는 2015년 성완종 전 회장 측이 차에서 비타500 박스를 꺼내 전달했다는 내용의 경향신문 보도가 허구라며 당시 경향신문 편집국장 등 3명을 상대로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문제의 기사를 보여주면서 "이 보도를 계기로 2000여개 기사가 나왔는데, 당시 충격에 빠진 국민은 국무총리가 비타500 박스로 돈을 받았구나 믿었다"며 "초등학교 1학년이던 제 손자도 텔레비전을 보고 영문도 모른 채 할아버지가 비타500을 좋아하는 것으로 이야기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국무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었겠냐"며 "이 사건을 거치면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 기록과 공판 과정에서 문제의 비타500을 언급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저를 분노케 했고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기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의 최측근이자 이 사건 핵심 증인 이모씨가 법정에서 진술하기를 경향신문 편집국장이 신문기사를 보여주면서 초면은 노란색 귤박스를 이야기해 사실관계가 아니라고 강하게 항의했고 그럼 음료박스 정도로 가겠다고 주장해서 그것도 안 된다고 실랑이하다 기사를 안 쓰는 걸로 결론 냈는데 다음날 비타500 기사가 떴다고 진술했다"며 "이 보도는 3000만원 기사에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누구도 말하지 않은 비타500을 1면 톱기사로 써서 국민이 믿게 보도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일로) 언론 책임과 보도의 한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며 "저는 억울함을 풀거나 또 당시의 상황을 말씀드리기 위한 것이 아닌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언론 자유의 최전선에 있는 언론사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어딘지 알려 문제를 소상하고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향신문 측 대리인은 "원고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여부가 명예훼손이지 비타500 자체가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며 "공인에 대한 언론 보도는 일반인보다 넓게 보장돼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 판단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다음달 15일 오후 2시에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