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에서 무패행진을 기록하는 팀은 많지 않다. 자본의 경제를 통해 상위팀 간 전력 평준화가 이뤄지기 때문. 올 시즌 세계 프로축구 5대 리그에서 패배가 없는 팀은 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벤투스가 유일하다.

특히 e스포츠의 경우 잦은 리빌딩 등의 변수로 매 시즌 우승팀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전세계를 호령했던 SK텔레콤 T1의 지난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자력진출 실패를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도 2년 연속 파란을 일으킨 팀이 있으니 ‘그리핀’이다. 그리핀은 지난해 첫 승격시즌부터 6연승을 달리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지난해 롤챔스 준우승 타이틀을 획득한 그리핀은 올 시즌 리그 10경기 무패행진을 달리며 ‘어나더 레벨’(Another Level)의 정점을 찍었다.


그리핀 선수들. /사진제공=그리핀
그리핀 선수들. /사진제공=그리핀

◆승격팀 파란? 이제는 최강자

롤챔스 정규리그는 3전2선승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 경기에서 2연승을 거두면 피로도 또한 줄어든다. 그리핀은 1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2대0 퍼펙트스코어를 기록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킬과 어시스트를 더해 데스로 나눈 KDA 지표를 봐도 그리핀만의 강한 화력을 알 수 있다. 탑 라인에서는 ‘소드’ 최성원이 KDA 7.6으로 가장 높았고 ‘타잔’ 이승용의 경우 KDA 15.2로 정글러부분 최강자에 올랐다. 그리핀의 허리를 책임지는 미드 라인의 ‘쵸비’ 정지훈은 KDA 27.8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였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리핀은 게이밍스타(Gaming Star) 스폰서 사기 논란으로 이탈한 기존 선수들이 2016년 12월 인수해 새롭게 창단한 팀이다. 2017년 롤챔스의 하위리그인 챌린져스코리아 리그에 합류해 막강한 전력으로 1년 만에 프로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 콩두컴퍼니가 스틸에잇으로 사명을 바꾸고 그리핀을 인수하면서 구단명 변경도 예상됐지만 모기업이 브랜드 통합 정책을 발표하며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기적을 만든 그리핀은 스틸에잇의 e스포츠 인프라와 전문 매니지먼트 지원을 받아 비상의 날개를 펼쳤다.


'그리핀'은 어떻게 무패팀이 됐나, 승격 2년만에 최강자

◆팀워크, 압도적 경기력으로

올 시즌은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가 예고됐다. 샌드박스 게이밍, 담원 게이밍 등 승격팀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고 대부분의 팀이 주축 선수들과 결별하고 새로운 전력으로 시즌을 준비했기 때문. 그리핀의 경우 앞서 선수단과 2020년까지 재계약을 체결하고 ‘카비에’ 정상현을 추가 영입하는 것으로 보강을 마쳤다.

전력 보강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을까. 그리핀은 예상과 달리 거침없는 연승행보를 거뒀고 10경기 전승, 1라운드 스윕(Sweep)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리핀은 2015년 롤챔스 풀리그시스템 도입 이래 네번째 1라운드 전승팀이 됐다.

2015년 롤챔스 스프링에서는 GE 타이거즈가 11연승을 달리며 1라운드 무패를 기록했고 같은해 서머시즌에 SK텔레콤 T1이 개막 후 14연승을 거뒀다. 2016년 락스 타이거즈가 11연승을 기록하며 최강자로 올라섰다.

그리핀은 올 시즌 들어 지난해 지적된 약점을 보완하고 팀워크를 견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난 시즌에는 후반 집중력이 떨어지고 바텀라인이 불안정해 순간 판단력이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며 “강하게 밀어붙이다가도 멘탈이 흔들리면 맥없이 무너지며 승리를 내주곤 했는데 고집적인 밴픽도 변수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 시즌 그리핀은 절정의 경기력을 보이는 쵸비와 타잔을 중심으로 강한 화력전을 펼친다”며 “가공할 만한 한타와 장기간 선수교체 없이 호흡을 맞춰온 팀워크가 발휘되면서 우스갯소리처럼 말하던 어나더 레벨을 재현했다”고 말했다.

◆9.4패치 버전 영향 있을까

롤챔스는 지난달 28일부터 LoL 9.4패치버전으로 진행하고 있다. 9.4패치를 통해 일부 챔피언의 밸런스가 조정되면서 롤챔스 판도에도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은 정복자 룬이다. 정복자 룬은 적 챔피언에게 피해를 입히면 적응형 능력치를 중첩하는 형태로 변경됐다. ‘렉사이’, ‘이렐리아’, ‘잭스’ 등의 챔피온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드’는 공격속도와 스킬효과가 강화됐고 ‘렉사이’도 궁극기가 개선됐다. ‘나르’, ‘트런들’, ‘아지르’ 등 일부 영웅의 능력치도 변화가 생겼다.

글로벌 밴이 해제된 ‘애쉬’도 롤챔스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쉬를 많이 사용했던 한화생명 e스포츠, 젠지 e스포츠, 킹존 드래곤 X는 새로운 전술 구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스오’, ‘사일러스’, ‘우르곳’, ‘카서스’ 등 현재 메타에서 많은 픽을 받는 챔피언들의 능력치가 하향됐다.

e스포츠 관계자는 “9.4패치로 인해 롤챔스 팀의 전술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일러스의 글로벌 밴이 없다면 큰 차이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핀의 경우 워낙 깜짝 픽이 많은 팀이기 때문에 SK텔레콤 T1과의 경기만 잘 마무리 한다면 2라운드에서도 무패행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2호(2019년 3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