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경제보복을 인정하며 결연한 의지마저 내비쳤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사실상 우대조치를 거두는 것일 뿐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은 아니라면서도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성 조치라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일본내 유력 신문들마저 자국 산업 경쟁력 저하와 글로벌시장에서의 고립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고집을 꺾지 않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4일부터 참의원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시기와 맞물려 한국 수출규제가 진행되기 때문에 정치적인 논리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앞서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첨단재료 수출 허가신청 면제국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4일부터 불화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종에 대한 수출허가심사를 강화키로 결정했다. 사실상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로 볼 수 있다.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가 양국의 신뢰관계 훼손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수출 관리제도는 국제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구축하는데 양국 관계가 현저히 손상됐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과 관련된 수출관리를 두고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해서 엄격한 제도 운용을 시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부적절한 사안’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령한 판결로 추정된다. 일본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제공한 5억달러로 해결했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한국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그렇다면 일본이 한국을 우방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수출규제를 강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불화폴리이미드와 포토리지스트의 일본 수입비중은 각각 90%가 넘고 에칭가스도 43.9%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재료를 내주지 않으면 한국기업에 타격이 갈 것이라는 계산이다.
아베 총리의 생각과는 달리 일본 내부에서는 이번 수출규제로 내수시장이 동시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더 재팬 뉴스는 “이번 규제로 한국 기업들이 대체자원을 신속히 조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경우 한국기업이 시장점유율 90%를 점유하고 있다. 이 문제가 장기간 지속되면 한국에서 부품을 공급받은 일본 주요업체는 스마트폰이나 TV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키오 후지 닛케이아시안리뷰 수석 편집자도 “수출 통제를 이어가면 무역 등 세계경제에 해를 끼칠 수 있고 한일 관계도 더 악화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수출규제에 대한 조치를 취한다면 양자간 무역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 정부 길들이기에 나선 아베의 묘수는 현지 언론 및 경제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할 만한 자충수가 됐다.
한편 우리 정부는 삼성을 포함한 5대 그룹과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책을 공동 논의할 계획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불화폴리이미드의 경우 기타 국가의 생산업체로 대체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