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24일 새벽 구속됐다. 사법부 71년 역사상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수감된 건 이번이 최초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진행한 뒤 24일 오전 1시57분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의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영장심사결과를 기다리던 양 전 대법원장은 그대로 구속수감됐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5시간30분가량 영장심사를 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렸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공모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대법원이 2012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결하자 이듬해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이 판결에 문제를 제기하고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개입해 판결 선고를 연기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공작 사건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에서도 임 전 차장 등과 공모해 정부 입맛에 맞춰 판결 결과를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양 전 원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판사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 측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전날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불이익을 준 혐의로 법정구속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예로 들며 '판사 블랙리스트'로 수십명의 판사들에게 인사불이익을 준 양 전 원장의 혐의가 훨씬 중대하다고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양 전 원장과 같은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던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두번째 구속영장은 또다시 기각됐다.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종전 영장청구 기각 후의 수사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다"며 "현재까지의 수사경과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