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배터리업계의 시선이 중국으로 향한다. 최근 현지 자동차제조사가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자동차에 정부 보조금 지급 전단계인 형식승인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중국정부의 노골적인 견제로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지난 3년여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산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모델이 형식승인을 받을 경우 중국시장의 문호가 다시 열리며 새로운 성장기회를 잡게 될 전망이다. 과연 한국산배터리는 만리장성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 연구원들이 배터리 성능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LG화학 |
◆‘한국산 패싱’ 기조 바뀌나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화신식화부가 지난달 발표한 ‘제318차 형식승인 예비공고’에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5종이 포함됐다. 둥펑르노는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4종의 순수전기차로, 진캉뉴에너지는 삼성SDI 원통형배터리를 탑재한 1종의 순수전기차로 각각 형식승인을 신청했다.
중국에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으려면 우선 형식승인을 통과해야 한다. 형식승인을 통과하면 이후 보조금 지급을 결정하는 ‘친환경차 추천 목록’을 신청할 수 있다.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모델은 공신부에 형식승인을 신청한 단계로 이달 초 결과가 나온다. 승인이 완료되면 이달 중순 보조금 지급을 신청할 수 있고 다음달 초 보조금 지급 여부가 확정된다.
KDB미래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국 전기차 판매는 77만7000대이며 중국 전기차배터리 출하량은 36.2GWh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의 58.1%를 차지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에 글로벌 배터리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중국정부의 차별적인 보조금 지원정책으로 대부분 로컬업체가 장악한 상황이다.
2017년 중국 전기차배터리시장 점유율 상위 10개 기업은 전부 로컬업체(시장점유율 72%)이며 지난해 컨템포러리암페렉스테크놀로지(CATL)는 파나소닉을 제치고 글로벌 1위로 도약했다. 중국정부는 2015년 3월 ‘전기차 배터리산업 규범 요건’을 발표하고 매년 합격업체 ‘화이트 리스트’를 발표하는데 리스트상 외국계기업은 전무하다.
김 서 KDB미래산업연구소 중국리서치팀 연구원은 “화이트리스트업체의 배터리 이용이 전기차업체의 보조금 수령 요건으로 인식되면서 전기차업체들은 배터리 공급사를 대부분 로컬업체로 교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한국산배터리에 대한 차별이 극심하다. 특히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한 갈등이 번진 이후 한국산배터리에 대한 경계가 노골화됐다. LG화학과 삼성SDI는 2015년 11월 1차 전기차배터리 모범규준에 탈락한 이후 2016년 6월4차까지 인증을 받지 못했다.
2016년 8월에는 예정됐던 5차 심사마저 특별한 이유 없이 심사일정을 미루고 심사기준을 강화했다. 또한 2016년 12월29일 중국 공업화식신부에서 발표한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차량’ 목록에서 한국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한 5개 모델을 제외하는 등 한국산배터리 패싱 기조를 이어왔다.
◆갈길 구만리… 그래도 투자는 계속
업계는 이번에 한국산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5종이 형식승인을 통과한다고 해도 보조금을 지급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본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장착된 벤츠 전기차량이 형식승인을 통과했지만 최종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로컬업체들과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보조금 지원이 절실하지만 실제로 지원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형식승인만이라도 통과한다면 중국정부의 기조나 현시시장의 상황이 변했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20년 전기차 보조금을 전면폐지할 방침이다. 로컬업체의 독주체제를 뒷받침하던 보조금제도가 폐지되면 글로벌 배터리업체들의 중국시장 점유율 확대의 길이 열린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배터리업체들도 현지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도 시장개방 시점에 대비해 공격적으로 현지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1위 배터리업체인 LG화학은 지난 1월 난징 신강경제개발구에 위치한 전기차배터리 1공장과 소형배터리 공장에 2020년까지 6000억원씩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난징 빈장경제개발구에 전기차배터리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LG화학은 2023년까지 2조1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50만대 이상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연간 35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 공장은 올해 말부터 1단계 양산을 시작한 예정이다.
삼성SDI도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시안에 전기차배터리 2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다. 톈진에도 40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배터리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총 10억위안을 투자해 베이징자동차, 베이징전공과 함께 전기차배터리 합작법인 ‘BESK’를 설립하고 지난해 장쑤성 창저우시 금탄경제개발구 내 30만㎡ 부지에 연산 7.5GWh 규모의 전기차배터리 생산공장 설립에 들어갔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분할 출자 형태로 82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올 하반기에 공장 준공을 완료하고 설비 안정화 및 시운전, 제품 인증 등의 과정을 거친 뒤 2020년 초부터 본격적인 양산 및 공급에 돌입할 계획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6호(2019년 4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